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각하지 못한 두식이의 감정>

제일 짜릿한 2화의 두식이 상태에 주목해보자

두식이와 다르게 우리는 초창기인 2화에서 조차도, 빌드업이 아직 부족한 이 회차에서도 두식이를 보며 '인간적인 호감’ 그 이상 더 특별한 걸 찾아내는 이유는 뭘까?

큰 사건들은 오지라퍼 홍반장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도 퉁쳐지기도 하고 이미 다 짚어봤으니 새로운 다른 걸 찾아 보자는거지 그냥 재밌으니깐

나는 좋아하는 마음을 '자각하지 못한 두식이' 의 감정선을 비언어적 요소를 적극 활용하여 곳곳에 심어서 꾸준히 표현해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자각하지 못한 두식이의 감정>

피사체에 까다롭다며 앞에선 취급도 안 할 것처럼 무심히 굴다 뒤에선 피식하는 두식이.. 집 벽에 가득한 사진과 독서 감성을 고려하면 아마 마을잔치 배경으로 혜진이 뒷모습을 찍었을 듯 (궁예)

"나 혼자 어떻게 들어가 나 아는 사람도 없단 말이야"
"지금 설마 나한테 의지하는거야?"
"어머.. 아니거든?"
"아, 빨랑 들어가 참고로 튈 생각 하지마라 잡으러 간다"

저번 1화 글에서 언급했던 찜질방으로 유도하기 위해 리스트 가능성이 존재하는 모든 문을 꽉 닫아 둔 두식이처럼 이 장면에서도 비슷했어 혜진이가 가버리면 그만이니까 말로라도 막아두는 거 봐

또 의지하는 거냐고 장난치는데 은근 기분 좋아보였어 그런 거 있잖아 좋아하는 사람이랑 있으면 괜히 들떠서 장난치고 싶은 마음

영수증 하나로 굳이 신박하게 놀려서 혜진이 당황시켜보고
들떠서 괜히 상대방 건드려 보는 장난같이 보임

뭔가 내 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며 상대에게 내 마음 알아달라고 그러는 게 아니라 애기 귀여워서 괜히 건드려 보고 싶은 것처럼 자꾸 건드려 보고 싶은 그런 마음 있잖아 그런 마음이 보였어

두식이는 영수증을 전달 빌미로 장난쳐 봤나봐 그냥 줘도 될 걸

혜진이는 도와줘도 지랄임 ㅋㅋㅋㅋㅋ

그런데 혜진이가 못 본 저 두식이 표정.... 어머... 저 사람은 지랄하는 것까지도 좋은가 싶어서 보다가 입틀막 하게 만드네...

졸려서 또 딱히 공진 소속감도 아직은 없어 그래서 아침 동네 청소하자는 통장님 회유가 안 먹힌 혜진이야

두식이는 민심 회복 다음날인 만큼 찾아가서 챙겨오고 체온계 투닥투닥... 장난스런 행동 속 투명한 남의 진심... 초반 시기 여주가 1도 몰라주는 거 존나 반갑읍니다 이럴수록 남주 짠내 진동하게 될 앞날을 잔뜩 기대하게 됨

"안 할거야?"
"(짜증) 하고 있잖아~ 나만 보나"

두식이 멘트 고갈 상태였나봐 혜진이 짜증 누르며 청소 한창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안 할거냐는 무리수 멘트 던져서 거의 눈빛으로 쌍욕먹었어

두식이는 혜진이가 아직 공며들지 않았고 또 낯선 사람들 틈에서 혼자 바닥 쓸고 있으니까 청소는 의무라는 식의 말을 붙여보며 청소가 뻘쭘하게 느껴지는 마음을 무마시켜 주고 싶었을까 스몰톡으로 편안하게 해주고 싶었던 걸까 괜히 챙겨주고 싶던 마음이었을까 별 생각 없이 던졌을 수도 있는 "안 할거야?" 웃기면서도 잘 어울리는 문장임

신경이 쓰이는 거
그래서 자꾸 시선이 가는 거
그러다보니 도와줄 구석을 발견하는 거
그래서 챙겨주고 싶은 거
편안해 했으면 하는 거
주어도 주어도 마음이 흘러 넘치는 거

이런 소소하지만 심상치 않은 두식이 마음을
두식이는 놓쳤고 우리는 본 거


<홍반장의 롤과 가랑비에 옷 젖듯 스며드는 사랑의 발전>

홍반장의 롤은 최저시급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그와 별개로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두고 살피고 보호하고 살뜰하게 챙기고 내 일처럼 나서는 면들이 있어

이 모호한 경계는 혜진이를 좋아하는 이 감정을 인지할 특이점을 찾아낼 수 없도록 교란시키고 있어 이 틈에서 두식이가 인지하지 못한 사랑의 감정은 무럭무럭 자라나

홍반장이란 롤이 곧 사랑의 사각지대가 된 거

결국 혜진이가 본격적으로 공진에 입성하면서 공진의 홍반장으로서의 롤과 사랑하는 마음의 구분이 두식이에겐 어려울 거란 걸 예고했던 것 같아

그래서 혜진이한테만 갖는 특별한 마음을 구분시킬 수 있는 어떤 뚜렷한 이상 징후가 있지 않는 이상 두식이는 본인의 마음을 인지하기 어렵겠지 그래서 작가는 뒤의 회차들에서 빌런도 섭남도 차차 등장시켜서 두식이를 마구마구 흔들어 깨어나라고

하필 인간 윤혜진은 깊이 알수록 더 좋은 사람이라 홍반장이란 명목으로 2화에서 걷고 있는 이 길이 곧 사랑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다는 걸 두식이는 몰랐던 것 같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