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 몸이 완전히 회복되고 나서 나만의(?) 수련이 시작되었다.
"뭐? 강해지고 싶다고? 홀홀."
처음에는 대왕노사를 찾아갔다.
"자넨 이미 충분히 강하다네. 무려 불의 기운을 품고 있지 않은가."
"파피로 씨는 각성한 것도 아니지만 기를 다룬다고 들었습니다."
"그건... 그저 자연의 순환을 느끼고 그 순환되는 것을 임의로 조정하는 것일뿐, 한계는 분명하다네. 자네 같은 각성자가 훨씬 강력해. 굳이 누가 강한지 싸워볼 필요도 없지..."
"파피로 녀석은 현실을 인정 못 하는 거 같군... 귀찮겠지만 자네가 좀 이해해주게. 홀홀. 자네는 그저 이곳에서 푹 쉬면 그걸로 충분하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야."
"예? 뭐를..."
"숨 쉬는 건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누구나 자연스럽게 알고 있지. 자네의 불도 그거랑 비슷한 거라네."
대왕노사의 알쏭달쏭한 말을 뒤로하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이번에는 연화를 만났다.
연화는 계곡물이 흐르는 곳 커다란 돌덩어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 같은 것을 하고 있었다.
방해하면 안 될 거 같아 조용히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걷다 보니 이번에는 청운을 만났다.
그는 호랑이 모양의 쌍절곤을 휘두르고 있었는데 빠르고 묵직해 보였다.
청운은 인기척을 느꼈는지 잠시 동작을 멈추고 내 쪽을 바라봤다.
"아, 안녕하세요, 청운 씨."
"승현, 몸은 다 회복됐나?"
"네, 특별히 아픈 곳은 없는 거 같아요."
그리고 그 망할 냉기도 더는 느껴지지 않았다.
"다행이군. 보통 사람 같으면 한 달은 골골댈 텐데."
"하하... 네."
청운의 손에 들린 쌍절곤이 눈에 들어왔다.
"이건 쌍절곤인가요? 특이하게 생겼네요?"
"아, 이건 '환호쌍절곤'이라고 소림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전승 무기 같은 거라네. 기록에는 호랑이가 보인다던데, 아마 그냥 호랑이같이 빠르고 강하다는 은유적인 표현이겠지."
청운의 표정에서 쓸쓸함이 묻어 나왔다.
"곧 점심인데 같이 점심이나 먹으러 갈텐가?"
"네, 좋아요."
마침 배가 고프던 참이었다.
소림에서는 점심과 저녁만 나오기 때문이었다.
며칠을 있어봤지만 신기하게 밥을 먹고 나면 배가 불렀다.
몸도 건강해진 거 같고.
'소림의 나물에는 특별한 비밀이라도 있는 걸까. 아니면 단지 자연 속이라서 그런 걸까...'
깊게 생각하는 건 뒤로한 채 청운을 따라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 도착하니 파피로가 밥을 먹고 있었다.
청운과 내가 자리를 잡고 앉자 파피로도 우리 쪽으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불, 그렇게 돌아다니는 거 보니 몸은 전부 회복됐나 보군."
나는 파피로를 애써 무시한 채 나물을 먹었다.
'역시 이곳 나물은 뭔가 있어.'
먹는 순간 고소한 냄새가 입안을 가득 메웠다.
'이런 게... 행복인가...'
나도 모르게 한쪽 눈에서 눈물이... 윽. 급하게 눈을 비볐다.
"...여기 밥이 그렇게 맛있냐..."
파피로가 질색하듯 쳐다봤다.
"이렇게 맛있는 나물은 처음 먹어봐요..."
"많이 먹어라..."
"핫핫핫! 소림의 나물이 특별하긴 하지. 파피로, 자네 같은 기를 느끼는 예민한 사람이 이 맛을 느끼지 못하다니 아쉽겠군."
청운은 호쾌하게 웃었다.
어라, 그러고 보니 청운이 웃는 모습은 며칠 만에 처음 봤다.
원래 예의 바르고 무뚝뚝하기만 한 줄 알았는데 의외로 따뜻한 사람일지도...
"파피로, 연화는 오늘도 그 돌에 앉아있나?"
"저야 잘 모르죠."
파피로는 심드렁했다
"아... 아까 오면서 봤는데 계곡이 흐르는 돌 위에 앉아있던데요. 연화가 혼자 뭘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뭔가 집중하고 있었지
"그건 연화 나름의 수련 방식일 거라네."
청운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연화도 각성자인가요? 아니면 기..."
"아, 걔는 각성자야. 대왕노사가 직접 연화에게 '바람의 구슬'을 줬더니 빛나더라고. 영감탱이 노망이라도 났나싶었지."
파피로가 말하자 청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 그럼 청운 씨는?"
