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에 나왔던 미술관 가본 적 있는데 극중 나온 작품명에서도 드러났듯이 이 미술관 테마 자체가 가족이고 참 마음이 평온해지는 공간이거든
화가님은 집과 가족의 따스함을 많이 그렸던 분이고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도 대부분 아내의 헌신, 아기와 엄마, 가족의 사랑 이런 주제임
전국에 미술관 박물관이 몇 백개 있을 텐데 제작진이 유독 여기를 택한 건 이유가 있겠지
그러면서 가족이란 화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는데
두식이가 이전 회차들에서 책 속에 꽂힌 정우형 사진을 볼 때 형 독사진일 수도 있고 두식이와 같이 찍은 사진일 수도 있는데 굳이 형네 가족 사진을 보고 눈물 흘렸잖아
  
난 일단 두식이가 직접적으로 뭔가를 크게 잘못했다기보다는 할아버지 일 때처럼 혼자 원망을 뒤집어쓰고 괴로워하는 상황인 걸로 가정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지금 두식이 마음 속에 어떤 죄책감이나 부채의식이 있다면 그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단란했던 가정이 자기 때문에 깨진 거라는, 그래서 나는 남의 행복을 빼앗았으니 행복할 수 없다는 의식의 흐름일 거 같거든
이 앞 회차들에서 어린시절 행복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였던 식혜 각자의 가족사진이 정우형네 가족사진에서는 두식이에게 행복을 회피하게 하는 정 반대 역할을 하는 거지
  
이게 깨지려면 공진에 찾아온 누나가 결자해지하는 장면은 무조건 나와야 될 거 같아
셀털 미안하지만 나도 예전에 두식이 할아버지 트라우마를 비슷하게 겪은 적 있는데 그 상황을 겪어보면 내 탓이 아니라는 걸 이성적으로는 알면서도 그 쪽으로 생각이 안 되고 순간의 충격에 압도되어 스스로를 자책의 구렁텅이에 몰아넣게 돼
‘네 탓이 아니야’라는 주위의 얘기가 없었으면 오랫동안 땅 팠을 텐데
두식이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그 때마다 주위에서 오히려 네 탓이라고 비난하는 상황이 반복됐으니 저 정도 깊은 트라우마가 생긴 것도 이해가 가
  
그래서 두식이가 지금 트라우마에서 빠져나오려면 ‘네 탓이 아니야’ 그러니 ‘행복해질 수 있어’ 라고 꾸준히 그리고 진실되게 말해주는 어른이 필요함
14회에서 감리 할머니가 그랬고 앞으로도 혜진이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그럴거야
다행히 14회에서 그 누나분이 많이 안정적으로 보였고 뭔가 한 건 해줄 것 같았어서 과거 감정의 잔여물을 일부 해소시켜주지 않을까 싶고
  
그리고 이런 암담한 상황에서 두식이 트라우마가 어느 정도 극복됐다는 걸 증명하는 것은 결혼하고 아이를 갖고 '가족'이라는 평범한 일상 속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 들어갈 수 있게 되는 마음 상태일 텐데
14회에서 대비되서 보여주던 게 미선네 커플의 대화였지 결혼과 자녀계획 등 미래를 그리는 데 거리낌이 없잖아
반면 식혜네는 두식이가 혜진이를 너무 좋아하면서도 먼 미래를 떠올릴 때마다 마음 속 차단기가 자꾸 내려오는 게 문제인데
주위의 따뜻한 말들과 두식이 스스로의 변화를 통해 죄책감이라는 차단기 없이 미래를 그리는 상황이 빨리 오면 좋겠어
  
이 앞 회차들에선 너무 예쁘고 설레어서 현생망이었는데
이번주는 너무 맘 아프고 두식이가 걱정되서 현망진창
솔직히 14회 끝난 직후에는 두식이 행복해지는 모습이 온전히 보여지지 않을까봐 멘붕이었던 거 같은데
  
또 며칠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보니 트라우마 수심이 깊을수록 반등해서 올라오는 폭도 클 테고
여지껏 작가님이 메시지의 전체적인 방향을 뚝심 있게 잘 잡고 오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두식이가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도 믿음을 갖고 기다려보려고
15회는 얽힌 실타래 풀어나가느라 어쩔 수 없더라도 16회에서만이라도 식혜네 찐행복 순간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