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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clip: 존 블로, 게임 디자인 입문기
JB:
이 선 그리기 퍼즐을 어떻게 구상했는지 물으신다면… 저도 잘 모르겠네요ㅋㅋ
솔직히 잘 기억나지 않아요.
그냥 선을 긋는 명분을 찾고 싶었고,
‘선을 그려 퍼즐을 푸는’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는 말씀드릴 수 없네요.
예를 들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와서
“액션 게임을 만들어보자. 총 쏘고, 맞지 않도록 회피하고”
라고 디자인을 주문했다면
사람들은 적과 싸우기 어렵게 만들어야 게임이 재미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드는 데는 한계가 없어요.
적에게 무한체력과 어마어마한 화력,
초고속 이동, 전방위 시야만 주면 되니까요.
정말, 게임 속 적을 이길 수 없게 만드는 건 너무 쉬워요.
퍼즐도 마찬가지에요.
퍼즐을 흥미롭게 만드는 건 난이도가 아닙니다.
퍼즐을 임의로 복잡하게 만드는 건 아주 쉽습니다.
단지 다양한 요소를 더 투입하면 되니까요.
그러면 핵심 해결책이 가려지거나,
생각해야 할 조합이 많아지거나,
해결까지 많은 단계를 밟아야 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은 더 흥미로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죠.
왜냐하면, 흥미로운 퍼즐은
해결 과정에서 확실한 ‘아이디어’를 느끼게 해 주거든요.
“오늘 보니까 이 둘 사이에 이런 관계가 있었구나”
하고 깨달을 수 있는 순간이 중요한 거죠.
그 생각의 실마리가 퍼즐의 해답을 이끌어내는 겁니다.
그 관계가 더 명료하고, 더 놀랍고, 더 선명할수록,
그 퍼즐은 더 훌륭해집니다.
물론 다른 요소들도 있긴 하지만,
지금 말한 이야기는 특히 <The Witness> 에 적용된 핵심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퍼즐에도 당연히 마찬가지로 적용가능하고,
저는 <Braid>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블로우는 6년 반 동안 퍼즐을 만들었다.
그는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아티스트 등
재능 있는 팀원들과 함께 Thekla라는 회사를 세우고,
자신의 비전을 실현한다
처음에는 작은 섬 하나로 시작했지만
아이디어가 발전함에 따라 섬은 점점 커졌다.
그리고 마침내 <The Witness>는
그 사고 과정의 최종 지점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 섬에는 수많은 패널, 전선, 해안, 성이 있다.
이 게임은 튜토리얼 없이 오직 ‘선 그리기’로만 구성된,
‘학습’에 대한 게임이고
이 섬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플레이어가 섬의 어떤 모습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 섬은 한 치도 움직이지 않지만
눈에 보이는 방식이 극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미궁 같은 섬을 해독하는 열쇠는
바로 ‘관점’을 바꾸는 데 있었다
JB:
우선 입구쯤에 있는 소개 구역이 있습니다.
거기서 거의 모든 걸 강제적으로 해보게 되죠.
대부분 퍼즐이 쉽습니다.
하지만 단 한 가지가 트릭을 통해 어렵게 짜여 있죠.
그쪽으로 유도했던 겁니다.
그리고 나서 이 튜토리얼 구역을 벗어나면,
다음으로 마주치는 퍼즐은
상당히 어려워서 “와.. 도저히 못 풀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풀라 강요하진 않아요.
그건 단지 이런 도전이 있다는 인상만 주는 것이죠.
그리고 곧 그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훨씬 단순한 퍼즐들이 나타납니다.
(흑과 백의 영역을 구분하는 기믹)
즉, 시작부분에서 아주 쉬움과 매우 어려움,
두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할 수 있든 없든 괜찮다”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그리고 다시 쉬운 퍼즐이 나타나기도 하죠.
어려운 것만 보면 근처에 쉬운 거 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주는 겁니다.
(모든 헥사곤을 지나가야하는 기믹)
이런 방식은 단순히 퍼즐 난이도의 변화만이 아닙니다.
플레이어는 그 과정에서
내가 어떤 게임을 하고 있다는
머릿속 모델을 구축하게 됩니다.