"아... 하하... 아쉽게도 난 각성자도, 기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아니라네... 노사님께서 뭔갈 느끼시고 그 아이에게 준 거겠지."
청운이 먹던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하긴 다시 생각해보면 대단하긴 해. 연화도 그렇지만 영감은 연화가 각성할 거란 걸 어떻게 안 거야? 신기한 영감이라니까."
파피로는 팔짱을 끼었다
"미안하네, 먼저 일어나겠네, 천천히 드시게."
청운은 그렇게 말하곤 가버렸다.
"에휴, 저놈의 열등감... 나한텐 못 숨기지. 이래 뵈도 '눈치의 파피로'라고 불린다고. 야, 불! 너가 약골이란 건 알겠다. 너가 자유롭게 쓸 수 있을 때 그때 다시 대결하자."
그렇게 파피로도 자리에서 일어나 가버렸다.
그 뒤로 특별한 일들 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매일 산책하고 가끔 노사님과 대화하고, 가끔 연화가 내게 기를 느끼는 법을 가르쳐주고(물론 큰 효과는 없었다). 청운은 혼자 수련하다가 소림의 수련생들을 가르치곤 했다 (가끔 쓸쓸한 미소를 짇고 걸어가는 청운을 볼 때도 있었다), 파피로는 대부분의 시간을 어디서 보내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가끔 청운과 대련 비슷한 걸 하는 거 같던데 대부분 파피로가 이기는 거 같았다.
그렇게 한 달의 시간이 지났다.
벌써 7월... 달력의 날짜를 바라보았다.
날짜는 속절없이 흘러 벌써 한 달이 지나갔다.
'지금쯤 학교는 방학했을까. 날 걱정...'
생각이 멈췄다.
더 이상 날 걱정해주는 사람은 남아있지 않았다.
부모님은 어릴 때 돌아가셨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혼자였다.
혼자가 된 나에게 길거리 고양이 한 마리가 유일한 친구였는데, 어느 날 사고로 그만 멀리 떠나버렸다.
'윽.'
그때 당시 상황은 잘 기억나지 않았다.
떠올리려 노력해봐도 안개가 끼어있듯 잘 생각이 안 나고 머리가 아팠다.
여느 때보다 어둠이 짙게 깔린 밤이었고 난 방 안에 평소처럼 혼자 누워있었다.
'불 끄고 잠이나 자자...'
그렇게 잠이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뭔가 엄청난 붉은 불빛과 타는 듯한 냄새, 그리고 무엇보다... 폭발음 같은 게 들리는 거 같았다.
펑!
펑!
엄청난 수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드르륵
문을 열어보니 소림의 제자들은 분주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눈 앞에는 악몽 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소림 모든 동자승들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고, 수련생들은 어서 가서 물을 퍼와!"
소림의 대부분의 건물이 불에 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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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 가이반, 상황은 어떻게 되고 있나 yo?"
"직접 보시죠."
가이반은 리모컨을 눌러 비행체의 창을 비가시 모드로 전환했다.
거대한 함선 같은 비행체가 공중에 머물러 있었고, 그 밑에는 소림이 불타고 있었다.
"가이반은 왜 직접 안 갔나 yo?"
"살인대좌 님과 찰리 박 님께서 직접 가시겠다고 내려가셨습니다."
"불쌍한 가이반, 신뢰를 잃었군 yo."
"예..."
가이반은 주먹을 꽉 쥐었다.
"젤리는 여전히 수리 중인가 yo?"
"예... 덴져러스 밥 님."
"괜찮아 yo. 그런 고물보다 더 업그레이드 해줄게 yo. 며칠 전 박사가 고대 유적에서 고대 문명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해 yo."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yo. '젤리 갑옷'도 본래 고대 문명의 발굴 현장에서 발견한 살아있는 물질을 가공했어 yo. 갑옷 형태로 만든 건 박사니까 이번에도 업그레이드해 줄 거예 yo."
가이반은 주먹을 꽉 쥐었다.
이번에 성능이 더 향상된다면 그때는 자신이 직접 '불'과 '바람' 두 년놈을 쓸어버리겠다고.
"가이반, 진정해 yo. 그런 표정 지으면 무섭잖아 yo."
"아... 죄송합니다, 덴져러스 밥 님."
"괜찮아 yo. 이제 여기서 상황이 어떻게 될지 천천히 지켜보아 yo."
덴져러스 밥이라 불리는 남자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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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연화는 나이가 어린 수련생들은 대피시키고, 청운은 수련생들을 효율적으로 이끌며 불을 끄고 있었고, 파피로는... 불이 붙은 건물 전체를 얼려버리고 있었다.
대왕노사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폭탄이나 미사일들을 빠른 속도로 쳐내고 있었다.
눈으로 쫓기도 힘들 만큼 빠른 속도였다.
