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요약 : 소규모 인디팀에 굳이 기획자가 필요할까?


좆고수 기획자나 경력직들이 모인 팀이 아닌 이상, 소규모 인디팀에 굳이 기획자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대한 내 생각은 "필요 없다"에 가까움.


경력자가 없거나 있어봐야 1~2년 깔짝 실무 뛰어본 사람들끼리 모인 5인 이하 인디팀에 기획자 포지션이 있다면,

그 기획자는 기본적으로 아트, 프로그래밍에 대한 지식도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해.

정량적으로 적어보자면 그 직종으로 취.준까지 해보진 못한 대학교 3학년 수준이면 될듯.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건 기획자의 몫이 아니라 모든 팀원의 몫이야.

보통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팀장으로 팀을 모으고 기획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모름지기 기획자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역할이지.


팀 규모와 성향에 맞게 의견을 취합해서 어떤 기획 문서가 필요한지 결정하고,

개발 환경과 협업 룰을 정한 다음 기획자가 먼저 착수해서 기획서를 쓰고 일정을 정해야 해.


어느 정도 초기 기획이 끝나면 다른 팀원들도 붙는데, 이때부터 기획자는 일이 줄어든다.

애초에 대부분의 인디 게임 기획은 초기 기획이 80% 이상을 차지하거든.


그럼 기획자는 뭘 해야 하냐? 프로그래머나 아트를 위해 잡무를 하는 거야.

당연히 엑셀은 존나 잘해야 하고, 데이터베이스도 다룰 수 있다면 테이블 설계부터 API 설계까지 할 수 있으면 더 좋지.


예를 들어 화면 설계 같은 것도 피그마 같은 걸로 하지 말고 샘플 씬을 만들어서 거기에 직접 UI를 만드는 거지. 실제로 갖다 쓸 수 있도록.

물론 그렇게 해도 프로그래머 입장에서는 건드려야 할 부분이 남아있겠지만, 많은 일을 덜어주고 그들이 잘하는 것에 몰두하게 해줄 수 있어.

프로그래머에게 배우면 배울수록 더 많은 일을 도울 수 있고.

아트 쪽으로 보면 간단하게 누끼 따는 것부터 레퍼런스 싹 다 찾아와서 뿌려주고, 맵에 오브젝트 배치하는 것들은 전부 기획이 해야 해.


그리고 기획서에는 최대한 상세하게 적어야 해.

화면 설계서의 모든 요소 하나하나에 대해 예외 처리까지 싹 다 적혀있어야 하고 기획 의도도 적혀 있어야 해.

가능하면 슈도코드나 클래스 다이어그램 등을 작성해서 어떤 디자인 패턴을 적용할지, 확장성과 협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적어야 해.


캐릭터 기획을 한다면 해당 캐릭터의 레퍼런스부터 메인 컬러 RGB 코드, 크기, 이동 속도, 스킬 등 아트적인 세부 사항부터

클래스까지 전반적으로 전부 세세하게 설계하고 문서화해야지.


사실 이런 전천후 능력자가 얼마나 있겠냐.

그래서 기획서를 작성하면서도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이나 구현을 위한 여러 방식이 있을 경우 프로그래머와 회의하고 합의하면서 맞춰나가는 거지.



근데 난 그냥 소규모 인디팀에 기획자는 필요 없다는 생각임.

그냥 모두가 함께 각자 개발하게 될 파트에 대해 기획하고 개발하고, 일정 관리만 팀장이 어느 정도 하는 게 옳은 구조라고 봄.


애초에 실무를 뛰다 와서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게 아닌 이상 저렇게 다 하려다가 다 어중간해져.

그럼 계속 지체되고, 한 번에 할 일 두 번 세 번 하면서 병신 같은 협업 구조가 완성될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