이는 곧 투자이기도 하죠.
왜냐하면, ‘이해’를 통해
이 게임이 ‘내 것’이 되어가는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걸 포기해 버리면,
“지금까지 한 게 헛수고였나?”라는 느낌도 생기거든요.
(좌우대칭 기믹)
또 한 가지, 이 게임 속 모든 퍼즐은
그 나름의 아이디어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아주 단순한 퍼즐도 마찬가지입니다.
퍼즐을 해결하는 순간,
그 아이디어가 잠재적으로 당신의 머릿속에 들어갑니다.
어떤 순간에는 당신 자신도
“내가 뭘 하려던 거지?”라고 물어보지만,
사람은 말로는 다 표현 못 해도
그 상호작용적인 경험을 통해
그 생각들을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새기게 되죠
그리고 그것이 작동하면 정말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는데요.
이를테면, 나중에 누군가가
“그 퍼즐 풀 때 뭐 하려던 거였어요?”
라고 물어보면
“이것도 저것도…”라며 말로 설명하도록 노력해봐도
그 중에는 언어로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것도 있죠.
왜냐하면, 그것은 말이 아니라
‘체험을 통해 알아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경험이
게임이 일반적으로 제공하는 것의 ‘초압축 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게임을 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기도 하니까요.
예를 들어 <록맨>을 하면서,
“새 무기를 얻었네? 이게 뭐야, 어떻게 쓰지?”
하면서 맥락을 탐색하게 되듯이,
무슨 버튼을 누르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하나하나 배우며 그림을 그려가게 되죠.
이처럼 비디오 게임이라는 매체는
새로운 요소가 무엇인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서로 어떤 관계인지를
비언어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합니다.
<The Witness>의 의도는
그런 커뮤니케이션을 아주 단순한 형태로 압축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움직이는 물체도 거의 없고,
대부분 화면에서 상징처럼,
퍼즐 화면 속 기호처럼만 존재합니다.
상호작용도 최소화되어 있죠.
빨간 불이나 몬스터가 나오지 않고,
당신은 조용히 생각하고 풀면 됩니다.
그걸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죠.
“너무 조용하고 아무것도 안 움직인다”는 이유로요.
하지만 저는 ‘느린 소리’를 낮추고,
그만큼 ‘생각의 아이디어’를
더 돋보이게 하고 싶었던 겁니다.
예를 들어, 퍼즐을 풀고 나자마자
‘몬스터 피하기’ 같은 액션이 이어진다면,
당신은 아마 퍼즐에 대해 다시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다크 소울> 스타일로 달려야 할 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그것들을 완전히 걷어낸 거죠.
대신 어떤 구역으로 걸어가면서 “아, 그렇구나” 하고 깨닫게 되죠.
그 깨달음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방식입니다.
또 우리는 개발 중에 텍스처 스타일, 색채 구성, 색의 배열 같은 것들을 정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습니다.
그 이유는, 플레이어의 주의력을 신중하게 다루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즉, 플레이어의 주의를 중요하지 않은 요소에 빼앗기지 않도록 하기 위함인거죠
만약 주변 환경이 시각적으로 산만하다면,
그건 게임을 더 어렵게 만들 뿐입니다.
그게 아무리 미묘한 수준이라 해도,
퍼즐이 섬세한 만큼, 그 산만함이 퍼즐 자체를 망가뜨릴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저는 '조용함'이 오히려 '섬세함'을 가능케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개발 중에는 멋져 보이는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저는 “멋지긴 한데, 이건 안돼”라고 말하곤 했어요.
왜냐하면 우리가 거기서 할 수 있는 게 없었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더 지루하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안 그러면 플레이어는 거기로 가서 괜히 쳐다보게 될 테니까요.
이건 마치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게임에서
모든 걸 클릭해봐야 하는 문제와 비슷한 거예요.
그래서 저는 공간을 되도록 비워두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어떤 방들은 정말로 아무것도 없죠.
그건 “여기 있는 걸 다 클릭해봐야 하나?”라는 생각을
플레이어가 안 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후반부 디자인 단계에서는
'패널만이 뭔가를 일으키는' 구조로 게임을 정리했습니다.
