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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작가가 말로써 플롯을 설명해야 할 때 제대로 말하기가 무척이나 어렵다는 것이다.

연필로 쓰거나 타자기로 치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면 글이 마땅히 그래야 하는 형태로 펼쳐진다. 하지만 써야 할 것을 말로 묘사하는 건 불가능하다. 적어도 나는 그러하다.

그리하여 결국 책을 쓰기 전에는 그것에 대해 절대 말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글로 쓴 후에 비평을 부탁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되는 것이다.

비평에 반박할 수도 있고 동의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적어도 독자들에게 그 작품이 어떻게 읽힐지는 알 수가 있다.

하지만 앞으로 쓸 작품에 대해 말로 설명하다 보면 어찌나 시시하게 들리는지 내가 생각해도 형편없는 이야기 같다.



나는 다른 사람의 원고를 한번 봐 달라는 수많은 요청을 한 번도 수락하지 않았다.

한번 부탁을 들어 주면 그 다음부터 내가 할 일은 산더미 같은 원고를 읽는 일밖에 없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작가는 비평에 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작가의 비평은 자기라면 이 이야기를 이런 저런 식으로 썼으리라는 것에 국한된다.

하지만 이런 평가가 다른 작가에게도 유용한 것은 결코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표현하는 각자의 방법이 있는 것이다.



또한 낙담시켜서는 안 될 누군가를 낙담시킬 수도 있다는 것은 참으로 끔찍한 일이다.

나는 초기 단편 하나를 친절한 친구의 도움으로 유명 여류 작가에게 보인 적이 있었다.

슬프게도 그분은 내가 결코 작가가 될 수 없으리라고 단언했다.

작가이지 비평가가 아니기에 자기 자신은 몰랐겠지만,

그분이 정말 의미했던 것은 당시 내가 어리고 부족하여 출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글을 아직 쓸 수 없다는 뜻이었다.

만약 비평가나 편집자였더라면, 좋은 싹을 간파하는 데 전문가인 만큼 더욱 통찰력이 있었으리라.

이처럼 나는 남의 작품을 함부로 비평하는 것은 쉽게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하지 않는다.


내가 유일하게 비평할 수 있는 것은 예비 작가가 출판 시장의 물정을 전혀 모른다는 점에 대해서뿐이다.

3만 단어짜리 장편을 써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현재는 그만한 길이의 장편은 아무도 출판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면 작가는 대답한다.



“하지만 이 책은 딱 이만큼이 적당해요.”



천재 작가라면야 길이가 어쨌든 상관없겠지만, 그래도 대개는 좀 더 사업적이어야 한다.

잘 쓸 수 있고 즐겁게 쓸 수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품을 출판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려면 출판사가 원하는 모양새와 두께를 갖추어야 한다.

목수가 높이 1.5미터짜리 의자를 만들어 보아야 대체 누가 사 가겠는가.

아무도 그런 의자에는 앉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의자가 세련되어 보인다고 말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정녕 책을 내고 싶다면 적당한 책의 두께를 연구한 뒤 그에 맞게 글을 써야 한다.

특정 잡지에 특정 형태의 단편을 싣고 싶다면 그 잡지에서 요구하는 길이와 형태대로 글을 써야만 잡지에 실린다.

그저 재미로 글을 쓰는 것이라면 상관없다. 길이나 형태야 어쨌든 자기 좋을 대로 쓰면 그만이다.

하지만 작품을 쓰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끝나기 십상이다.

자신이 하늘이 내린 천재라고 생각하는 것은 좋은 출발 자세가 아니다.

물론 진짜 하늘이 내린 천재는 있다. 문제는 지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정직하게 사업을 하는 상인이 되어야 한다.

우선은 기술적 요령을 익히고, 그 다음에 그 틀 안에서 자신의 창의력을 발휘해야 한다.


형태의 제약에 복종해야 하는 것이다.


-<애거서 크리스티 자서전>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시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