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자기 처지를 알고, 그 처지가 크게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면

연애나 결혼은 포기하게 됨


두식이의 지금 삶은 자발적인 선택의 결과이지만

그리고 그 안에서 충분히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기를 있게 한 공진 사람들,
그리고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자신으로 인해 희생된 소중한 누군가(사진 속 가려진 인물로 유추)에 대한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최저 시급만 받고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본인의 삶은 혜진이가 말한 그 소셜 포지션이라는 건 포기해야 함

그렇다는 건 곧 연애나 결혼 또한 언감생심 꿈도 못꾸는 것이 되어버렸을 거임.


그래서 누군가에게 좀 기대어서 니 속에 있는 것 좀 털어놓으라는 춘재형님의 조언에도

'그런거 없어'라는 말로 일축하며 의도적으로 혼자서도 충분하다 여겨왔고, 또 여겨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임.


그에 반해 혜진이는 소셜 포지션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확보가 되어있을 뿐 아니라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자 하는 야망이 있는 인물.

그래서 공진에서 돈 쓸어모아 강남에 개원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

미선이 피셜에 의하면 이성관도 외모 뿐 아니라 능력 학벌 등등 모든 조건을 따진다고 함.

마치 대학 동기들에게 기죽지 않기 위해 수일을 전세계에서 배송된 택배상자에 둘러쌓이면서까지

옷과 화장품과 악세사리를 까다롭게 골랐던 것처럼 배우자도 그렇게 고르려 했겠지.


그걸 두식이가 모를리 없음.

혜진이를 처음 봤을 때부터 호감은 느꼈을 것임. 혜진이가 정착한다는 사실에 들뜨기까지 했을 것임.

그렇지만 그냥 다른 마을 사람들에게 오지랖 부리는 홍반장으로서 혜진이 주변을 맴돌려 했을 것임.

혜진이는 언젠가는 떠날 사람이니까. 사회적 이목을 중요시할 사람이니까. 그래서 남자로서 본인은 안중에도 없을 걸 너무 잘 아니까.

그저 마을 사람으로서라도 옆에 있고 싶어했을 것임.


생각보다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혜진이가 너무 사랑스럽고,

또 그 혜진이가 술김에 키스해오긴 했지만

그조차 생물학적 '실수'라 말해주며 그 위기를 뛰어넘어야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말을 했던 것은

혜진이에게 선을 그었다기 보다는

'니가 나 남자로서 싫어하는 거 알아. 니가 싫어하는 건 안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라는 다독거림으로 들렸음.


근데 혜진이는 또 아무하고나 친구 안한다는 말로 두식이 마음에 생채기를 냄.

두식이는 혜진이의 그 말이 너무 아프긴 했지만,

정작 본인이 했던 말(오지랖 불편해, 재미거리 되기 싫어)을 깨면서까지 주리를 위하는 혜진이의 모습을 보면서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기도 하고, 또 혜진이 옆에 계속 맴돌아도 될 거 같은 안도감이 들었을 거야.


"(머리쓰다듬은 후 싫다는 혜진이에게) 마지막으로. 나도 아무하고나 친구 안해 치과."라는 말은


'니가 싫으면 친구하자는 말도 하지 않을게.

그냥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너는 마을 사람 중 하나로서, 나는 그 마을 사람에게 오지랖 부리는 반장으로서

서로 도움이 필요하면 선 넘어오기도 하고, 지우개도 빌려주고, 숙제도 보여주면서

그렇게 지내자. 그렇게 지낼 수 있게 해줘라.'라는 말로 들리더라.


1-6회까지의 두식이는 혜진이에 대해 호감을 느끼고 있지만

남자로서 다가가는 것, 여자로서 혜진을 옆에 두는 것은 체념한 채

그저 '홍반장'으로서 혜진이의 옆에 맴돌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였음.


그치만 이제 지피디의 등장으로 인해 둘 간의 묘한 기류가 실체를 드러내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