처음엔 버튼이나 레버도 있었지만,
결국 그건 바보 같은 짓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왜냐하면 플레이어는 온통 버튼이나 레버를 찾게 되거든요.
그리고 뭐가 레버처럼 보일지 전혀 예측할 수 없고요.
이 게임의 퍼즐은 정말 많고, 많은 경우 여러분은 막히게 되실건데요.
그리고 막혔다는 건 종종 "내가 뭘 생각해야 하지?"라는
기본적인 접근조차 알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해요.
여기서의 퍼즐은 단순한 논리 문제를 넘어서기 때문에
그 자체로 푸는 방법이 감이 안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환경 자체를 구조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구역에서 퍼즐을 풀고 있는데
뭐가 관련된 건지 모르겠다면,
그 구역을 벗어났을 때 자연스럽게
“아, 여긴 너무 멀리 온 것 같네”라고 느끼도록 말이죠.
옛날 어드벤처 게임들은 이런 구조가 없었습니다.
어떤 아이템은 초반에 얻어놓고
끝까지 가서야 쓰이곤 했거든요.
저는 그런 불확실함을 피하고 싶었습니다.
플레이어가 전 세계를 뛰어다니며
정답을 찾아 헤매는 식이 되지 않도록요.
<The Witness>는 매우 비선형적인 게임입니다.
퍼즐이 많고, 진행이 막히는 구조가 거의 없어요.
그게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장점은, 어떤 퍼즐이 너무 답답하다면
다른 곳으로 가서 뭔가를 해볼 수 있다는 거예요.
다른 곳에 가면 거기서 영감을 받을 수도 있고요.
반면 단점은,
"누가 좀 뭐 해야 할지 알려줘!" 하는 사람에겐 힘들 수 있다는 겁니다.
선형적인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명확한 지시를 주거든요.
하지만 비선형적 구조는,
플레이어에게 스스로 나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주는 셈이죠.
퍼즐을 풀다 막히면 그냥 돌아서 다른 곳으로 가면 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아! 전에 그거, 이제 알겠다”는 깨달음을 얻기도 해요.
저는 예전에 <Braid>를 만들 때
사람마다 어려워하는 부분이 전혀 다르다는 걸 관찰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특정 퍼즐을 5분 만에 푸는데
다른 사람은 거기서 몇 시간을 막히기도 하고, 그 반대도 있죠.
물론 모두가 어렵다고 느끼는 퍼즐도 있긴 하지만
그건 아주 드뭅니다.
그래서 <The Witness>에서는 퍼즐 난이도를
객관적으로 정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이곳은 쉬운 구역,
저긴 중간,
여긴 어려움
이라고 구분할 수도 있긴 하지만
그건 통계적 접근일 뿐입니다.
왜냐하면, 각 퍼즐에 대한 개인적 반응은 사람마다 너무 다르거든요
예를 들어 오디오 구역의 경우,
사람마다 음 높이를 구분하는 능력이 천차만별입니다.
그래서 그 구역의 퍼즐은
너무 복잡하거나 많은 소리를 집어넣진 않았습니다.
제가 그 부분에서 선택한 방향성은,
조금은 유머러스하게 하면서도,
동시에 사람들이 실제로 플레이할 때 상당히 짜증나게 만드는 방식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일부러 성가시게 굴면서,
플레이어가 집중하고자 하는 과제에서 주의를 흐트러뜨리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거든요.
결국, 디자이너인 저로서도
사람들이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A 퍼즐을 쉽게 풀고
B에서 막히고, 또 어떤 사람은 반대일 수 있어요.
그리고 만약 "일부라도 어려워할 수 있는 퍼즐은 제거하자"는 식으로
디자인을 해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결국 남는 건, 모두가 쉽게 할 수 있는 부분만 남은 축소판이에요.
원래 게임이 이렇게 클 수 있었던 게,
그런 다양한 도전을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이거든요.
그런데 모두가 힘들어할까봐 미리 제거하면
그 게임의 가능성도 스스로 죽이는 셈이 됩니다.
어떤 사람에게 <The Witness>는
그저 논리 퍼즐로 가득한 섬일 뿐이다.
