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눈팅만 하고 가끔 댓글만 달다가 직접 개발일지는 처음 써보네요.
실은 어느정도 비주얼적으로 보여줄만한 단계가 되면 일지를 써서 공유해 봐야겠다 줄곧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진전이 없어서 다소 미완성인 상태로 쓰게 되었네요.
그래도 일지를 쓰는 분들을 참고해보니, 이게 지금까지 작업한 내용을 리프레시 하기도 좋고 피드백을 통해 유의미한 지점이 나오는 부분도 많은것 같아서 작성해 보았습니다.
1. 어떤 게임을 만들고 있나요?
개발중인 게임은 또그라이트 보드게임입니다. 시장에 선례가 많기도 하고, 게임 룰 자체에 여러 생각거리가 많아서 입문자가 노하우를 쌓기에는 좋은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관심이 있고 만들고 싶어한 장르기도 하구요.
사실 로그라이트라는게 하위 분류가 정말 많은 장르죠. 코어 플레이(뭐라고 이름을 붙여야할지 모르겠네요. 전투?)의 스타일에 따라 게임의 핵심 장르가 결정된다고 봅니다. 사실 로그라이트/크 요소는 뭐랄까, 일종의 시스템인거죠.
솔직히 말해서 이러한 시스템 부분에서 더이상 손 볼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시장의 많은 게임들이 정답을 알려준 느낌이에요. 여기서 섣불리 손을 댔다가는 뭐라고 해야하나, 뭔가 상식밖에 시스템이 튀어나올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구요. 설령 커스텀이 가능하더라도 지금 제 단계에서는 살짝 무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래도 새로운 게임이라고 하면 뭔가 기존의 것과 확실한 차이(몇몇 분들은 “킥” 이라고 말하네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위에서 말한 전투의 스타일에서 다른 경험을 제공하려고 했습니다. 일종의 보드 게임 룰을 가지고 있는데, 새로운 룰을 만들고 시도해보는거라 여기에 많은 고민을 쏟고 있습니다.
2. 게임의 코어 플레이
앞서 말했듯이, 기본 골자는 로그라이트 입니다. 그 방식에서는 아마 시장에 나와있는 여러 게임과 큰 차이는 없을것 같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기획이 덜 된 상태기도 하구요) 기존 게임들과 차별점을 두려고 한 지점은 핵심 코어 플레이에 있습니다.
(게임 플로우 약도, 해당 구조 베이스에 점차 확장해나갈 예정)
게임의 코어 플레이는 AI와 1대1 대전 형식의 보드게임을 하는것입니다. 약간 도미노, 혹은 루미큐브가 연상되는 시스템의 게임입니다. 처음 선보이는 규칙의 게임이다보니, 소위 말하는 “이지 투 런, 하드 투 마스터” 형태를 최대한 살리고자 하였습니다. 뭐.. 나름대로 직관적이고 파볼만한 구석이 있는 규칙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코어 플레이의 기본 룰)
(게임 보드 이미지 예시)
코어 플레이에 대한 구현은 대부분 완성된 상태입니다. 아직 비주얼 부분에서 많은 작업이 필요하지만, 시스템은 거의 갖춰졌다고 볼 수 있겠네요. 솔직히 구현에 대해선 크게 복기할 내용이 없네요. 그냥 커서를 마구마구 채찍질하던 기억밖에 없습니다. 아마 프로그래머분들이 뜯어보면 놀라 까무러칠만한 그런 코드 상태가 아닐까 싶네요.
3. 1주째 “그냥 쉬었음” 상태
사실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더라구요. 서론에 말했던 ‘진전이 없어서’의 가장 큰 요인이기도 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런 코어 플레이에 로그라이트 요소가 잘 어우러질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되게 웃긴 고민처럼 보일것같네요. 로그라이트 게임을 만든다하고, 거기에 맞춰서 만든 규칙인데 이게 잘 어우러질지 고민한다고? 같은 모습처럼 보일수 있는데.. 사실은 거짓말을 한거죠. 애초 본 게임은 이런 장르를 위해 생각한 게임이 아니었습니다. 취지는 1대1 대전을 상정하고 만든 게임이었죠.
네, 맞습니다! 실은 이미 로그라이트 장르를 타겟한 상황에서, 기존에 생각하던 다른 게임을 기워넣은게 현 상황입니다. 그리고 섣불리 진행했다가 상당히 애매한 포지션에 놓이게 된 것이죠.
