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붕온 원인

악플도 관심이라 생각하긴 했지만, 사실 몇 달 동안 만든 게 게임으로서 오리지널리티도 부족했고, 내가 제안한 전투 시스템은 스스로 봐도 끔찍했다. 그래서 크게 멘붕이 와서 며칠 동안 겔겔대기만 하더라. 작업하다가 나도 모르게 감정적으로 굴기도 했고, 나이가 많고 경험도 있다는 이유로 침착해야 했는데 계속 감정적이게 변해버리더라.

그걸 부모님도 눈치채시고 상담을 해주셨다. 나는 솔직히 털어놨지. 뭘 해도 이기적인 것 같고, 뭘 해도 도망치는 것 같다고. 프로젝트는 이미 내 역량 밖이고, 나랑 동생(지인) 둘 다 아직 미달 같다고. 그런데 최악은 이걸 시작하자고 제안한 게 나였고, 중간에 흔들릴 때마다 "그래도 해보자"라고 붙잡은 것도 나였다는 거였어.

그래서 두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멤돌았어. 결론은 죄책감만 남는 쪽이라 둘다 비슷한거였지.

폐기: 포기할 줄 아는 것도 용기다. 한계를 인정하고 나아가야 한다.

지속: 사실은 그냥 궁지에 몰려 도망치려는 걸 합리화하는 게 아닐까?


어느 쪽을 골라도 죄책감이 남았다. 방향을 모르니, 나아간다 해도, 후퇴인지 전진인지조차 헷갈릴수준이지. 깊고 어두운 물에 빠지면 내 머리가 물 바닥을 향하는지 수면을 향하는지, 앞인지 뒤인지모르는 법이잖아?

그때 부모님이 해주신 말씀이 꽤 와닿더라.
“도망이면 도망이고, 도전이면 도전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거기에 꼬리표를 달지 않는 거다. 네가 붙인 꼬리표에만 매달리면, 그 행동이 가진 본질과 가치를 못 본다. 폐기하든 계속하든 상관없다. 대신 정체되지만 마라. 그 경험이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되게 하라.”

그 말을 듣고 나니 막막하던 마음이 좀 풀리더라고.  결국 중요한 건 폐기냐 지속이냐가 아니라, 그리고 어느 결정을 했나가 아닌 내가 멈추지 않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됐지.

그래서 나처럼 막막한 인붕이에게도 이 말을 전하고 싶다. 행동에 꼬리표부터 붙이지 말고, 그걸 통해 얻은 가치에 눈을 돌려보라고.

뭐 결론은 실패해도 배웠도르, 아님 망해도 얻어갔도르인데 뭐 어떤가. 그거에 매몰되지 않고 들겁게 사는게 맞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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