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분석과 약간의 궁예를 해보자면



"나도. 나도 모르겠어" 이 짧은 한마디가 두식이의 불안한 심리를 다 표현 한 것 같음.
겉모습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지만 마음은 깊숙하게 자리잡은 상처로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거지.
나도 모르겠다는 말이 지금 내가 서있는 곳이 현재인지 과거인지 그 어디쯤인지 모르는 그 시간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두식이를 보여주는 한마디인듯해.

두식이의 마음은 아물지 못하고 과거에 머물러있는데 시간은 붙잡을 수 없이 흘러가니까 그 시간의 간극 안에서 자신을 잃어버린 느낌.
그래서 미래는 감히 생각할 수 없는 그런 상태.
미래까지 꿈꾸는 순간 과거에서 멈춰버린 자신의 마음의 시간과는 더욱 간극이 커지니까 자기 자신을 영영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이 있지 않을까.

아마 직업을 특정 짓지 않는 이유이기도 할 것 같다.
당장 현재의 할 일들, 현재에 할 수 있는 일, 지금 내가 느낄 수 있는 감정들에 집중하는 삶을 살아내는 거지.
현재를 살아가기에도 버거우니까.

불안하기만 한 자신이, 미래를 약속 할 수 없는 자신이라서 그래서 그동안 혜진이를 애써 밀어냈던게 아닐까.
하지만 두식이 한 걸음 물러나면 세 걸음 다가오는 혜진이에 대한 마음에 두식이도 마음속에 윤혜진이라는 존재가 자리잡게 된 것 같음.

근데 현재를 살아가기에도 버거운 두식이라서 현재 자신이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함께 하는 것에만 집중했던 느낌.
당장 함께 할 수 있는 버킷리스트를 하고 지금 내가 만들어 줄 수 있는 선물을 하는 것처럼.
그러니까 두식이는 그동안 혜진이와 함께하는 오늘에 오늘을 더했던 것 같아.

하지만 혜진이 입장에선 연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미래를 언급하지 않는 두식이 불안한거고.
오늘 동기들이 결혼은 현실이니까 라는 소리를 듣고 깨달은 것 같아보여.
결혼은 현실이기도 하지만 연인사이에서 미래를 꿈꾸는 일이기도 하니까.
거기다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키우고 어렵고 힘든 순간 같이 하기로 약속한 윤경.금철 부부를 보며 우리의 미래를 꿈꾸는 일에 대한 생각들이 더 깊어졌을듯해.
두식이와 지금 당장의 연애는 행복하지만 생각해보면 둘의 미래를 얘기하지 않는 두식이 혜진이에겐 불안함을 줬던거지.
당장에 1년뒤의 모습도 혜진이는 둘의 모습을 물었지만 두식이의 답은 그렇지 않았으니까.
되돌아보면 두식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혜진이는 모르겠으니까 두식이 더 멀게만 느껴졌을 테고.

두식이는 '함께'를 꿈꾸는 '현재'로 시작했지만
혜진이는 '우리'를 꿈꾸는 '미래'로 시작했으니
지금의 위기가 올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근데 다행이라면 헤어지진 않을 듯 함.
두식이에게 시간을 줄 것 같아.
엔딩이랑 예고에서 보면 두식이 끝끝내 자신의 얘기를 하지 않았고 혜진이 울면서 나가다 여통장님을 만난 것 같은데.
여통장님 통해서 두식이 다시 공진으로 돌아왔을 때의 얘기를 듣게 되고
처음에는 말하지 못하던 두식이에게 상처받고 나왔지만 무너져 내린듯한 두식이의 표정과 자기 자신도 모르겠다는 두식이의 그 말이 혜진이의 마음을 다잡게 했을 것 같아.
나도 모르겠다는 말이 나조차도 나를 잃어버린 조각난 두식이의 마음속을 들여다 보는 것 같기도 하니까.

그래서 예고에서 혜진이 말로 궁예해보면

'나는 여전히 홍반장이 좋아.
내가 그린 미래에 홍반장이 있었으면 좋겠어.
그치만 지금처럼 내가 홍두식이라는 사람을 모르는 채 사랑할 수 없다는게 내 결론이야.
나는 결론을 내렸지만 홍반장에겐 추가 시간을 줄게.
자신의 얘기를 할 수 있게.
근데 너무 오래 기다리겐 하지마'

이런식으로 얘기하지 않을까 예상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