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업 이야기
난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을 고루 다녔고 스타트업에선 임원으로 2번 다녀봤어. 창업은 이전 회사에서 쫄딱 망한 프로젝트 리더자리 없어서 잠시 맡아주던거 모두 런쳐서 어떻게든 살려보겠다고 발버둥치다가 회사에서 분사 제의 & 플젝 가져가라고 해서 (기존 개발비가 1.5억원인데 1억원만 내라고 해서 냄) 프로젝트 드랍 대신 가능성과 책임감으로 선택했지.
창업 경험이 있었으니 팀세팅, PC 준비를 분사하면서 같이 했고 초기 개발 자금이 없어서 주유소 알바, 일용직 공사판에서 몇 달간 병행하며 지원사업을 준비했어. 이 말을 하는 건 창업 전엔 어딘가 기댈 곳이 있는 부자가 아니고 형제와 부모님을 자금적으로 지원하고 이전 회사 창업에서 발생한 빚까지 지며 열심히 일하는 직장인이었었다라는 거.
다행히 경콘진 사무실 지원사업에 선정되고 나서는 곧장 신용보증기금에 경력등으로 3억원을 대출받았고 대출받은 자금 소진을 아끼기 위해 무급과 다를 바 없이 근무하며 평일 주말 공휴일 할 것 없이 개발에 몰두하던 중 콘진원 지업사업에 선정. 지원사업 선정액이 현재는 1억 8천인데 나 당시에는 1억원만 받을 수 있었어. 당시 3명이었서도 있고 그때까진 눈에 띄지 않던 회사였기 때문일 것 같아.
경콘진 입주 중 커피 마시다가 듣자하니 투자사 대표로 보이던 분들이 계시길래 눈치껏 듣고 어떤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것 같아서 기억해뒀다가 해당 행사에 졸래졸래 따라갔다. 신청도 안한 행사였지만 다행히 현장에 붙잡는 사람이 없었음.
행사 막바지에 Q&A 타임이 있었어. 질문하고 답변하는 식이었는데 난 별로 질문할 게 없어서 질문자들의 말을 듣고 있었어. 그런데 마침 내 옆 사람이 1인 게임 개발자였음. 자신을 50대라고 소개했고 은행쪽에서 개발자로 일하다가 남들이 다 한다던 치킨집 대신 게임사를 창업하는데 투자가 필요하다는 질문을 했어.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생각하던 말을 입 밖에 꺼내게 됐다.
치킨집에 투자하는 투자사가 어딨겠냐고.
이어서 투자사 대표들에게 행사 마치고 10분만 시간내주면 회사 소개를 하고 싶다고 말했지.
행사 마친 후 감사하게도 10분 시간을 내주겠다며 첫 IR이 시작됐다. 10분이었던 피칭 시간은 2시간이 훌쩍 넘게 되었고 투자사 대표 두 분이셨는데 두 분 다 그 자리에서 진지하게 검토해보고 투자를 해봄직하다고 정식으로 심사해보겠다고 했지.
투심과 화상 미팅으로 10여차례 이야기를 나눈 후 다행히도 본투심에 들어갈 수 있었다. 당시 시드 스타트업은 AC기준 밸류를 낮게 잡아야 했는데 밸류를 낮출 수 없어 진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됐어. 본투심에 들어가니 내 경력 사항을 보고 예전 회사 대표님의 지인을 만나게 되었고 래퍼 체크를 통해 만장일치로 두 회사에게서 모두 투자를 받게 됐어.
이후 투자를 했던 회사 중 한 곳은 몇 개월 후에 다시 투자를 하겠다고 해서 브릿지로 한번 더 받게 됐고 이 투자금을 가지고 프로젝트의 아트를 다듬어 퍼블리셔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어. 계약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지속적인 우호 관계를 맺었고 그 사이사이 출품한 게임시상식에서 수상을 하게 되며 조금씩 가능성을 열었던 것 같아.. 그리고 자연스레 직원이 늘어나자 사무실을 옮기는 선택을 하게 됐어.
이후에도 예전 근무하던 회사의 대표님께서 우리 프로젝트와 래퍼 체크를 하신 후 조금 큰 금액으로 추가 투자를 받게 되었고 팁스에도 선정되면서 월급 안 밀리는 안정적인 기업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시간이 좀 지나니 투자사들이 찾아오시더라. 게임쇼 부스에서 보고 오시는 것 같고 지인에게 추천을 받는 경우도 있었어. 혹하는 제안도 있었지만 브릿지보다 밸류를 더 높이고 싶어서 지금은 클로징했다고 말씀드렸어. 애초에 시리즈 A이상 투자하는 VC는 급할 것 없으니 프리A를 열어 당기는 거는 정말 좋은 상황이 아니라면 고민이 드는 것 같아.
투자를 받을 땐 프로젝트에 일절 관여하지 않게끔 계약서를 써야 해. 이따금씩 VC를 포함한 투자자들이 프로젝트에 관여하려는 계약서를 쓰더라고. 아무래도 그런 건 조심해야 할 것 같아. 퍼블리셔도 그런 퍼블리셔가 있으니 주의.
