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행 여섯 번째 돌리다 잠을 잊어 글을 쓴다.
식혜 커플이 헤어지지 않을 거란 궁예를 주장하기 위해 쓰기 시작한 글이지만, 전개를 해보니 전혀 상관없는 글이 돼버렸음.
뇌피셜이 난무하는 데다 영양가 없고 주제 의식도 없으니 그냥 재미로 읽어 줬으면 좋겠다.
다들 알다시피 울드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이란 영화를 각색한 드라마임.
앞으로의 극 전개를 예측하기 위해선 영화를 참고하는 게 당연한데, 나샛은 한가지 작품을 추가로 언급할 거임.
영화 ‘홍반장’의 각본을 썼던 故 신정구 작가의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
영화 개봉일은 2004년 3월 12일이고 시트콤 시즌 1 방영일이 2005년 1월 24일임. 비슷한 시기에 쓰여서인지 비슷한 점이 많이 보임.
1. 촌스러운 남주의 이름
시트콤 남주는 이두일, 영화 남주는 홍두식. ‘두’자 돌림과 촌스러움을 공유.
2. 결핍이 분명한 남주
시트콤 남주 이두일은 한부모 가정에서 태어나 나이 40세가 되도록 독신이며 동정.
백화점 대리, 140만 원 밖에 안되는 저렴한 월급에 의존해 살아갈 정도로 능력 없고 불운한 남성. 살도 쪘고 외모도 별로.
영화 남주 홍두식은 아예 직업이 없음. 고아 출신에 동네 할아버지에 의해 키워짐.
시놉시스 상 ‘훤칠한 키에 수려한 용모, 모르는 일도 없고 못 하는 일도 없는 30살의 남자’이지만, 극 중 드러난 스펙 최대치는 주먹질과 공인중개사 자격증. 도배 장판 등은 자격증마저 없어 야매. 대졸. 대학명과 학과는 밝혀지지 않음.
3. 당당한 스타일의 여주
소심한 두일에 비해 프란체스카는 무뚝뚝한 성격.
도박을 좋아하고 낭비벽이 있는 등 속물적 면모를 비치기도 하는데, 방영 당시에는 보기 어려운 캐릭터. 뱀파이어라 힘도 세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에피소드 다수.
영화 속 윤혜진 역시 성희롱 씬이나 자동차 사고 씬에서 나타나듯 주체적이고 정의로운 캐릭터.
지금 보면 대처에서 한계가 뚜렷히 드러나지만, 역시 시대상을 반영해서 봐야할듯.
(정의로운 완벽주의자, 치과의사 혜진. 평의사의 인권을 위해 시위하며 내민 사표가 즉석에서 수리된 바람에 직장을 잃은 여자. 자신의 철두철미한 의료행위가 결벽증에 또라이라고 폄하되어도 굴하지 않는 여자. 천만 운전자를 대변하기도 하고, 수백만 성범죄 피해자들을 대변하기도 하는 그녀 – 위키 펌)
공통점을 살펴보면 두 작품이 공유하는 모티브와 정서가 느껴질 거임.
‘남주를 구원하는 여주.’
두일이는 말할 것도 없고, 세상 쿨한 홍반장 역시 자기가 사랑하는 것은 모두 자기를 떠나게 된다는 망상으로 연고가 밝혀지지 않은 배를 언덕에 올려놓았을 정도로 찌질한 면이 있음.
그런 남주들을 씩씩한 여주들이 서서히 자기 색으로 물들이는 게 두 작품의 공통점임. 소심하고 겁 많은 남자를 용감하고 당당한 여성이 이끌어주는, 일종의 신데렐라 콤플렉스 혹은 역클리셰가 성립하는 거지. 물론 여주 역시 변하긴 함.
(나샛은 ‘프란체스카’의 이두일과 ‘홍반장’의 홍두식은 작가가 자신을 대입한 캐릭터가 아닐까 하는 궁예를 해봄.)