각기 다른 지역을 완료하면 레이저가 하나씩 켜지고,
일곱 개의 레이저가 모이면 산이 열리고,
그 안에 있는 최종장이 드러난다.
하지만 <The Witness>의 표면적인 부분 너머엔 또 다른 무언가가 있으며
퍼즐은 여러 형태로 나오게 된다
JB:
단순화를 위해 이렇게 설명해보겠습니다.
플레이어가 이해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는,
모든 개별적인 요소를 ‘퍼즐’이라고 통칭한다면,
그 퍼즐들은 여러 층위의 레이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층위는
누가 봐도 ‘이건 퍼즐이구나’ 하고 알 수 있는 것들입니다.
그리고 대체로 어떻게 풀어야 할지도 명확하죠.
예를 들어, 환경 속에서 패널 화면을 보게 되고
“아, 여기에 선을 그려야 하는구나” 하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 퍼즐을 풀었을 때는 명확하게 해결되었다는 피드백도 있죠.
어떤 분들은 이 게임에서 퍼즐을 풀었을 때의 축하 연출이 부족하다고 느끼는데요
“퍼즐을 풀었는데 베토벤 교향곡같은 음악도 안 나와요.”
같은 식으로요
<페글>처럼 우와~~!! 하는 효과음도 없고요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여러분이 정답을 맞췄을 때 그 사실을 분명히 알려줍니다.
두 번째 층위는
퍼즐이라는 것이 명확히 표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일단 찾고 나면 그게 퍼즐이라는 걸 알게 되고,
풀었을 때도 “아, 내가 해결했구나” 하는 명확한 인식이 따릅니다.
이 퍼즐들은 구조화되어 있긴 하지만,
표면 위에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잘 보면 절벽이 물에 반사되면서 기도하는 여인의 모습을 형성하는걸 알 수 있음)
그리고 세 번째 층위가 있습니다.
이건 우리가 ‘시각적 놀라움’이라 부르는 것으로,
환경 속에 숨겨진 형태입니다.
이 층위의 퍼즐은
어떠한 명시적 신호도 주어지지 않으며,
퍼즐로서 해결했을 때도 게임이 아무런 피드백을 주지 않습니다.
즉, 여러분이 그걸 우연히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다면 그건 여러분의 몫이고,
아무런 반응도 느끼지 못했다면 그냥 지나치게 되는 겁니다.
<The Witness>에는
이렇게 분명하게 확인 가능한, 매우 구조화된 퍼즐들이 있는가 하면,
그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덜 구조화되고, 명확한 피드백이 없는 퍼즐들도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수가 과연 얼마나 되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리고 누가 알겠어요, 플레이어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봤는지
또 언제 그것을 봤는지를요.
어떤 무언가를 보게 되면,
그걸 마치 할 일 목록에서 체크해나가는 식으로 행동하지는 않잖아요.
만약 여러분의 할 일 목록에 열 가지가 있고,
그걸 다 끝내면 아, 다 했구나 하고 알 수 있어요.
남은 영역이 없는 거죠.
하지만 반대로 미지의 영역이라면,
그걸 보면서 조금씩 탐험해나가는 것이고,
그 자체가 멋진 경험이 되는 겁니다.
블로우와 그의 팀은 퍼즐로 이루어진 섬을 만들었다.
겉보기에 단순한 퍼즐도 있었고,
그보다 훨씬 더 깊은 층위의 퍼즐도 존재했다
그런데 그 모든 퍼즐과 섬의 구조는
그가 말했던 두 번째 층위,
즉 수년 전 블로우가 마법을 그리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그 사고의 레이어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
플레이어가 스스로 규칙과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그 조각들을 머릿속에서 하나로 연결해 나가도록 하는 것.
그리고 그 결과로 강렬한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
그게 바로 이 섬의 진짜 목적이었던 것이다
Q: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하면서
그 두 번째 층위의 퍼즐을 전혀 발견하지 못하거나
그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끝낸다고 생각하시나요?
