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해 신작을 발매했고, 이제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야 함(사명감)
뭘 만들까 했는데 예전 미연시 개발자 모임에 갔었다가 다른 개발자랑 '히로인들을 죽여서 하나만 남기는 게임을 만들어야겠다' 라는 식의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었음
그게 생각나서 한번 만들어보기로 함
근데 이왕 죽이는 게임이니까 그럼 얘네들을 죽일 이유와 장소가 필요함. 어차피 게임은 현실이 아니지만 그럴싸하게는 만들어야 하니까
그래서 '부잣집 도련님인 주인공이 부모를 잃고, 집의 재산을 가로채려는 고용인들의 흉계를 알아내 하나하나 죽인다'는 스토리로 진행하기로 함
장소는 폭설로 고립된 별장. 시대 배경은 1990년대 초반. 현대로 하면 스마트폰 같은 게 있으니까 '고립된 상태'를 만들기가 힘들어짐
마침 1990년에 강원도에 사흘간 눈이 무려 138cm나 내리는 폭설이 있었다는 뉴스가 있더라
다만 무슨 제이슨처럼 흉기 들고 다니면서 하나하나 추적해 죽이는게 아니라 생활 속에서 볼 수 있는 물건들을 이용해 데스트랩을 만들어 죽인다는 설정
이번엔 게임메이커로 해보기로 함. 문제는 나는 게임메이커는 하나도 모른다는 거고, 따라서 gpt의 힘을 좀 씀
게임 스타일은 킹스 퀘스트나 폴리스 퀘스트 같은 고전 시에라 어드벤처 게임들을 참고함. 일단 캐릭터가 걷는 스프라이트부터 만들어봄
전작을 발표할 때 '시대착오적인 게임' 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썼었고 반응이 좋았었기 때문에 이걸 컨셉으로 밀기로 결심
시에라 어드벤처 게임들을 보면 화면은 원근감이 있는 뷰인데 캐릭터는 평면이라 어떤 식으로 이걸 극복하지? Y좌표가 아래로 내려갈수록 캐릭터 사이즈를 비례해서 키우나? 하고 생각했는데
그냥 안 하더라... 그래서 캐릭터는 위로 갈수록 상대적으로 커지고 아래로 갈수록 상대적으로 작아짐. 한번 나도 Y좌표 비례해서 image_xscale, yscale 커지게 설정해봤는데 도트가 깨지는게 보기싫어서 안하기로 함
일단 뭐든 그려봄. 그래픽 작업은 우선순위가 낮다고들 하지만 우선 90년대에 대한 감을 잡아야 했음
나는 90년대에 살아있기는 했었는데 꼬꼬마였기 때문에 90년대가 어땠는지 전혀 기억 안 남. 게다가 당연히 내가 원하는 건 게임의 배경이 될 '90년대 부잣집' 임
별장이긴 하지만 아무튼 부잣집. 그래서 이것저것 그려보는데 생각보다 폼이 안 남. 90년대보다는 오히려 좀 80년대 같기도 하고
나의 90년대에 대한 기억은 '원목가구가 많다' '집집마다 수족관이 있었다' 정도였기 때문에 구체적인 정보는 적었음
그래서 날 잡아서 국립중앙도서관에 방문, 전자열람실에서 90년대 여성잡지들을 잔뜩 열람함
인테리어에 관련된 거라면 여성잡지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당연히 잡지니까 달동네나 서민동네 뭐 이런데가 아니라 부유해보이는 집들 중점으로 나와있을 거라고 생각
예상대로 괜찮은 자료들을 많이 얻을 수 있었고 90년대에 대한 편견을 고칠 수 있었다
1. 90년대엔 원목 뿐 아니라 흰색 가구가 유행했었음
2. 생각보다 촌스럽지 않고 지금 봐도 괜찮은 센스의 디자인들이 많았음
3. 사진이 좀 애매하게 주황색기가 있음(이건 제한된 색상만으로 재현하기 어려울거라고 생각)
4. 붓글씨 들어있는 액자가 너무 많음
그래서 일단 기본적인 기능들만 구현해보기로 하고 시험해봄. 움직이기, 아이템 줍기, 오브젝트 클릭
그럭저럭 잘 됨
이제 캐릭터나 시스템 같은 것들을 생각해봐야 함
자료조사추
아트 구린건 둘째고 눈아픔
님의 도트분위기가진짜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젛아요 신작도 예전부터 잘보고잇엇는데 개발일지감사합니다 귀하다 - dc App
인간문화제심 ㄷㄷ
뻐꾸기시계 추가 너무 빨라요 고증에 맞게 1초 왕복 해줘잉
아트도 나름의 무드가 있고 굉장히 멋진 시도라고 생각되네요 화이팅
오 분위기 좋다
win98 느낌이라 해야하나 유니크해서 좋아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