'저게 사람이라고?'
난 당황해서 뭘 해야 할지 모르고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그때였다.
쩌적
쩌적
불이 난 목조 건물 한 채가 무너지면서 날 덮쳤다.
난 급하게 손을 들어 올렸다.
휘이잉!
쿵!
거대한 폭풍우 같은 강한 바람이 불더니 나에게 내리꽂던 잔해를 조금 날려버렸다.
연화였다.
"괜찮아?!"
난 바닥에 철푸덕 주저앉아 내 바로 옆에 떨어진 나무 기둥을 바라보았다.
얼떨떨했다.
"으... 응. 고, 고마워."
연화는 내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일단 너도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
연화가 날 끌고 가려는 그 순간.
"크흐흐, 안전한 곳? 할짝."
입맛을 다시는 근육질의 파란 삐죽 머리가 나타났다.
그를 보자마자 연화의 표정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너... 넌!"
"호오... 이 몸을 알아보는군. 그래, 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강한 남자, '살인대좌' 님이시다!"
파란 삐죽 머리가 날 쳐다봤다.
"너가 그 소문만 무성한 '불'이군. 너의 불은 얼마나 뜨거울까. 할짝. 기대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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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썩.
"허억, 허억."
청운이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약하군... 소림은 원래 이렇게나 약했던가... 저번 습격 때 괜히 쥐새끼처럼 왔다 갔었군. 이 '찰리 박' 님만 왔어도 다 쓸어버렸을 텐데! 하하하!"
하얀 머리, 눈에 초점이 없는 근육질의 남자였다.
"크윽..."
청운은 쓰러진 상태로 쌍절곤을 다시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
파삭
찰리 박은 청운의 '환호쌍절곤'을 발로 밟아 부러뜨렸다.
실로 무시무시한 괴력이었다.
"약하군... 너무 약해... 너무 약해서 솔직히 실망했다. 대체 이딴 막대기로 뭘 하고 싶었던거지? 너 때문에 내 기분이 상했다. 무술도 기도 제대로 다룰 줄 모르는 애송이라니..."
찰리 박은 한 손으로 청운의 머리를 잡고 들어 올렸다.
"끄아아악!"
청운은 머리가 깨질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
"이봐 애송이... 널 뭐라고 불러야 할까? 소림의 모래 한 톨?"
"크윽... 주, 죽여라."
청운의 손이 덜덜 떨렸다.
"크흐흐흣, 재밌군. 그래, 모래 한 톨이라도 알량한 자존심은 있는 건가. 하지만 몸은 솔직하군. 죽음이 두려운가? 소림의 모래 한 톨이여, 마지막 배려로 너에게 선택지를 주겠다. 욕망에 솔직해지는 건 어떤가? 강해지고 싶나?"
=====
"1, 2, 3번. 3, 6, 9번 미사일 발사."
슈우웅
콰과광!
"저 노인네 여전히 팔팔하군 yo."
"...사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득히 빠른 속도.
평범한 사람은 절대 아니다.
아무리 주지가 직접 나선 경우를 본 적도 없고 보고 받은 적도 없지만, 이렇게까지 괴물이었을 줄이야.
"대충 짐작은 가 yo."
"예? 그, 그게 무슨..."
"과거에 소림에는 3개의 '열쇠'들이 있었어 yo."
"예, 그건 저도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맞아 yo. 최근 빈집털이 했을 땐 '불' 하나만 있었어 yo. '바람'은 알려진 대로 소림의 한 수련생에게 갔었고 yo. 그리고 '불'은... 굳이 말하진 않겠어 yo."
"예..."
가이반은 그날의 치욕이 떠올랐는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럼 마지막 조각은 어디에 있을까 yo?"
"덴져러스 밥 님... 설마..."
가이반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가이반의 시선은 화면 너머의 노인을 향했다.
"맞아 yo. 마지막 열쇠. '번개'는 저 노인네가 각성했을 확률이 99%에 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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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끝이 없군."
파피로는 불에 타버려 무너질 듯한 기둥들을 얼리고 있었다.
아무리 자연의 기를 빌려서 쓰고 있는 상태라도 임의로 그 흐름을 조작하는 건 오롯이 파피로의 힘이 필요했다.
파피로의 손이 덜덜 떨렸다.
'한계인가.'
파피로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 너머로 쉴 틈 없이 쏟아지는 융단 폭격들 속에 영감이 쉼 없이 그걸 온 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영감이 번개의 각성자었나. 칫.'
파피로는 혀를 찼다.
'어쩐지 대련 때마다 너무 빠르더라니... 손도 못 쓰고 당한 이유가 있었군. '
이미 '노벨'에 지원 요청을 보냈지만 도착 때까지 아직 시간이 필요했다.
"파피로 님이 고작 이런 걸로 무너질 수는 없지."