현재 투자를 받든 지원을 받든 나는 공휴일 없는 주6일 근무를 하고 있고 급여는 200만원쯤 받고 있어. 부족한 생활비는 멘토링이나 알바로 충당하며 개발에 몰두하고 있지. 내가 받을 몫을 줄이면 퀄리티를 높일 수 있으니까.. 그러면서도 장애인도 두 명 고용하고 다른 회사에 비해 부족함 없이 행동하려고 사무 용품이며 작은 복지 등으로 외부와 내부 모두 노력하고 있어!
쓰다보니 길어졌네. 긴 글을 마치며 정리해볼게. 아래 다른 글들을 보니 무작정 창업을 하려는 분들이 계셔서 말야.
일단.. 난 경력이 이제 19년차고 병역특례를 받았었어. 다행히 주변에서 개발자나 리더의 평판이 좋았었기 때문에 다른 회사보다는 유리한 조건이 있었다고 생각해. 무조건 그런 사람들만이 창업하라는 건 아니었지만 2번의 창업 참여 경험(사실 이때 실패해서 개인 채무가 생김)이 지금 사업에 도움이 되었었고 가족으로는 아버지가 중소기업 경영자셨기 때문에 (IMF때 파산함)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어. 실질적인 멘토시지. 파산 전에는 공장 기계랑 집이랑 차, 개인 재산 모두 처분해서 직원 200명의 퇴직금까지 다 챙겨주셨어. 나는 학창시절이었기 때문에 학업에 영향을 줬고 대학엔 갈 수 있었지만 휴학을 거듭하다가 가정사로 중퇴하고 넷마블 계열사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어. 무튼 시간 많이 지나고 아버지 직원분들이 찾아와서 소일거리라도 주셔서 우리 가족 모두 그 분들께 감사하게 생각한 마음이야. 나도 아버지를 따라서 책임감 있는 경영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고...
이 글을 쓴 건 사업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좀처럼 없을 것 같아서야. 도움이 되길 바라며 쓴 글이고 다시 읽어보니 쪽팔린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 보여준 것도 없이 게임만 계속 개발 중이고 이러다 실패하면 손가락질 받겠지. 그래도 사실대로 썼으니 너무 나쁜 눈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읽어봐줘서 고맙고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
진짜 존경 또 존경합니다... 실례가 안된다면 회사의 기술스택을 여쭤봐도 될까요? 유니티+C#으로 하시는건가요? 서버쪽은 어떻게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C#이고요. 클라베이스입니다.
기구하다
회사에서의 경험이 소규모 개발일수록 더 크게 도움이 되는거같음 개발외적으로도 신경써야하는 영역이 워낙 많으니 그걸 또 소수가 다 해야하는 시스템에다가 환경이 바뀔때에도 인연의 끈을 놓지않고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셔서 그게 또 좋은 만남에 도움이 되셨다는 경험은 정말 인상 깊고 많은 배움이 되네요
그럼요. 사람의 관계는 소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전직장들에게서 받은 도움, 선배들의 도움, 전회사에서 인정받아 창업의 길을 열었던 것이나 부족한 상황이지만 함께 일하겠다라고 찾아와준 현재의 동료들 모두 소중한 인연들입니다. ㅎ
사람이 너무 어렵고 커뮤 서툴러서 혼자가 편한데 그래도 비지니스 시간일때는 최선을짜내 비지니스 미소로 버텻는데 이걸 평생해야한다니 이 잔인한 세상
선함이 존중받지 못하고, 기본적인 친절과 인간적 가치들이 무시받는 세상에서 이런 분이 계신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언제 봐도 존경스럽습니다...
아유 저런... 힘내세요
요즘 체력이 고갈되서 카페에 바람쐬러 다니고 있는데, 하루마무리를 이 글로 하게되네 / 오늘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 될 듯ㅋ / 열심히 하는게 죄가 되지 않는 그런날이 오겠지?!
멋집니다 좋은일만 가득하길!!
귀한 인생사네요 잘보고 갑니다. - dc App
다른건 모르겠고 비즈니스적으로 빠싹한 사람들 중에 의도적이든 아니든 이렇게 따뜻한 느낌 나는 사람이 드문데 이런 사람이 있다는게 힘이 난다 네가 감성충이라 뭔가 의지가 차오르는 느낌이다 ㅋㅋ 지금은 보잘 것 없지만 나도 뭔가 해내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만나서 이야기 더 들어보고 싶네
궁금한게 투자를 받는가는게 나중에 투자금을 줘야하는건가? 갑자기 궁금해지네 돈을 투자하는 입장해서는 투자한 금액 입장 가져가려는건데 투자한 금액이상이 나오면 다행이지만 안나오면?vc인가 투자자라 불리는 분들은 어떻게 행동하는건지 궁금함 막 화내고 난리나는걸까?
투자의 결과는 투자한 사람이 책임지는 거임 - dc App
월급 안 밀리는 회사라니 ㄹㅇ 대단.. - dc App
대단하다
저번에 봉와직염 와서 실려갔다고 했을때 걱정했는데 일도 좋지만 건강 정말 조심해. 먹고살기 위해서 니 몸을 망가뜨리지 말았으면 좋겠어... 이렇게 말해도 다들 미친듯이 일하지만...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현재 게임 개발사를 운영 중인데, 투자 관련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https://open.kakao.com/o/gOmJLjDh
제 꿈을 살고 계시네요. 멋집니다!!!
형님 최저시급만 받아도 좋으니 유니티 개발자 한명만 거둬주십쇼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