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식  왜 안 자고 나와있어.

혜진  아..

두식  왜 남의 책을 함부로 만지고 그래.

혜진  미안해..

두식  아냐. 내가 미안.. 별것도 아닌데.

혜진  근데 누구야? 그 사진 속의 사람들.

두식  그냥.. 아는 사람. 들어가자.

혜진  앞으로 계속 이럴 거야?

두식  뭐가?

혜진  그냥 아는 사람, 그냥 회사원.. 뭐 하나 얘기해 주지도 않고 그냥.. 다 이렇게 얼버무릴 거냐고.. 나는 다 보여줬잖아. 우리 아빠, 새어머니, 그리고 바보처럼 취한 모습도. 나는 홍반장이라면 다 괜찮을 것 같은데. 홍반장은 안 그래?
난 있잖아.. 오늘 윤경 씨가 너무 부러웠어. 그렇게 어렵고, 힘든 순간도 같이 하기로 약속한 사람이 있어서.. 아니 버킷리스트 해주겠다는 약속은 지키면서.. 그 온갖 것 들은 다해주면서.. 왜 정작 제일 중요한 건 안 해줘? 왜 홍반장에 대한 얘기는 안 해. 대체 뭐가 그렇게 어려워.. 난 있잖아.. 홍반장이 진짜 너무 좋아. 그래서 알고 싶어. 홍반장이 어떤 삶을 살았고,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나는.. 홍반장이랑 내가 우리가 되는 순간을 꿈꿨는데.. 무슨 말이라도 좀 해봐.

두식  미안해..

혜진  왜 자꾸 내가 모르는 사람이 되려고 해? 왜 자꾸 멀어져.. 왜 자꾸 낯설어져.. 난 이제 홍반장이 누군지 모르겠어. 어떤 사람인지..

두식  나도.. 나도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