파피로는 심호흡을 했다.
"좋아, 충분히 쉬었으니 다시 시작해볼까!"
파피로는 불타는 기둥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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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이잉
쿵!
"크헉!"
파랑 머리의 손바닥 한 번에 연화의 바람을 뚫어버리고 연화를 그대로 바람과 함께 날려버렸다.
바위에 부딪힌 연화는 그대로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저딴 게 바람? 아— 너무 실망이군. 각성자라고 기대했는데 차라리 선풍기가 더 시원하겠어. 할짝."
연화를 날려버린 뒤 할짝거리는 모습을 보니 다리가 덜덜 떨렸다.
"으으..."
"푸하하핫! 너 지금 떠는 거냐? 각성자라는 놈이? 푸하하하! 넌 '불'이랬지? 요리할 때 쓰면 딱이겠군."
파란 머리가 나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오늘 밤은 널 이용해 무슨 요리를 먹어야 할까? 할짝."
"사... 살려주세요."
난 온몸이 덜덜 떨리면서도 무릎을 꿇었다.
"자기 주제를 아는 벌레라... 나쁘진 않군. 하지만 난 벌레 같은 놈들을 괴롭힐 때마다 희열을 느낀다. 천천히 즐겨보자고. 밤은 기니까. 할짝."
파란 머리는 곧바로 손바닥으로 승현을 내리쳤다.
승현은 바로 바닥에 처박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살인대좌는 그런 승현의 머리를 잡고 다시 들어 올렸다.
바닥으로 승현의 머리에서 흐르는 피가 흘러넘쳤다.
"쯧쯔... 나름 안 죽게 힘 조절을 한 건데 진짜 벌레 같군. 조심히 안 다루면 죽어버리겠어."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대좌는 한 손으로 승현의 복부를 강타했다.
"크허억!"
승현은 피를 토해냈다.
엄청난 고통으로 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때 어디선가 소리가 났다.
치지직
"아아, 대좌. 여긴 밥이 에 yo. 상황은 정리됐나 yo?"
"아, 밥 님. 다 끝내고 즐기고 있었습니다."
"안 봐도 비디오네 yo. 좋아 yo. 하지만 거기까지만 하세 yo. '열쇠'들이 죽어버리면 곤란해 yo."
"할짝. 아쉽지만 밥 님의 명령이라면... 귀환하겠습니다."
"좋아 yo. 노벨녀석들... 특히 그 골칫거리 그레이트 황이 오기 전에 가야 해 yo."
"알겠습니다. 할짝."
"거기... 동작 그만."
풀숲을 헤치고 노랑 삐죽 머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엉?"
파피로는 쓰러져 의식을 잃은 연화와 피가 흥건한 승현을 번갈아 보곤 파랑머리를 쳐다봤다.
"너냐?"
"푸흐흐흣... 이번엔 노란 벌레인가... 할짝."
대좌는 말없이 파피로에게 다가가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퍽!
둔탁한 소리가 나더니 파피로가 저 멀리 날아... 날아갔어야 했다.
하지만 파피로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게 전부냐? 이제 내 차례네?"
파피로는 얼음을 감싼 주먹으로 대좌를 날려버렸다.
쿵!
"푸하하하하하하!"
저 멀리 바닥에 처박힌 대좌가 다시 일어났다.
"이제 보니 벌레가 아니라 개새끼였군. 장착, 빔 실드."
대좌의 오른손에 작은 방패가 생겼다.
"이건 빔 실드라고 하지. 네놈이 어떤 공격을 하든 모두 흡수하고 반사..."
"거참 파란 민머리 아저씨 주둥이로 싸우나."
"망할 강아지가...!"
싸움은 계속되었다.
파피로가 주먹을 날리면 대좌는 굳이 막지 않았고, 그때마다 오히려 파피로는 단단한 강철을 때린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대좌는 손바닥을 날렸다.
"크흑!"
파피로가 살짝 뒤로 물러났다.
"개새끼, 아까까지의 여유는 어디다 팔아먹었나?"
대좌는 엄청난 힘으로 파피로를 발로 차 공중에 띄웠다.
"노랑 머리, 오늘은 널 요리해 먹으면 맛있겠군. 할짝."
파피로가 떨어질 때를 맞춰 대좌는 손바닥으로 파피로를 날려버렸다.
쿠구궁
파피로는 나무 몇 그루랑 부딪치며 저 멀리 날아갔다.
"푸후후후, 별것도 아닌 것들이..."
"홀홀, 그렇군. 그럼 이것도 어디 견뎌보게나."
순간 하늘에서 번쩍이더니 벼락이 대좌에게 떨어졌다.
"크아아아아아아악!"
대좌의 빔 실드가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리고, 대좌는 그 자리에서 털썩 쓰러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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