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카가 한 쪽 무릎을 꿇었다
스피카의 배에는 은은하게 빛나는 주황색 검이 박혀 있었다
"저... 저건 성검... 설마 노벨... 그레이트 황이 직접 온 건가yo..."
스피카는 입가에 흐르는 피를 한 손으로 닦아냈다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갈색 머리, 검은색 도복
인간사 세월을 가늠하기 어려운 먼 과거부터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교회의 보물
그리고 교황으로부터 인정받은 성검의 주인
현재 노벨의 수장, 그레이트 황
"네가 스피카인가"
무덤덤한 표정에 차분한 목소리
"...이 검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니... 놀랍구나"
스피카의 표정에서는 당혹감과 그리움이 섞여 있었다
"성검을 알고 있나?"
황은 차분한 눈빛으로 스피카를 보았다
하지만 경계를 늦추진 않았다
그는 오랜 전투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방심은 화를 부른다는 것을
이미 황과 스피카의 주변에는 수많은 노벨군들이 원 모양으로 일정한 거리를 둔 채 그들을 둘러싸고 있었다
수많은 중화기들과 기적이라 불리는 특수한 능력이 담긴 교회의 보물들을 입은 노벨의 대원들이 스피카를 겨냥한 채 숨 죽이고 있었다
이미 스피카는 포위되어 있었다
"어떻게 잊겠느냐.. 오래전 본좌가 직접 만든 것들인데..."
황은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그 능력도 누구보다 잘 알겠군"
"...너무 방심했구나..."
스피카는 고개를 돌려 승현을 보았다
승현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상황들에 대해 정신을 놓고있었다
승현의 기억 속 고양이
비록 짧은 기간이었고 기억도 잃어버렸었지만, 승현에게 그 고양이는 이미 소중한 친구이자 가족의 빈자리를 채워준 무언가였다
그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승현을 가만히 바라보던 파란 눈동자
승현은 스피카와 눈이 마주치자 놓았던 정신줄을 간신히 붙잡았다
"스피카... 너... 배가..."
계속해서 흘러나와 땅을 적시고 있는 피와 그 피에 적셔져 섬뜩하게 빛나고 있는 주황빛을 띠고 있는 성검
"승현... 미안하구나... 잠시 감정에 먹혀서 본좌가 본의 아니게 소중한 친구에게 상처를 주고 말았구나..."
스피카의 목소리는 작게 떨리고 있었다
"작별 인사는 그게 다인가?"
황의 목소리에 감정은 담겨 있지 않았다
"재밌구나. 본좌가 정성 들여 만든 물건이 결국 돌고 돌아 본좌에게 다시 돌아왔구나..."
스피카는 조용히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황을 보았다
"승현은 살려주는 거겠지?"
"저기 꼬마 말인가? 아쉽지만 스피카 너와 연관되어 있는 이상 살기는 힘들 거다"
"자, 잠깐만yo 그레이트 황, 저는 이 하얀 머리랑 아무 관련이 없어yo!"
황의 시선은 여전히 스피카에 머물러있었다
"아, 깜빡했었군 밥, 너도 있었지"
"그래yo! 우리의 옛 정을 생각해서 저만이라도 이번은 넘어가..."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 밥, 넌 즉결 처분이다"
밥의 움직임이 멈췄다
"후후후... 즉결 처분... 웃기는군yo"
"움직이지 마라, 움직이면 바로..."
쿠구구구궁
"밥님! 살아계십니까!!"
푸른 하늘을 뒤덮은 검은색 비행물체
데스트로소의 비행정이었다
"...갑자기 상공에서 나타났다고?"
황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밥은 그 비행정을 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소리쳤다
"가이반!! 그걸 꺼내세yo!!"
밥의 목소리가 상공에 울려 퍼졌다
미세하게 흐르는 붉은 기운
그 붉은 기운과 합쳐진 밥의 목소리가 비행정 안의 가이반에게 닿았다
"그... 그거 말씀이십니까? 하... 하지만..."
"시간이 없다! 어서! 꺼내yo!!"
"예... 옙!"
황의 주변이 붉게 일렁거린다
그건 밥과 같은 이질적인 기운
밥이 고대 유적에 담겨 있던 힘을 스스로 정제했다면, 황은 교황의 도움으로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이질적인, 하지만 기적이라 불리는 힘을 계승했다
그 힘들의 근원은 하나
바로 스피카였다
"...꼴이 우습구나 본좌가 만든 힘들끼리 충돌하는 걸 본좌가 눈앞에서 보고 있다니..."
스피카는 한 손을 쥐었다 폈다
"...화성인 인형과의 링크는 끊어졌나... 역시 본좌가 만든 검이군... 모든 흐름을 끊어버리는 힘..."
성검, 그것은 모든 이질적인 기운을 차단하고 무효화시키는 오래전 스피카가 직접 빚어내 만든 검
성검에 찔린 순간, 스피카의 모든 힘은 순식간에 차단되었다
스피카가 묶여 있던 쇠사슬과 같은 원리의 물건
과거의 스피카가 미래의 폭주하게 될 스스로를 제어하기 위해 만든 안전장치
'화성인 인형과 금성인 인형은 독자적인 판단 능력이 없다.. 그래서 본좌와 링크가 끊긴 지금 그들은 그저 의지가 사라진 빈 껍데기일 뿐인가..'
밥과 황의 붉은 기운들이 맞부딪치려는 그때
슈우우우웅
쿵
지면에 거대한 무언가가 떨어졌다
스피카의 바로 옆에 있는 거대한 주황색 물체
"고대 병기...! 전부 쓸어버려yo!!"
밥이 고대병기를 향해 손을 뻗으며 소리쳤다
하지만 고대 병기는 움직이지 않았다
"저 깡통이 고대 병기인가?"
밥의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황이 비웃었다
"스피카... 이게 어떻게 된 거예yo?"
"...이건..."
스피카는 주황색 물체에 손을 얹었다
스피카의 손이 황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하더니 그 빛은 사방을 감쌌다
"크윽"
황이 손으로 눈을 가렸다
"말하는 걸 깜박했구나..."
쿠우우웅
"코드가 담긴 손으로 직접 만져야 인식한다고 말하는 것을..."
위잉
붉은 섬광을 번뜩이며 고대 병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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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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