그렇기에 두 작품은, 특히 ‘홍반장’은 남녀역할이 허물어지는 현재에 더 각광받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봄. 극장 관객 수 83만 명밖에 안 되는 영화가 지금에 와서 리메이크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함. 물론 홍반장은 관객수에 비해 아주 유명한 영화임. OCN에서 주구장창 틀어줘서. (액션 블록버스터 위주인 OCN에서 자주 방영된 것도 남성향의 로맨스라서라고 궁예해봄.)
잡설이 길었는데, 나샛은 울드가 이 영화 ‘홍반장’를 상당히 충실하게 따라가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거임. 갯작가님이 의도한 건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프란체스카’가 보이기도 하고.
“너 없이 혼자 34년을 살았는데 널 알고난 뒤 이 하루가 평생처럼 길더라”
-갯차
“두일아.
널 만나기전 나, 아니 우리 가족들에겐 시간이라는 게 없었어.
우리에게 시간은 흐르는게 아니었어.
견디는 거였지.
널 만나면서 시간이라는 게 흐르기 시작했어.
두일아 넌 우리의 시간을 흐르게 해줬어.
시간이 흐르더라.
네가 돈을 벌어오길 기다렸고.
네가 빨리 퇴근해서 내가 만든 맛있는 음식을 먹어주길 기다렸어.
밤이오면 너와 사랑을 속삭이길 기다렸고.
500년동안, 아무것도 다를 게 없던 아침과 밤이 오는 일이... 기대로 가득 찼어.
넌 떠났어, 하지만 시간은 멈추지 않았어.
나와 우리 가족은 너의 추억으로 시간을 흐르게 할 거야.
고마워 두일아.
넌 너무 큰 것을 줬어.”
-프란체스카
두식이가 혜진이의 고백을 받아들이면서 원작과 스토리가 달라졌지만, 나샛은 여주의 강하고 단단한 캐릭터성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봄. 그게 '프란체스카'와 '홍반장'의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하거든.
그러니 두식이가 어떤 과거가 있건 어떤 방법으로 혜진이를 밀어내던 혜진이는 쭉 두식이 곁을 지킬 거임.
울드는 앞으로 큰 파도 없이 해피엔딩을 향해 치달을 거다 이거지.
나샛이 준비한 썰은 여기까지임.
뻔한 얘기를 돌려 돌려 말하고 나니 현타가 오네....
11화나 한 번 더 봐야겠다 시벌.
+
주의! 스포일 수도 있는 궁예 두 가지!
1. 보라 엄마 출산씬
원작 영화에 있음. 비중이 크진 않음.
2. 두식의 과거 행적을 유추할 만한 단서
영화를 보다 찾은 한 컷을 첨부함.
나샛은 전에 썼던 글에서 두식이 알려지지 않은 5년간 사업을 해서 부 혹은 지위를 얻었을 거라고 궁예했었음. 밝혀지지 않은 영두식의 전공과 관련됐을 수도 있지만 드두식의 과거와 관계가 있을 수도 있음.
오 갤러 분석 대단하다 잘 읽었어!
영화랑 비교하며 리뷰한글이라 그런지 더 잼나네ㅇㅇ보라엄마 출산씬 나올지도ㅋ
그렇게되든 아니든 너의글은 쿵 와닿는다 글 정말 고마워
헐~ 저것은.인공지능???
솔직히 혜진이 넘 멋있어서 완전 좋음. 게다가 내 최애 시트콤 프란체스카 작가가 원작자였구나. ㅋ
출산신은 있을꺼같아 굳이 임산부설정. 너님 대단하다.
친할아버지가 아닌거야?
영화에선 동네 할아버지가 사고로 고아된 홍반장을 거두고 동네사람들이 공동양육 비슷하게 함
그렇구나,, 고마워 두식이 맴찢이네
책이 AI 이네 - dc App
뭐야 친할아버지아니었어??ㅠㅠㅠㅠㅠ
코미디지만 깊은설정에 감동해따
그래서 그런지 드두식은 사랑을 갈구하는 강아지 느낌인데 영두식은 완전 늑대임 고독이 체득돼있는.
드라마가 순한맛이었네ㅠ 작가가 영화에 안나오는 과거를 만들어내느라 엄청 고민했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