장르 문법이라고 할까요. 비단 소설이나 영화에만 통하는게 아닌, 게임에도 통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몇몇은 이미 그렇게 여기고 있는것 같더라구요) 그런 부분에서 로그의 문법과 1대1 대전 게임의 문법은 상충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실제로는 정말 복잡한 내용인데, 여기에 다 적기에는 방대한 내용이기도 하니까.. 간단히 말하면 로그라이트 게임은 사기를 쳐야하고 1대1 게임은 항상 공정해야 하는 대충 그런 느낌이지요.
본 게임은 이런 “공정성”에 정말 많은 고민을 했던 게임이었습니다. 두 플레이어가 덱을 공유하고 특정 점수를 공유하며, 같은 목표와 행동체계를 가지고 있죠. 그 외에도 덱 카운팅을 기반한 규칙과 그를 통한 심리전도 기대를 했는데, 이것도 AI 전투를 하면 그런 느낌이 많이 퇴색되더라구요. 봇전은 아무래도 심리전보다는 FM에 가깝기때문에.. 여하튼 대충 이런 복합적인 이유들로 인해 진행이 멈춘 상태입니다.
4. 향후 계획
가장 현실적인 돌파 방안은 게임(코어 플레이)의 구조를 수정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체적인 게임 플로우는 처음 말한것처럼 이미 완성된 형태라 생각하기에, 지금의 골자를 최대한 유지하겠다면 솔직히 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었죠. 다만 이 과정에서 계속해서 불안한 지점은, 앞에 나왔던 두 장르의 문법이 너무나도 다르기에 이걸 적절히 섞는 포인트가 필요한데, 이것을 과연 잘 해낼수 있을까의 문제입니다.
(포커룰을 덱빌딩 시스템에 맞춰 특정 규칙을 개량한 발라트로는, 참고할 지점이 많다)
별개로, 다양한 장르/시스템을 한 곳에 시도하는것이 요즘 게임의 트랜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레드오션화된 게임시장에서 “정통” 장르가 포화상태가 되고, 그로 인해 발생하게된 일종의 사파같은 것이죠. 예시로, 최근 눈여겨본 게임은 33원정대가 아닌가 싶네요. 이 역시 규칙아래 정적인것이 특징인 턴제 시스템에, 실시간 유동적인 qte 시스템의 도입이라는 파격적인 시스템을 제안했는데, 이것이 플레이어에게 긍정적으로 다가온것을 보면 이러한 믹싱(mixing)의 세계에는 한계가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33원정대의 qte 시스템, 서로 다른 성향의 시스템이라도 공존이 가능하다)
지금 저의 프로젝트가 당면한 상황도 상당히 비슷하죠, 어쩌면 전혀 다른 느낌을 가진 1대1 대전 형식과 로그라이트 시스템을 믹스해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다만 이 과정에 적절한 방향성만 제시한다면, 그것이 이 프로젝트의 “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이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어떤 방법이 가장 맛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다시 고민해야하는 문제인것 같네요.
5. 마치며
글을 쓰다보니 일지 형식보다는 칼럼 형식이 되버린것같네요. 사실 복기해볼 내용이 “그동안 이런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뿐인것 같습니다. 구현된 시스템도 따지고 보면 AI가 다 해놓은 것들이라, 뭐라고 말해야하나.. 내가 만들었지만 내가 만든게 아닌것같은 그런 느낌이네요.
다음 일지는 앞서 말한 두 시스템의 적절한 중간지점을 찾게되면, 그때 작성하게 될것 같습니다. 읽는 분들도 재미있고 기대가 되는 그런 시스템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다소 장황하고 두서없는 글이었던것 같은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진행중인 프로젝트에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면서, 글 마치겠습니다.
이런 류 만들 땐, 무조건 종이짤라서 먼저 만들어보셈 코어플레이라는 용어는 썼지만, 진짜 코어플레이는 분자를 쪼개고 쪼개고 더 쪼갰을 때 나오는 핵심 액션(?) 같은 거임. 그게 재밌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는 부분에 전략성이 들어가야 보드게임으로써의 가치가 생김 해봐야 정확하겠지만, 그냥 글만 봐서는 일단 '손톱/반지/피부' 이 세 요소가 너무 직관적이지 못함. 쟤네 가지고 셋콜렉션하거나 어떤 족보를 모아서 하는 발라트로류의 재미를 노리는 것 같은데, 본인이 이 게임에서 구현해내고 싶은 핵심 재미가 담겨있는지 잘 체크해보길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