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한달 후


스피카(고양이)는 창문 밖을 구경하고 있었다


창 너머로 보이는 다채로운 풍경들


따스한 햇살


스피카는 따뜻함을 느끼며 편안하게 식빵을 굽듯 가만히 앉아있었다


쫑긋


스피카가 승현의 발걸음 소리를 감지했다


고양이의 청각은 확실히 좋았다


하지만


'뭐.. 나쁘진 않다옹, 하지만 원래 이 몸에 비하면..'


그렇다


스피카의 원래 몸은 인간을 아득히 뛰어넘는 초인 이상의 무언가였다


덜컹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스피카는 바닥으로 내려와 천천히 승현에게로 향했다


"냐옹 냐옹."


"아 복덕아."


스피카는 복덕이로 불리고 있었다


승현은 그런 복덕이를 쓰다듬었다


"오늘도 형준 아저씨가 간식을.."


평소랑 다를 거 없는 풍경


어느새 집사가 되어버린 승현은 가방에 손을 뻗어 복덕이의 간식을 꺼내려고 했다


복덕이는 그런 승현의 손 끝만 바라보며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윽"


승현은 무언가에 놀란 듯 곧바로 손을 뺐다


스피카는 승현의 손을 보았다


평소랑 다름없어 보였던 손


이제야 스피카는 승현의 손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승현과 복덕이가 눈이 마주쳤다


승현은 멋쩍은 듯 곧바로 다시 손을 넣어 간식을 꺼내 평소처럼 복덕이 앞에 내려놓았다


"맛있게먹어."


승현은 간식을 내려놓고는 화장실로 향했다


'피..냄새인가냥..'


스피카는 잠시동안 승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설마 집사에게 무슨일이.. 킁킁.'


스피카는 복잡한 생각은 금세 잊어버리고 눈 앞에 간식에만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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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스피카는 조용히 승현의 뒤를 따라갔다


승현을 만난지 한달이 지났다


그 사이 스피카는 고양이의 몸에 어느정도 적응해 익숙해져 있었다


몇 천년 전 신으로 추앙받던 존재


그런 스피카에게 고양이 몸의 적응따위는 일도 아니었다


길거리의 여러 장애물들과 사람들을 피해 몸을 숨겨가며 승현을 따라 겨우 도착한 학교


다행히 승현의 학교는 집까지 멀지 않았다


스피카는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학교 안으로 무사히 잠입하는데 성공했다


승현은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스피카는 한가로이 나무그늘이 있는 돌담 위에 올라간 다음 자리를 잡고 앉아 창가에 홀로 앉아 있는 무표정한 얼굴의 승현을 그저 관찰하듯 지켜보았다


쉬는 시간


승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사라졌다


잠시 후


승현이 다시 자리에 돌아왔고, 곧이어 수업이 시작되는 알림 소리가 스피카의 귀에 희미하게 들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점심시간인듯 승현은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먹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스피카


꼬르륵


'배고프다냥..'


스피카는 허기를 참으며 그저 조용히 승현을 지켜볼 뿐이었다


오후에도 별다를 것 없이 승현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곧이어 수업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고 아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학교를 떠나기 시작했다


'..어제 맡았던 피 냄새는 그저 기분탓이었냥..?'


승현이 건물 밖으로 나왔다


스피카 또한 돌담에서 승현을 따라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누군가가 승현의 양옆에서 어깨동무를 한 채 승현을 어디론가 끌고 갔다


스피카는 그 아이들을 조용히 뒤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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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근처의 어느 골목길


"그.. 그만해."


승현은 맞고 있었다


"아 쉬벌 찐따 shake it가 어디서 반말이야 확 씨."


"야 승현아 오늘 형들이 담배 가지고 오라고 했어 안했어?"


승현의 몸이 덜덜 떨렸다


"하지만 어떻게.."


"아 확 씨 말대꾸하지 말라고 했어 안했어."



불량배A가 한 손으로 승현의 뺨을 내리쳤다


승현은 아무 소리도 지르지 못한채 바닥에 나뒹굴어졌다


"아 그 왜 마트하는 형준 아저씨랑 친하다며 저번에도 가져왔었잖아 그것만 가져오면 형들이 우리 승현이 보호해준다니까?"


"하..하지만 도둑질은 나쁜.."


"하! 승현 승현아! 우리 승현아! 잘 들어 형들이 돈 줄게 나중에 돈 줄테니까 이건 물건을 미리 사는거야 알겠어? 두유 언더스탠? 이해했어?"


"어.. 언제 줄건데요.. 저번에도 돈 같은건 안두셨잖.. 컥."


불량배B가 승현의 배를 발로 찼다


"하 씨 우리 승현이 또 형들 개열받게 만드네 캭 퉤."


승현의 얼굴에 침이 묻었다


"알아서 때되면 준다고 승현아 다음주까지 시간준다 다음주에도 담배 없으면 그땐 우리 승현이 형들이 부모님 만나러 가게 해준다?"