JB:
네, 그렇다고 생각해요
플레이어가 게임을 클리어하더라도
그 비밀스러운 요소들을 전혀 발견하지 못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야 했고, 실제로 그렇게 의도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그런 일이 덜 일어나는 것 같아요.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처음에는 플레이어의 절반 정도는
그런 걸 전혀 발견하지 못했을거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정말로 게임을 클리어하고도
그 비밀을 전혀 보지 못한 채 끝낼 수 있어야 했어요.
왜냐하면, 뭔가를 스스로 눈치채고
그에 따라 한 걸음 더 나아가야만
그 층위를 발견할 수 있게 설계했으니까요.
그건 결코 대놓고 드러나지 않아요.
(갑자기 닌텐도 디스하지 말라고ㅋㅋ)
닌텐도 요정이 튀어나와서
“왼쪽 구석에 있는 저건 뭘까요?
한번 클릭해보는 게 어때요?” 같은 식으로
알려주지 않거든요ㅋ
그렇기 때문에, 게임 안에는
플레이어에게 주어지지 않고,
스스로 발견해야만 하는 요소들이 존재한다는 발상이 담겨 있었어요.
그리고 항상 이런 질문이 따라오죠.
“그런 요소들은 게임 전체 중 얼마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느냐?”
AAA 게임이라면 보통 이런 결정을 내릴 겁니다.
그런 건 게임의 극히 일부로만 두자.
입소문을 통해 비밀 요소가 있다는 걸 알리기만 하면 되지.
왜냐하면 그런 데에 돈을 많이 쓰면,
정작 메인 게임에 들어갈 예산이 줄어들게 되니까요.
그리고 그 결과, 다른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총기 모델링이나 연출에서 밀릴 수도 있고요.
하지만 저는 이 숨겨진 요소들조차도
게임의 중심적인 일부로서
온전히 독립적인 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게임 부분들과 평행하게 존재하는,
그 자체로 설득력 있는 층위로 말이죠.
그렇긴 해도, 이 게임이 결국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이 게임의 어느 부분도 이렇게 커질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죠.
Q:
어떻게 그렇게 커지게 되었나요?
JB:
그건 제 디자인 방식 때문이에요.
저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합니다.
해볼 만한 것들을 먼저 떠올리고,
그다음 그것들을 실제로 시도해본 다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살펴보죠.
그러고 나서 “이걸 이렇게 바꿔보면 더 흥미롭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아이디어가 게임 안에서 간단한 형태로나마 작동하도록 만들어요.
그걸 직접 플레이하면서
그 아이디어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실험해보는 거죠.
<The Witness>에서는
처음에 ‘패널 퍼즐’이 있었고,
그 안에 다양한 기호들을 넣는 아이디어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기호들끼리 어떤 상호작용이 가능할까?
그걸 탐색하는 과정이 있었죠.
하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
주변 환경의 정보가 퍼즐의 해답을 제공할 수 있다면 어떨까?
라는 아이디어가 생겼고,
그때부터는 “과연 환경이 어떻게 답을 줄 수 있을까?”라는
새로운 탐색이 시작됐습니다.
이런 걸 만들기 시작하면,
제 머릿속에는 항상 이런 감각이 따라옵니다.
“이 아이디어를 충분히 밀어붙이고 있는가?”
“아니면 뭔가 이상하게 허전하게 느껴질 정도로 구멍이 남아 있는가?”
예를 들어 ‘그림자’를 활용하는 퍼즐을 만들지 않았다고 해봐요.
그러면 누군가가 게임을 플레이하다가
“아, 그림자를 활용한 퍼즐이 있었으면 멋졌을 텐데” 하고 느낀다면,
그건 우리가 디자이너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 한 거죠.
생각할 수 있는 흥미로운 요소들은
우리가 떠올리는 한도 내에서 모두 구현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그게 결국 게임 제작에 엄청난 시간이 걸리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존과 그의 팀이 구상한 <The Witness>의 비전은
시간이 흐르며 점점 자라났다.
공간을 채우며,
형태를 찾아가며,
존은 그 섬에서 발굴해낸 모든 아이디어를 다 써버렸다.
심지어 프로젝트를 끝내기 위해 친구에게서 돈을 빌리기까지 했다.
게임은 2016년에 출시되었는데.
그 무렵 인디 게임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였고,
특히 <The Witness>처럼 규모가 큰 게임은
수익을 내기가 점점 더 어려운 시기였다.
