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 주의※
인간의 언어를 완전히 사회/맥락적인 것으로 치부하게 된다면 수많은 언어에서 나타나는 공통적 특성은 전부 우연의 일치인 게 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설명은 우리에 직관과 배치가 되죠.
따라서 우리 뇌에 (물리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언어활동을 돕는 기관이 존재할 것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증명이 가능할까요?
Andrew Carnie, Syntax : A Generative Introduction, Wiley-Blackwell, 2012, p.20에서는 이러한 언어기관(Universal Grammar, UG)이 존재함을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논증하고 있습니다.
1. 언어는 무한한 문장을 생성하는 규칙의 집합이다.
2. 무한한 것을 생성하는 규칙은 학습 불가능하다.
3. 따라서 언어는 학습 불가능하고, 선천적 작용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1 : 언어는 무한한 문장을 생성하는 규칙의 집합이다.
"붉은색 페인트로 점철된 할머니가 칼을 들고 나를 쫓아오고 있다."
라는 문장을 봤을 때, 이 문장을 처음 접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이 문장이 문법적으로 옳다고 판정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차는 달린다."
"하얀 차는 달린다."
"4인 가족을 태운 하얀 차는 달린다."
"화목한 4인 가족을 태운 하얀 차는 달린다."
"겉으로 보기에는 화목한 4인 가족을 태운 하얀 차는 달린다."
와 같이 수식어를 계속해서 더하여도 문법적으로 옳습니다. 매우 길어진다면 실생활에서 안 쓰이기야 하겠으나, 문법성을 그르친다고 할 수는 없죠.
따라서 언어는 무한히 많은 문장을 생성할 수 있는 규칙을 가진 집합체입니다.
2 : 무한한 것을 생성하는 규칙은 학습 불가능하다.
정확히는 선천적 기제 없이는 학습이 불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언어를 배울 때, 누가 규칙을 일러주는 게 아닙니다. 엄마가 어린 아이에게 관형사가 어떻고, '의'와 '에'가 어떻게 다르고를 문법적으로 설명해주지는 않죠.
따라서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은 1)주어진 상황과 2)그에 맞는 발화를 통하여 규칙을 추측하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주어지는 자료는 매우 한정적이기 때문에 규칙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습니다.
이를 수학의 함수에 비유해 봅시다.
언어 규칙이 함수 f이고, 주어진 상황은 x이며 그에 맞는 발화는 함숫값 f(x)라고 합시다. 이때 우리는 x와 f(x)를 접하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얻는 데이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가 0세~5세에 학습하는 언어 데이터는 매우 한정적이고, 심지어는 100년 동안의 데이터를 학습한다고 할지라도 그 자료량이 유한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따라서 한정된 데이터만으로는 함수 f를 정확히 추측해낼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x=1, x=2, x=3의 함숫값이 f(1)=f(2)=f(3)=0으로 주어졌다고 해도 우리는 함수 f를 f(x)=0, f(x)=(x-1)(x-2)(x-3), f(x)=sinπx 등 무한한 함수를 상정할 수 있는데, 어떻게 하나의 함수만을 선택할 수 있냐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선천적인 기제의 도움 없이, 후천척인 학습으로만은 습득이 불가합니다.
3 : 삼단논법을 통하여 언어도 학습 불가능하고, 선험적 언어기관을 상정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사실 여기에는 인간의 보편적 인지 능력이 언어기관을 대체한다고 설명할 여지도 있습니다. 어쨌든 언어 작용이 선천적임은 밝힌 셈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UG..는 무적이다..
근데 도대체 학부생 맞아요..? 언어학에서도 저 정도 내용이면 최소 3학년이 학습하는 내용인데..? 물론 개념이야 1학년 때 학습한다지만, Andrew Carnie 책은 고학년 서적인데.. 흠, 물론 현 트렌드엔 안 맞지만..
저는 언어학과는 아니고 다른 과 학부생입니다 ㅎㅎ...
2번은 명제든 논증이든 현실하고 너무 배치되는 듯. 일단 컴퓨터 프로그램(무한 루프 도는 프로그램이나 GPT-3등 머신 러닝 프로그램 포함)은 무한한 것을 만들어내는 규칙을 내부에 가질 수 있음. 그리고 어린 아이가 수식어 하나를 반복하는 법만 배워도 무한한 문장 생성 가능. 모든 사람들이 언어 규칙을 정확하게 습득하고 있지도 않음. 다수의 사람들은 문법 계속 틀리고, 아무도 안 가르쳐 준 이상한 말버릇 글버릇 갖기도 하고, 아예 말이 안되는 말을 자신 있게 할 때도 있음 언어 규칙을 엄격하게 지킨다는 문법 나치들이 다 정확히 똑같은 규칙을 갖는다고 보장할 수도 없음. 예를 들어 신조어가 나오면 모든 문법 나치들이 똑같은 활용으로 쓴다고 보장할 수 없음
나도 보편 문법이 있다고 믿고 싶은데 광범위한 사례 조사를 통한 귀납적인 연구 없이 저런 단순한 연역으로 도출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