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많은 것들을 궁금해하지만

네게 속시원히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밀어두었다가도

고요한 밤이면 다시 새까맣게 몰아쳐대는 이 고통을

내가 어떻게 너에게 쏟아낼 수 있겠어.


그러니 너는 몰라야만 해.






그래, 너는 언젠가

다시 서울로 돌아가고 싶어할지도 몰라.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런데 나는...

나는 그럴 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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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러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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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기 남을 수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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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공진이 좋아.

나라는 사람이 있어도 되는 곳이라서.


네가 서울로 돌아가는 날이 정말 온다면 

아마 난 많이 슬프겠지.


그런데...

나는 공진에 머물러야만 하는 사람인 걸.

평생 여기서 혼자 너를 그리워해야한대도

그것조차 내 운명인 걸.






그리고 내 운명은 결국,

너로부터 나를 오래 숨기도록 두지는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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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네가 너무 좋아.

나도 너와 온전한 우리가 되고 싶어.

나도 그런 꿈을 꿔.


그치만... 그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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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나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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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아는 홍반장은 

홍반장일까 아니면 나일까.






나는 오래 전에 이곳으로 돌려보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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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투성이인 채로,

낫지도 못하고 여기에 묶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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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홍반장이 되어야만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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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속에서 하루종일 끓어대는 아픔을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버텨내야

비로소 버텨졌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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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홍두식으로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런데 너는,

내가 홍반장인지 홍두식인지도 모르면서.

언제가 될지도 모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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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기다리겠다고.


네가 홍두식이라는 사람을 알게 되면,

진짜 나를 알게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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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를 어떤 눈으로 바라볼까.






모르겠어.

아무 것도.


그냥...

나는 너를 아프게 하고 싶지 않은데

너는 나를 알지못해 아파하니까.

네가 항상 먼저 손내밀어 오니까.

나라면 다 괜찮을 것 같다고 말해주니까.

네 눈빛이 진심으로 나를 향해있으니까.


나, 네 앞에서는

내가 돼볼게.


다만 홍두식이 돼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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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지도 않는 네 용기에,

내가 한 번 져보려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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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네가 너무 좋으니까.

같이 있고 싶으니까.

오래오래 너와 행복하고 싶으니까.






그런데 혜진아.


기어코 마음을 먹었는데,

네게 긴 얘기를 해주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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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약속은 지키지 못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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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든 것을 다 아는 내 운명이,

나를 가만두질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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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홍반장이든 홍두식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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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기에도,

이 공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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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르면 안 되는 사람이었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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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신 죽었어야했던 건가 봐.

그 말이 맞았어.


나는

어디에도 없는 존재였어야 되는 거였어.






너를 욕심낸 대가일까?


모두를 불행하게 해놓고

나 혼자 행복해지려 해서?


그런 행복은 영원히 허락되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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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또 어디서 누구로 살아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