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털이지만 나갯또 홍반장이랑 너무 비슷한 상황이라 이해됨

굳이 셀털을 하는 이유는 이게 진짜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정서라

그 이해할 수 없는 정서를 조금이나마 뒷받침하고자 한 거임


두식이한테 있어서는 과거를 밝힌다는게 죽기보다 싫을거임

상대방이 소중하지 않아서가 아님. 내 과거를 들추는 것 자체가 그냥 고통이니까.

상대방이 못미더워서가 아님. 내 과거 나도 감당 못하겠는데 과연 상대방이 이해할지 감히 헤아릴 수 없으니까.


하지만 그건 본인 사정이고,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는 그게 민폐라는 걸 너무 잘 아니까

모두에게 잘해주지만 내 옆에 누군가를 두지는 않았을거야 두식이는.

그게 주변 사람들에게는 벽치는 것같고 거리두는 것같아서 서운하게 느껴지겠지만

그 벽 속에서 처절하게 외로워야 할지라도 본인이 져야 할 짐은 어디까지나 본인 몫이라고 생각해왔던 거지 두식이는.

그래서 마지막까지 혜진이에 대한 마음 억누르고 억누른건데

자각하고나서 용맹토끼처럼 돌진해오는 혜진이 앞에서 더 자기 마음 숨기지 못하게 된거잖아.


자 그럼 혜진이는 당연히 두식이와 미래를 함께 꿈꾸고 싶겠지?

근데 두식이는 헤어짐이 너무 익숙한 사람이야.

헤어짐은 너무 싫고 두렵지만, 만남과 동시에 헤어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삶을 살아왔어.

그리고 지금까지 자신의 삶이 결코 예측할 수 없게끔 흘러왔지.

어렸을 적부터 하늘과 땅이 뒤집어지는 경험을 몇번이나 했던 두식이로서는

당연히 자신의 미래 또한 감히 꿈꿀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을 거야.


그렇게 두식이는 있는 힘을 다 해 '현재'만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가 된 거야. 그에게 과거와 미래는 없어.

'지금 이 순간' 그저 자기에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자기에게 주어진 사람들을 묵묵히 배려할 뿐이지.

거기에 자신은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혜진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그렇다 해도 두식이에게 있어 혜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을 거야.

그 꿈 속에서 나에겐 너무나도 과분한 그 달콤함을 있는 힘껏 붙드는 것말고는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

두식이에게 있어 '미래 = 헤어짐'은 공식이니까. 


이런 두식이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작가님의 전개방식이

다소 답답하고 불친절해보일 수 있지만

나는 오히려 두식이라는 캐릭터를 누구보다도 이해하고 배려해주시는 거 같음.

아직 두식이에게 있어 과거를 들추는 순간은 곧 대중앞에서 옷이 벗겨지는 느낌일거고

아직 두식이에게 있어 미래를 말하라고 한다면 그것은 곧 헤어짐의 슬픔을 던져주는 것과 같으니까.

두식이에게 현재라는 행복한 시간을 충분히 주면서,

천천히 스스로가 그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시는 느낌이라

내가 작가님께 다 고마울 지경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