"..그 말.. 취소해요.."


승현은 천천히 일어났다


"..하 이 새끼 눈빛봐라?"


"야 야 그만하고 가자 이번엔 너가 좀 선 넘었다."


"아 놔봐 씨x 야 한대 쳐봐 쳐봐 씨x 부모 뒤진게 대수야?"


"으아아아!"


승현은 있는 힘껏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그런 승현을 비웃기라도 하듯 불량배A는 가볍게 피해버렸고 곧바로 승현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승현은 코피가 터지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 씨x 이 형님이 ㅈ밥처럼 보여도 아빠가 복싱관장이거든? 이게 너와 나의 클라스차이다 이 말이야."


"아야 그만해라 그러다 진짜 애하나 잡겠다."


"냐옹"


"엉? 이건 또 뭐야?"


"고양이?"


"보..복덕아."


승현의 목소리가 떨렸다


"냐옹"


고양이는 천천히 승현이의 곁에 다가와 승현의 손을 핥아주었다


"복덕아? 하 우리 승현이 고양이 키우는구나?"


불량배A는 천천히 고양이를 향해 다가갔다



"캬앗."


불량배A의 발길질 한 번에 고양이가 살짝 공중에 떴다


고양이는 힘 없이 주저 앉았다


"보.. 복덕아."


승현의 손이 덜덜 떨렸다


"하.. 시x 이거 또 재밌는 생각이 났네?"


불량배A는 고양이를 한 손으로 들어올렸다


뚝뚝


한 두 방울씩 핏방울이 떨어졌다


고양이의 입과 코에서 조금씩 피가 흐르고 있었다


"캬아앗!!"


고양이는 그런 불량배들을 보며 하악질을 했지만 불량배A는 킥킥 웃기만 했다


"놔.. 놔주세요 복덕이 놔주세요.."


승현이 애원하듯 불량배A의 발을 잡았다


"아.. 야 승현아 이런 거 키울 시간에 형님들 먼저 생각해주지 않을래? 아! 이 고양이 때문에 우리 승현이가 시간이 없는거구나?"


"아.. 아니에요.. 그런거 아니니까.. 형들이 원하는 담배 꼭 가져올게요.. 제발 놔주세요.."


애원하듯 울면서 빌고 있는 승현의 모습에 불량배B가 A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야, 야 여기까지만 하자 얘 담배도 가져온대잖아."


"아이 씨 이거 놔봐 아직 얘기 안끝났.. 어? 어?"


"어어?"



불량배A가 B의 팔을 뿌리치듯 세게 쳐내면서 고양이를 놓쳐버렸고 고양이는 멀리날아가 벽에 부딪쳐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고양이는 더이상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어어.. 시x. 설마 뒤진거야?"


"아 시..시x 미x 새끼야.. 내려놓으려고 했는데 니가 내 어깨만 안잡았어도.."


"야 시x.. 고양이 뒤지면 재수없다던데 빨리가자."


"어,어 그래."


불량배들은 도망치듯 골목에서 사라져버렸다


"복..덕아..?"


엄마가 떠나던 날


승현의 두 눈에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때부터 승현의 세상은 모든게 변했다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부모님이 모두 사라지자 승현은 마음 한 구석이 텅 빈 것처럼 공허함을 느꼈다


한창 뛰어놀고 즐거웠어야 할 평범한 아이 


하지만 그러기엔 이미 너무나 많이 잃어버린 아이


세상에 혼자라는 공허함과 외로움으로 어찌할바를 몰라 홀로 울고 있을 때,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우연이었을까 운명이었을까


고양이는 혼자 남겨진 채 덜덜 떨고 있었다


작디작은 생명


마치 자신을 보는것만 같아 차가운 빗속에서 승현은 고양이에게 우산을 씌워줬다


"너도 혼자니?"


그렇게 복덕이를 처음 만났었다


승현의 두 눈에서 너무 울어서 말라버린 줄 알았던 눈물방울이 한방울씩 천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복.. 복덕아.. 괘.. 괜찮아?"


승현의 손이 덜덜 떨렸다


"복덕아 안 돼.. 나 날 떠나지마.. 가지마.. 날 혼자두지 말아줘.. 너무 외롭단 말이야.."


"복덕아.. 복덕아.. 복덕아.."


'의식이 흐려진다냥.. 집사야..'


"너가 없는 세상같은거 필요없는데.. 더이상 의미없는데.. 차라리.. 전부 사라져버렸으면 좋겠어.."


'..집사.. 본좌가.. 그 소원 들어줄테니.. 울지 말아라냥.. 세상에서 받은 아픈 기억도.. 본좌가 전부 가지고 가마..'


'미안하다냥.. 혼자 두고 가버려서..'


'다시.. 우리가 만나게 되는 날.. 그땐.. 영원히 함께하자냥..'


'우린 곧.. 다시.. 만..'


그렇게 스피카의 의식은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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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 올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