(돈생각에 저저저 입꼬리 봐라 ㅋㅋㅋ)
Q:
<The Witness>는 성공했나요?
JB:
정말 잘됐어요
꼭 이렇게까지 잘 될 필요는 없었어요.
이건 정말 이상한 게임이거든요.
제가 말한 것처럼, 이 게임이 왜 흥미로운지 설명하려면 스포일러가 필요하고,
그렇다 해도 사람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아요.
예를 들어 예고편을 본다고 해도
“어… 그냥 선을 긋는 퍼즐 같은데? 이걸 왜 해야 하지?”
같은 반응이 나오거든요.
이 게임의 매력을 전달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Q: 안도감이 드셨나요, 아니면 놀라셨나요?
JB:
글쎄요…
저는 이 게임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빚을 졌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새로운 게임을 만들 수 있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그건 정말 좋은 일입니다.
물론, 더 많은 걸 바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 이 정도면 꽤 잘 되고 있는 겁니다.
<The Witness>는 학습에 관한 게임이다.
새로운 관점을 보는 법,
그리고 산을 오르는 여정,
그리고 그 꼭대기에서 뒤돌아보며 우리가 무엇을 보게 되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건 마법을 쓰는 RPG는 아니지만,
<The Witness>는 비디오 게임에서 보기 드문 마법 같은 무언가를 품고 있기도 하다.
그 마법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존의 게임 철학의 핵심인 것이다
그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떠난 이후에도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는 게임을 만들고자 한다
그리고 그런 게임은
우리 자신과 세상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게임이기도 하다
매번 빡빡이 아조씨 좋은 글들 남겨주셔서 감사해용
존 블로처럼 자체엔진 제작하는 개발자님 부디 한국의 빡빡이 아저씨가 돼주세욧! - dc App
되게 재밌고 좋은 글이다. 혹시 이런건 어디서 갖고오는거야? 이런 글을 전문으로 다루는 사이트나 인터뷰어가 있나?
이번엔 게임 개발자를 다루는 유튜브 다큐멘터리 채널 noclip에서 퍼왔어 GDC(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유튜브 채널에도 재밌고 유익한 영상들 많아 ~~ - dc App
잘 읽었읍니다 감사합니다
응...? The Witness는 사실 레벨디자인 실패의 대표작이자 반면교사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정작 개발자 본인은 마치 젤다의 레벨디자인급이라도 되는것처럼 인식하고있는게 좀 당황스럽네
이 게임 분석하느라 당시 플레이쓰루 영상같은것들도 많이 찾아봤는데 퍼즐의 구성도 5개가 세트라면 많은 사람들이 1~2까지는 풀다가 3, 4쯤 사이의 간극에서 따라가지 못하고 퍼즐을 완료하지 않고 다른곳으로 떠나서 똑같은 일을 반복하다가 접는 경우도 많이 봐서 이 게임의 성공요소는 레벨디자인이나 퍼즐보다는 오히려 워킹 시뮬레이터나 풍경감상으로 굳이 말하면 저니같은 감성 자극쪽이라고 분석했었음
님 분석이 틀린듯 ㅋ
이건 게임을 해보긴 했는지 좀 의심스러운 분석이네... 게임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이야 다 자유긴 하지만 본문에도 그 작동원리가 서술되었듯이 멀쩡히 존재하는 레벨디자인을 가지고서 그게 실패작이니 반면교사라느니 별 근거도 없이 너무 자의적으로 해석하는데?
그리고 그 '간극'을 따라가지 못하고 게임을 접는건 게임이 실패해서가 아니라 퍼즐 자체의 특성임. 일례로 Baba is You의 엔딩을 본 사람은, 통계상 게임을 구매한 사람들의 8.7%만이 해당함 그러면 플레이어의 대부분이 중도하차하는 Baba is You가 플레이어를 결말까지 이끌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작인가? 전혀 아니지 그 게임은 그 게임이 가진 창의적 아이디어와 힘든 과제를 마침내 해결했을때의 강렬한 쾌감 때문에 의의가 있는거임. 단순히 끝까지 진행했는지 여부가 아니라
이건 좀.. 목표로 설정했던 했던 게이머 계층이 달랐던거지 게임 디자인이 실패했던게 전혀 아님. 단순히 오래 붙들게 하면서 많이 판매하는게 목표면 양산형 모바일 게임이 세계 최고의 디자인임.
