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심의에서 탈락한 팀입니다.


사유는 대략 “이미 개발 중인 것으로 보인다”, “제출 영상이 플레이 가능한 빌드처럼 보인다”, “프로토타입 단계로 판단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제 경우는 공고 이전부터 장기간 개발하던 프로젝트가 아니었습니다. 법인 설립도 올해 초에, 실제 기획과 개발은 공고가 뜬 뒤인 2월부터 시작했습니다.


이후 3월 23일 신청 마감일까지 기획과 구현 루프를 거의 게임잼하듯이 달려서, 참고영상으로 찍을 수 있는 정도까지 만든 케이스입니다.


믿어주실지는 모르겠지만, 커밋 로그나 AI로 뽑은 각종 영상용 에셋 등등 개발 시점은 어느 정도 입증 가능합니다.


저는 영상 제작이나 모션그래픽 쪽 역량이 있는 팀이 아니라 프로그래머 출신 1인 개발자입니다.

기획 자체도 시스템 간 상호작용이 중요한 구조라, 문서나 이미지 몇 장으로는 설명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제 상식으로는 기획을 엔진에서 실제로 작동시켜 보면서 다듬고, 그걸 참고영상으로 찍는 게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이었습니다.


물론 저도 영상 찍으면서 “이게 너무 플레이 영상처럼 보이나?” 하는 생각은 했습니다.


하지만 공고가 2월에 뜨고 신청 마감이 3월 23일인데, 그 기간 동안 기획서만 써놓고 아무 구현 검증도 하지 않는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1인 개발자 입장에서는 기획과 구현이 완전히 분리되어 움직이지 않습니다. 기획을 검증하려면 당연히 어느 정도 엔진에서 만들어보게 됩니다. 당연히 공모전만 보고 아무것도 안하는것도 엄청 이상한 일이고요. 그래서 그런 내용으로 소명을 했고, 오늘 결과를 받고 문의했습니다.


제가 물어본 핵심은 두 가지였습니다.


1. 공고 이후 개발을 시작한 신규 과제라도, 신청일까지 빠르게 구현이 진행되면 사업 취지에 어긋난다고 보는 게 맞는지

2. 공고 이전부터 스팀 페이지 공개, 출시 준비, 펀딩, 행사 출품 등이 있던 과제들과, 공고 이후 지원 준비 과정에서 빠르게 만든 초기 구현물을 동일하게 보는 게 맞는지



그런데 돌아온 답변은 거의 계속 “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입니다”였습니다.

판단 기준이 정확히 무엇인지, 공고 이후 시작한 기획도 구현 진척이 있으면 탈락 사유인지, 어느 정도부터 부적합으로 보는지에 대한 대화는 거의 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심의에서 정말 엄격하게 본 결과라면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플레이 가능한 수준으로 보이면 다 탈락”이라는 기준을 모든 과제에 일관되게 적용했다면, 억울하더라도 기준 자체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후 올라오는 선정작 관련 이야기를 보면 좀 납득이 어렵습니다. 공고 이전부터 외부 공개 흔적이 있거나, 스토어 페이지가 있거나, 출시 준비가 상당히 진행된 것처럼 보이는 과제들이 있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제 프로젝트는 적어도 공고 이전 공개작도 아니고, 스토어 페이지도 없고, 출시 예정작도 아니고, 펀딩이나 외부 행사 출품 이력도 없습니다. 공고를 보고 지원 준비 과정에서 빠르게 구현한 초기 검증용 자료였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런 케이스가 “이미 개발이 진행됐다”는 이유로 탈락하고, 정작 더 진행된 것으로 보이는 과제들이 남아 있다면 기준이 일관적으로 적용된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결국 제가 궁금한 건 하나입니다. 공고 이후 기획을 검증하기 위해 빠르게 구현한 1인 개발자의 초기 구현물도 탈락 사유라면, 지원자는 공고일부터 마감일까지 개발 검증을 하지 말고 기획서만 쓰고 있어야 했던 건가요? 이 기준이 처음부터 명확히 공지되었다면 저도 다르게 준비했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사후에 “플레이 가능해 보인다”, “프로토타입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탈락시키는 방식이라면, 실제 구현 역량이 있는 소규모 개발자일수록 오히려 불리해지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제 탈락 여부는 이제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별개로, 이번 논란이 최소한 일관된 기준 정리로 이어졌으면 합니다. 공고 이전부터 개발·공개·출시 준비가 진행된 과제와, 공고 이후 지원 준비 과정에서 빠르게 초기 구현한 과제가 같은 기준으로 묶인다면 앞으로 지원자들은 어디까지 준비해야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떨어지는 사람은 떨어지더라도, 적어도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은 공개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