안녕하세요
BIC에 커넥티드 클루 라는 추리게임으로 참여했던 알페라츠입니다.
개발일지가 아니라 시담을 적는 건 처음이지만 이번 BIC 후기를 적어보려 합니다.
0. 로망
게임 전시에 대한 로망을 품었던 건,예전 '인디게임 더 무비' 를 보면서 였습니다.
거기서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고,
개발자가 다른 개발자들이랑 자신의 게임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피드백 주고 받는 걸 보면서
'나도 언젠가 저렇게 되고 싶다' 하고 막연하게 꿈을 꿨던 것 같아요.
저는 제 게임에 대해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누군가가 저렇게 내 게임을 몰입해서 즐기면 정말 좋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전시를 하는 게임 공모전을 찾아보자' 하다가 BIC를 신청했던 것 같아요.
1. 전시 확정
맨 처음 전시 확정 되었을 때엔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그때 BIC에 제출했던 당시의 빌드가 되게 거칠고 불편하다고 느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BIC에 제출했던 이유는 게임의 피드백을 받고 싶어서 였습니다.
다른 게임들은 팀으로 개발하셔서,
어디에 버그가 있고, 어느 부분이 플레이에 방해가 되는지,
이 기능은 필요한지, 어울리는지 등을 회의하면서 수정할 수 있지만
1인 개발자는 오로지 혼자서 판단해야 하기에 한계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동안 날 것의 피드백을 받고자 디씨에도 개발일지를 올렸습니다만,
피드백은 많으면 많을 수록 게임이 매끄러워지니, 일반인의 시선과 피드백도 절실했습니다.
자기 만족으로 게임 만드는 거였다면 아무한테도 안 보여주고 포트폴리오로 간직했겠지만
남에게 쓴소리를 듣고 상처 받는 게 두렵다고 눈 닫고 귀 닫기는 싫었어요.
어떻게 해서든 좀 더 낫고 매끄럽고 재밌는 상업용 게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2. 온라인 전시
예상대로 온라인 전시 때엔 버그가 있다, 조작이 불편하다고 남겨주신 분들이 많으셨습니다.
그런데 무언가 원인이 있기에 '조작이 불편하다'는 결과가 나왔을텐데,
글로 적어주시는 것만으로는 버그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채기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혹시 조작이 불편하거나 버그가 있는 부분 영상으로 찍어 이메일로 보내주시면 빠른 시일 내에 수정하겠습니다' 라고 답을 남겼지만
메일로 보내주신 분은 극히 드물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게임 빌드를 놔둘 순 없어서, 적어주신 문장을 토대로 버그를 수정하면서 잠수함 업데이트를 꾸준히 진행했습니다.
3. 오프라인 전시 준비
이번 부스에선 사용할 기기들을 신청할 때, 백월을 신청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때 게임의 키비주얼도 작업하지 않았었고,
'분명 TV가 클테니 백월 부분에 TV세워두면 되겠다' 싶었거든요.
TV 가 있으면 좋긴 합니다.
PC는 플레이어들이 와서 앉아야만 게임 플레이 화면을 볼 수 있는데,
TV 는 플레이영상 플어놓으면 플레이어가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멀리서도 게임이 어떤 분위기인지 파악할 수가 있거든요.
그런데 막상 부스에 도착하니, TV는 제 생각보다 크지 않았고,
다른 부스엔 백월이 있는데 제 부스엔 백월이 없어서 휑했습니다.
그래서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
급한대로 가져온 브로슈어랑 엽서를 붙였는데도, 역시 그것 만으로는 부족하더라구요.
전기 끊을 시간도 다 되어서 일단 목요일 날은 시연할 게임 설치랑 영상 파일 옮기고,
다음 날 부스 꾸미기를 기약했습니다
백월이 없는데 어떻게 해야 다른 부스에 꿀리지 않을까 생각하다보니,
탐정 게임이니 탐정벽 컨셉으로 하는 게 좋지 않나 싶었어요.
(마침 게임에 탐정벽이 중요한 역할도 하니까요)
그래서 숙소 가는 길에 다이소에서 붉은 실과 중고서점에서 여행 책 한 권을 사서
다음날 부스에 도착하자마자 배경들 부분들을 찢어 부스 벽에 덕지덕지 붙이고
털실로 이어서 탐정벽 느낌으로 겨우 마무리 했습니다.
오고 가신 분들이 부스 레이아웃 이쁘다고 하니까 비로소 안도가 되더라구요.
어떤 분들은 부스 사진 찍어서 자기 회사 단톡방에 ;우리도 이렇게 만들어요' 하고 올리시는 거 보고,
저도 탐정벽 아이디어를 참고한 거라 남 말 할 처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 굿즈
이번 BIC 에서는 굿즈들을 판매할 수 있더군요.
그래서 텀블벅 준비하면서 남았던 굿즈들 (뱃지, 스티커)들을 판매하려고 BIC에 신청하고,
카카오톡 QR 코드 생성해서 이미지로 넣어서 갔습니다.
근데 막상 전시를 하니 게임에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께 뭐라도 드리고 싶더라구요.
게다가 2천원짜리 굳이 돈 받을 필요 있나 싶어서 그냥 브로슈어랑 함께 증정 드렸습니다.
