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주관적인 감상으로 적어봄 대체적으로 두식이 시점에 과몰입함

<첫 목격>

서핑을 즐기는 두식이는 혜진이에겐 그저 바닷가 풍경 속의 일부로 시작되었어

그 나이답게 꺄르르 놀다가도 아픈 엄마 걱정에 마음껏 웃을 수 없었던 어린시절 자신의 모습 그리고 그리운 엄마, 유년시절의 기억속에서 혜진이의 근원적 슬픔을 넌지시 설명하던 장면

(에필로그) 같은 시각 역시 두식이도 혜진이를 봤었대 두식이는 혜진이를 풍경속의 일부로 본 것도 아니고 첫눈에 반한 것도 아니었다고 생각해

행복할 땐 행복한 것들만 보이다가도 슬플 땐 슬퍼 보이는 것들만 유독 더 눈에 들어오듯이 아마 두식이는 홀로 앉아 멍하니 바다를 보고 있는 혜진이를 슬픔이라는 존재로 보았을 것 같아 이 순간 묘한 동질감 같은 걸 느꼈을 것 같고.. 무겁진 않은 동요라 그저 시선을 돌리면 금방 휘발되어 사라질 감정 정도랄까

실제로 저 시각 혜진이는 유년시절 기억에 잠겨 있었어

이 부분은 과몰입으로 너무 멀리 간 감이 있는 주관적 해석이었음

정신차리고 이 장면들에서 딱 표현한 만큼만 보려 노력한다면 두식이에겐 다소 임팩트있던 첫 목격으로 무난하게 정의내려도 좋을 것 같아
 
<본격 첫 만남>

"나머지 한 쪽 좀 찾아주시면 안 될까요?"
"옛날에도 그쪽같은 사람이 좀 많았나봐"
"네?"
"아니 선조들이 미리 속담까지 만들어 놨잖아 물에 빠진 사람 건져 놨더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한다"
"어머 아니에요 그런 뜻은.. 아 제가 워낙 물을 무서워하고 마침 그쪽이 물이랑 친하신 것 같길래 그냥 부탁 한 번 드려본건데.."
"뭔가 착각하나본데 내가 그쪽 신발을 건져준 게 아냐 그쪽 신발이 내 보드위에 무임승차 한거지"

구두를 준 두식이에게 나머지 한 짝을 찾아달라는 선을 넘은 부탁까지 할 정도로 혜진이는 비싼 구두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지배했을거야

그런데 두식이 입장에서는 황당하지 사실 손에 들어온 구두 한 짝을 돌려줬으면 해야할 도리 다 한 거가 맞아 그러니 여기까진 혜진이를 그냥 내버려 둬도 되는 마음이었던 것 같아 그래서 자리를 떠나려 했어

그치만 바로 뜨지 못하고 갈등해

잘은 몰라도 어딘가 슬퍼보인 사람으로 인식했던 것 때문에 마음에 걸렸나 싶었지만 어디까지나 내 주관적 감상

첫 인상도 (슬픔을 본 것) 혜진이의 난처해하는 소리도 (인류애적 차원) 열일하여 두식이를 뒤돌아 보게 하는데에 성공했어

동동 구르는 맨발이 눈에 들어왔고 결국 슬리퍼를 툭툭거리며 내어주는데에 이르게 됨

이 장면들의 흐름을 종합해 보면 슬리퍼는 어디까지나 인류애적 차원의 호의로 보여 그러니까 첫눈에 반한 사랑같은 건 아니라고 확실히 설명해두고 시작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어

<좋은사람>

(에필로그) 두식이에게 슬퍼보였다가 황당한 사람이던 혜진이에 대한 인식이 ‘좋은사람’ 으로 각인된 최초의 순간이야

누가봐도 인류애가 차오르는 풍경.. 두식이도 바닷가에서 뭘 받자고 한 일은 아니지만 그냥 가려던 마음을 접고 혜진이에게 마음을 쓴 일이 잘 한 일로 느껴질테고

이때 남은 건 '흐뭇한 기분' 정도였을 것 같아

<들뜸과 위장>

두식이 표정 봐 존나 아무것도 모른다는 양 뻔뻔한 놈 ㅋㅋㅋㅋㅋ 카페에서 순전히 우연으로 또 마주친 거라는 거지 ㅋㅋㅋㅋㅋ 알았어

(뇌피셜 주의) 카페에서 두식이는 사뭇 신비로운 느낌이 들었을 것 같아 어쩐지 슬퍼보였던 사람의 구두 한 짝이 얼떨결에 내 손에 들어왔고 슬리퍼도 주었고 약국 앞에서도 보았는데 그도 모자라 이렇게 카페에서 또 마주쳤는 걸

혜본 미소가 유독 예쁜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인데 두식이도 약국 앞에서 그 미소 봤음

자 그렇다면, 두식이 마음은 어땠을까?

카페에서의 두식이 행동을 관찰해 보면 이런 내면을 위장이라도 하려는 듯이 필요 이상으로 경계하고 또 필요 이상으로 퉁명스럽게 굴고 있다는 게 두드러져 보여

이런 우연의 연속은 사람 마음을 괜시리 들뜨게 해 (아니 나만 그래..?) 이럴 땐 세상 모르게 들뜬 마음 들키지 말아야 해

매우 주관적 감상이지만 위장술이라고 해석되는 순간 몹시 재밌다

근데 말이야 여기에서 더욱 흥미로운 점을 주목해 보자고

홍폭스는 왜 4천원을 안 빌려줬을까? 까짓 거 4천원만 빌려주면 너도나도 좋게 금방 처리할 수 있는데 계좌이체까지 더할나위 없이 깔끔 그런데도 왜 안 빌려줘 홍두식..

홍반장 철학에 4천원 채무관계는 위반되어서? 이렇게 결론을 내기엔 근거가 한참 모자를 뿐더러 이 정도의 융통성이 불가한 캐릭이라면 14화까지 그린 두식이에 대한 좀 더 특별한 설명이 더 필요했을 것 같아

그래서 난 이 지점에서 또 망상 시작

누군가가 자꾸 도움을 구하는 일은 사실 걸리적 거리는 건데 마음에서 걸리적 거리지 않대 귀찮은건데 마음속을 뒤져서 찾아봐도 귀찮은 감정이 안 만져져.. 아마도 이런 상태였을 것 같아 걸리적거림과 귀찮음 대신에 어쩐지 즐거움으로 다가오는 모양이야 게다가 이미 길가다 약국 앞에서 간파했잖아 혜진이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그럼 따라와 4천원 거 빌리는 대신 벌게 해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