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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머물러도 괜찮다면
창밖으로 흐릿한 빛이 퍼지고 있었다.
비는 한층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창문을 타고 조용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정리되지 않은 서류와 필기구, 그리고 방금 전까지 검토했던 퀘스트 기록이 펼쳐져 있었다.
탁—
에반의 손끝이 서류 위에서 멈추었다.
그녀는 조용히 시선을 들었다.
탁자 맞은편, 나오가 소파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조용한 사무실 한편,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은 나오는 손으로 작은 앵무새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탁자 아래, 작은 생명체가 조용히 웅크리고 있었다.
메테오. (라사가 키우는 앵무새)
사람 손바닥쯤 되는 작은 몸체, 둥글고 부드러운 모습과 깃털이 은은한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그녀의 발치에 자리 잡고서, 가끔 짧은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대기중..."
나오가 손끝으로 메테오를 가볍게 두드리자, 작은 존재가 미세하게 떨렸다.
"터치 감지..."
에반은 조용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작고 둥근 몸체가 나오의 발밑에서 조용히 웅크린 채, 그녀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치… 원래 주인을 따라다니듯.
나오가 메테오를 한 번 더 쓰다듬었다.
"메테오, 너는 참 변하지 않네."
"웅?"
짧은 반응.
그리고 다시 조용히 웅크리는 작은 존재.
나오는 작게 웃으며, 다시 에반을 바라보았다.
"에반 씨."
에반은 시선을 마주했다.
"…피곤하지 않아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
탁자 맞은편에서 나오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일은 피로와 관계없이 진행해야 하죠."
나오는 소파에 기대앉아, 손으로 메테오를 천천히 쓰다듬고 있었다.
"나오 좋아…"
메테오가 조용히 울었다.
"그렇다고 쉬지 않으면, 제대로 판단할 수 없을 수도 있어요."
에반은 그녀를 바라보며 차분히 물었다.
"그건 경험에서 나온 조언인가요?"
나오는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음… 뭐, 제가 에린에서 하루 이틀 굴러본 게 아니니까요."
에반은 조용히 물을 한 모금 머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계속 움직였죠."
나오는 짧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게 제 일이었으니까요. 에린이 불안정해지면, 탐사하고, 구축하고, 안전을 유지하는 것. 언제든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저의 역할이었어요."
짧은 정적.
에반은 천천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역할을 내려놓고, 이곳에 있군요."
나오는 가볍게 메테오를 쓰다듬었다.
"에반 씨가 그렇게 유혹했잖아요."
에반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유혹이라니, 제안이었죠."
나오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요, 제안. 하지만 꽤 설득력 있는 제안이었어요."
에반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던바튼 대심층 특별행동부 6과는 조력자처럼 인도만 하는 조직이 아니죠."
나오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확신이 담겨 있었다.
"어비스에 대한 전략을 세우고, 탐사뿐만 아니라 무해화 작전까지 진행하는 곳. 단순히 길을 찾는 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곳."
에반은 서류에서 눈을 떼고, 나오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런 곳에 저를 데려온 이유가 있겠죠?"
잠시-.
에반은 천천히 시선을 내리깔았다.
"조력자로서의 경험이 필요했어요."
나오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뿐인가요?"
에반은 순간, 손끝을 멈추었다.
"......아니요."
나오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에반은 다시 조용히 말을 이었다.
"당신이 단순히 모험가들을 조력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
"모험가들을 이해하는 사람이었으니까요."
짧은 정적.
에반은 나오를 조용히 바라보다가, 차분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래서 당신이 대심층 특별행동부 6과에 있길 바랐어요."
나오는 손끝으로 메테오를 천천히 쓸었다.
"으으웅 짹…"
짧은 침묵 후, 그녀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알겠네요."
에반은 조용히 물었다.
"무엇을요?"
나오는 창밖을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
"에반 씨는 후회 안 하겠네요."
에반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신을 데려온 선택에 대해서라면, 그렇겠죠."
창밖에서는 여전히 빗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오는 메테오를 조용히 쓰다듬었다.
"쨱 짹."
메테오가 조용히 울었다.
그 소리는 마치 그녀의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듯, 부드럽게 퍼져나갔다.
짧은 정적 후.
에반은 문득 나오를 바라보았다.
"그 상태로 오래 있을 생각인가요?"
나오는 멍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네?"
"옷이 젖어 있잖아요."
나오는 그제야 자신의 소매를 내려다보았다.
"아, 그러네요."
그녀가 대충 손으로 물기를 털자, 에반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한쪽 수납장을 열었다.
몇 초 후.
깨끗한 수건 한 장과 대심층 특별행동부 6과 지급용 예비 재킷, 그리고 여벌의 마른 옷이 나오 앞으로 건네졌다.
"갈아입고 오세요. 감기라도 걸리면 귀찮아지니까요."
나오는 살짝 웃으며 옷가지를 받아들었다.
"에반 씨는 항상 철저하시네요."
"그게 기본이에요."