그까짓 돈보다는 그냥 기뻐하는 얼굴을 보는 게 더 뿌듯한 느낌이 들어서요.
5. 부스 운영
당연한 소리지만, 팀이 아닌 1인 개발자면 부스도 혼자 운영해야 합니다.
BIC에 부탁하면 부스를 대신 지켜주시겠지만,
그래도 게임을 제일 잘 아는 개발자가 직접 플레이어들을 안내해 드리는 게 제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부스를 운영했는데,
다행히 부스에 사람이 꽤 많이 오셨던 것 같습니다.
와주신 분들께서 간식거리도 선물로 주셨는데
계속 플레이어분들 안내를 해드리느라 먹을 시간이 없었습니다...
평소에 하루에 한 끼 밖에 안 먹어서 배고픈 건 버틸 수 있었지만,
물을 마시려고 잠깐 앉아있어도 금방 다른 플레이어분들이 오셔서요.
몸은 너무 지치고 힘들고 피곤한데
플레이어 분들이 게임을 몰입해서 즐겨주시니 되게 힘이 많이 났습니다.
6. 숙소
원래 1인개발자는 다른 팀원 숙소 방 남는 곳에 배정됩니다.
다른 전시때에는 다른 팀원 분이랑 같이 잤는데,
같이 방 쓰신 분이 잠버릇이 조용했는데도
원체 제가 휴대폰 진동소리에도 잠에서 깨서 그런가 잠을 잘 못 자겠더라구요.
그래서 이번엔 돈을 더 내서 1인실로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노트북 절전모드로 해놨더니 밤 12시에 디코 일림음이 울려서 중간에 깨버렸어요...
이건 예상 못했는데...
암튼 뒤척이다가 새벽 쯤에 잠 들었던 것 같습니다.
7. 부스 영업 후
원래 아는 개발자분들이랑 인사하려고 에프터 파티도 신청을 했었는데,
전시하느라 체력이 다 고갈된데다,
시연하면서 찾아낸 버그들과 피드백들을 그 다음 전시날에 반영해야 해서 바로 숙소에 들어갔습니다.
평소에 새벽 5시에 자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피곤하니까 밤 10시에 자게 되더라구요.
그래도 전시 날짜가 지날 수록 플레이어분들이 깔끔하게 플레이 하시는 걸 보면서 고치길 잘했다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낮에 하루종일 굶었어서, 저녁은 든든하게 먹었어요.
7. 후기
그동안 게임 5개를 발매하면서, 한번도 저 혼자 뭘 이뤘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제 게임이 만족스럽지 않고, 자신이 없고, 재미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하루에 잠자는 시간 빼고 16시간 내내 컴퓨터 앞에서 작업하는 직업이지만,
그래도 눈 앞에 있는 이 사람이 내 게임을 즐기고 좋아해주니 게임 개발에 힘을 낼 수 있겠더라구요.
좋은 게임이 되라고 응원해 주시고 피드백 주신 분들이 아니었다면
제가 이렇게 악착같이 게임을 만들 순 없었을 겁니다.
사실 기획하고 개발하고 리소스 만드는 것만 따지면 1인 개발자지,
재밌는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건 다 여러분들 덕입니다.
그에 보답한다고 하긴 뭐하지만,
지금까지 만든 게임들의 수익들의 일부는
학교폭력 예방이나 고아원에 후원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번 게임이 수익이 난다면, 이 일부도 사회에 환원하게 되겠죠.
이왕 판매 목적으로 개발하는 게임, 어중간하게 출시하고 싶진 않습니다.
최대한 최선을 다해 만들어서 다른 멋진 게임들 속에서 살아남고 싶어요.
아직 9월 14일까지 온라인으로 데모를 플레이 하실 수 있으니,
아래의 BIC 링크에서 플레이하시고 좋은 피드백과 응원 많이 부탁드리겠습니다.
온라인 전시 링크 :
https://bicfest.org/exhibition/view/1154?chk=1¶m=1
다시한번, 부산까지 먼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고
부스에 오셔서 응원해주시고 즐기다 가주셔서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와 정말 재미있게 했었음 ㅋㅋㅋ 그리고 이렇게 개발자 입장에서 BIC 준비 과정까지 상세히 적어두시니까 다음에 전시에 참여하고 싶은 입장에서 굉장히 도움 되는듯
후기가 멋있네 응원한다
갓겜각 날카롭네
와 이거 1인개발이었구나 몰랐네
진짜 오프라인에서 만났을 때 깜짝 놀랐음!! 대단한 개발자인 듯!! 화이팅!
1인 개발이었구나.. 개발도 마인드도 슈퍼고수인거에요
홀로 고생 많이 하셧습니다. 열심히 하시는건 보기좋은데 너무 본인에게 엄격하게 구시는게 아닐까 조금 염려되기도 하네요. 충분히 멋진 게임이었습니다. 힘들땐 쉬시기도하고 지인분들에게도 고충을 상담하시면 스트레스가 많이 줄지 않을까요? - dc App
저도 이렇게 생각합니다 글에서도 다소 강박이 엿보이는 듯한데요 정신과 신체를 아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계속 게임 개발 하셔야 하잖아요
이렇게 실행하는 거 아무나 하는거 아닌 것 같아. 대단하다. 부디 건승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