위트니스도 똑같은 관점에서 가치를 가지는거임. 게임속을 여행하면서 지식적 사고체계가 성장하는걸 이토록 절묘하게 디자인한 게임은 없었다는게 공통된 평가임. 그 방식이 호불호를 자아낼 순 있어도 그 플레이어를 학습시킨다는 의도를 가진 레벨 디자인 자체의 존재성을 부정하는사람은 없음 게다가 더 위트니스의 경우는 모든 퍼즐을 다 풀지 않아도 엔딩을 볼 수 있음 이 게임은 몰랐던 기믹을 비언어적인 학습곡선을 통해서 마침내 깨닫게 한다는 점에서 강렬한 체험을 주는게 주 목적인 게임인데 여기서 뭔 저니같은 감성 자극이라니... 그건 본인이 절대적으로 오독한거임
방법론을 가지고 있는거랑 그걸 게임에 정말로 잘 녹여내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니까.. 지방에 있는 재수학'원도 나름의 공부 방법론은 다 존재하지만 걔네들이 수강생들을 전부 의대를 보낼 수 있는건 아닌것처럼 단순 존재만으로 평가받을게 아니라 그게 정말로 지속적인 효과를 제대로 냈느냐를 따지면 그러지는 못했다고 생각해 출시 당시에 게임 커뮤니티 온갖곳을 돌아다니면서 느낀건 그 플레이어의 학습이라는 제작자의 의도가 그들이 예상한것 만큼 이루어지지는 못했다는 느낌이었지
ㄴ호불호없이 최대한 많은 사람한테 어필해야 한다고 믿는거같은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는거같음. 위트니스같은 스타일 좋아하는 사람들은 환장함
더 위트니스는 방법론(레벨 디자인)을 게임에 압도적으로 잘 녹여놓은 사례지. 왜냐하면 "X를 눌러 조의를 표하십시오"같은 텍스트로 게임플레이의 단서를 주는 법이 일절 없으면서도 비언어적인 방식으로 게임의 규칙 자체를 플레이어에게 자연스럽게 체화시키니까 여기서 더 나아가 그 자연스러운 정보의 습득이 곧 흥미로 이어지느냐, 아니면 흥미없는 지루함으로 여겨지느냐에 대한 문제는 개인의 기호에 따라 다르니 논외로 하겠음.
근데 여기서 특기할 점은 이렇게 언어적 정보를 단 하나도 제공하지 않는 게임에서 "어떻게 플레이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유로 혹평을 보내는 평론은 없음. 게임 속 퍼즐 숫자가 많은게 부담되고 보상이 미진한게 게임을 지속할 동기를 주지 않는다는 소리는 있어도, 비언어적 방식의 레벨이 주는 '정보 전달력', 즉 비언어적 방식으로도 플레이어의 지식적 성장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레벨 디자인의 효과 자체는 인정하고 넘어간다는 소리임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레벨 디자인의 실패라는 감상평은 솔직히 레벨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그럴듯해보여서 갖다쓴건지 의심이 들 정도로 좀 웃긴 소리임.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게임을 비평하는게 아니라, 단순히 레벨 디자인이라는 측면 하나만 관조해보면, 게임 '하는법'을 모르겠다는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은 적어도 없다는 점에서 지식적 확장이라는 기치를 가진 레벨이 합리적으로 잘 작동하도록 설계되어있거든 개인적은 감상으로도 그랬고, 권위에 위탁하긴 싫지만 많은 비평가들도 인정했고, 본문에 설명되었듯 기술적으로도 잘 설명됨 다만, 그 '지식적 확장'이라는게 곧 '재미'에 해당하는가? 는 재고해볼만 하지. 그럼 차라리 재미가 없다는 것을 지적했으면 난 별말 안했을거임 개인적인 기호라는게 있으니까
위트니스 저건 진짜 별로던데 멀미만 나고 퍼즐은 재미없고 입은 아주 청산유수로 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