나오는 수건과 마른 옷을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사라진 자리, 메테오가 희미한 울음을 내며 가만히 쉬고있었다.
.
.
.
잠시 후.
나오가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돌아왔다.
대심층 6과의 예비용 상의에 편한 바지를 입은 모습이었다.
"음, 이제야 좀 살겠네요."
나오가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에반은 시선을 다시 서류로 돌리며 조용히 덧붙였다.
"이제야 제대로 업무를 할 수 있겠군요."
나오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렇다고 바로 일로 돌아가긴 좀 아쉬운데요."
그녀는 책상 위를 보며 조용히 말했다.
"차라도 마실까요?"
에반은 짧게 숨을 들이쉬었다.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요."
"그럼 제가 끓일게요."
에반이 미묘한 표정으로 나오를 바라보았다.
"당신이요?"
에반은 어깨를 으쓱이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조력자도 차 정도는 우려낼 수 있어요."
에반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내 가벼운 한숨과 함께 의자를 밀고 일어섰다.
"……그럼, 저도 잠시 쉬도록 하죠."
나오가 눈을 깜빡였다.
에반은 조용히 소파 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나오 맞은편, 소파의 한쪽에 앉았다.
나오는 순간 말없이 에반을 바라보았다.
'어라, 같이 마시는 거 진짜로 받아들인 거야…?'
에반은 그녀의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차분하게 말했다.
"당신이 준비한 차, 한 번 마셔보도록 하죠."
나오는 짧게 숨을 들이쉬더니,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잘 부탁드립니다, 에반 씨."
나오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차를 준비했다.
사무실 한쪽, 작은 주전자에서 물이 끓어오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김이 피어오르며, 찻잎이 은은하게 우러났다.
나오는 찻잔 두 개를 들고 천천히 소파 쪽으로 걸어왔다.
탁.
에반의 앞에도, 자신의 앞에도 조용히 찻잔이 놓였다.
나오는 그제야 에반 맞은편, 소파의 한쪽에 앉았다.
짧은 정적.
에반은 찻잔을 내려다보았다.
그 순간—
"나오, 지금 얼굴 온도 상승! 분석 중…"
메테오가 조용히 말을 해댔다.
나오는 숨을 삼키며 시선을 피했다.
에반의 손끝이 찻잔을 감싼 채, 아주 미세하게 움찔했다.
나오도 동작을 멈추었다.
메테오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미 공간에 남겨진 그 한마디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짧고 어색한 정적.
에반은 천천히 찻잔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
손이 잔을 감싸 쥐면서,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나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바라보았다.
창밖에서는 조용한 빗소리가 들려왔다.
잔잔하지만, 어딘가 깊이 스며드는 소리.
에반은 찻잔을 들어올렸다.
나오도 조용히 손을 뻗어 찻잔을 쥐었다.
손에 닿는 따뜻한 열기.
그러나, 나오는 아직 입을 떼지 않았다.
그저, 에반의 움직임을 조용히 따라갔다.
에반이 한 모금 머금는다.
짧은 순간.
그 움직임을 따라, 나오도 찻잔을 살짝 기울였다.
조용한 숨소리.
둘 사이의 공기가, 방금 전과는 미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굳이 설명할 필요 없는 감각.
그러나 확실히 느껴지는 변화.
창밖에서는 여전히 비가 조용히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사무실 안의 공기는, 방금 전보다 조금 더 따뜻해져 있었다.
그때—
"분석 완료. 현재 나오, 평소보다 심박수 미세한 증가 확인."
나오의 손끝이 멈췄다.
에반도 찻잔을 내려놓으며 아주 미세하게 눈썹을 꿈틀였다.
둘 사이에 묘한 침묵이 흘렀다.
메테오는 대기 모드처럼 가만히 있었지만, 이미 남긴 말은 충분했다.
나오는 애써 차분한 얼굴을 유지하며, 손끝으로 메테오를 슥슥 쓰다듬었다.
"메테오, 너 정말 보고 기능 좀 꺼야 하는 거 아니야?"
"정상 수치 보고는 중요합니다."
짧은 울음과 함께, 메테오는 다시 조용해졌다.
그러나 나오는 찻잔을 내려다보며, 그 말을 곱씹었다.
심박수 미세한 증가.
차 때문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였을까.
찻잔을 감싼 손에, 알 수 없는 감각이 스쳤다.
에반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러나 나오는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을 향한 시선.
다른 사람이라면, 눈을 마주친 순간 자연스럽게 시선을 피했을 것이다.
그러나 에반은 달랐다.
그녀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아주 조용한, 그러나 깊은 눈빛.
'왜 그렇게 보는 걸까.'
메테오의 말 때문일까.
아니면, 그보다 더 이전부터.
나오는 아무 말 없이 찻잔을 들어 올렸다.
조용히 한 모금.
그러나, 차의 온도와는 별개로.
그녀의 손끝은 미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창밖에서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방금 전보다, 공기가 더 조용해졌다.
더 가까워졌다.
그리고,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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