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도 조용하고 오스트 스밍하다가 써봤는데 글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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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식은 어려서 부모를 여의었다 그래도 크고 거칠지만 유난히도 따뜻했던 할아버지 손에 구김 없이 자랐다 그러다 월드컵이 한창이던 어느날 중학생이었던 두식은 할아버지마저 잃었다 사람잡아먹는 팔자를 타고난 두식의 탓이라 쑥덕이는 사람도 있었다 속수무책으로 가족을 모두 잃은 두식은 그렇게 어린 나이에 피붙이 하나 없는 혈혈단신이 되었다 제탓이 아니었지만 제탓 같았다 빨리 어른이 되어 이 가혹한 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렇게 두식은 제 속을 닫고 애어른이 되었다

홀로 남은 어린 두식을 감리씨가 챙겼다 무슨 일을 하든 밥부터 먹는게 가장 중한 일이라는 감리씨는 제자식을 챙기듯 두식이에게 밥을 지어 먹였다 혼자였지만 혼자가 아니었던 두식은 감리씨의 따순 밥을 먹고 키가 크고 마음이 자랐다

대학생이 된 두식은 정우를 만났다 같은 방을 쓰며 친형처럼 자신을 챙기는 정우에게 두식은 닫았던 마음을 처음으로 내보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정우가 다니던 회사에 따라갔다 형과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두식은 행복했다 그러다 사고로 정우마저 잃었다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사람들을 차례로 잃고 두식은 이제 그 모든게 자신의 탓이라 확신했다 정우마저 잃은 두식은 더 이상 살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스스로 생을 끊기로 결심했다

자신을 버리려는 순간 감리씨의 서툰 문자가 두식을 끌어당겼다 바쁘다는 핑계로 잊고 지낸 감리씨가, 공진이 두식을 불러세웠다 어두운 밤 죽음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힘없이 홀로 무너져 내린 두식을 지나가던 혜진이 보았다 차마 지나치지 못하고 119를 부르고 구조될 때까지 두식을 끝까지 지켜보던 혜진의 따뜻한 오지랖으로 두식은 다시 생의 영역으로 밀려 들어갔다 덕분에 살긴 했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랐던 두식은 서울에서의 생활을 다 정리하고 잠시 잊고 지낸, 늘 자신에게 따뜻한 밥을 차려내주던 감리씨가 있는 공진으로 다시 돌아갔다

오래 비어 있던 옛집으로 돌아간 두식은 자신을 차갑고 어두운 집에 가두었다 두문불출하며 숨만 붙어있던 두식을 공진 사람들이 챙기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들여다보며 밥을 먹이고 자신들의 삶속으로 불러들였다 괜스레 소소한 일들을 부탁하며 두식을 공진 안에 품었다 그렇게 두식은 공진의 홍반장이 되었다 묻지 않고 털어놓지 않았지만 문제가 없었다 그저 살아 있으면 되었노라고 두식도 그렇게 살면 된다 여겼다 자신을 스스로 어둠속에 가두고 반복되는 악몽으로 괴로운 마음은 그저 제가 끌어안고 가야할 짐이라 여기고 혼자 감당하기로 했다 이제 누구에게도 속을 트고 마음을 여는 일 따윈 하지 않기로 했다 적어도 공진으로 온 혜진을 만나기 전까진

공진에 온 혜진이 두식의 일상에 툭툭 들어왔다 두식의 일상에 들어온 혜진이 수시로 두식의 마음을 둥둥 두드렸다 두식에게 흔들리는 혜진의 마음의 파동이 숨김없이 전해져 두식을 흔들었지만 두식은 마음을 열수 없었다 내가 마음을 열고 사랑했던 사람들은 불행해지니까 그래서 너와 나는 친구라 반복적으로 선을 그었다 그래도 혜진과 함께 있으면 행복했다 함께 있고 싶었다 혜진은 두식에게 친구로 지내자는 말을 한적이 없는데 두식은 혜진과 가까워지면서도 너는 나의 친구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다 지성현이 등장했다 혜진이 좋아했던 사람 여전히 혜진을 좋아하는 사람 자신이 봐도 괜찮은 사람 그제야 두식의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으며 제 소리를 내었다 혜진이 성현에게 가버리면 나는 다시 혼자가 되겠지 그러자 술에 취한 두식의 무의식이 혜진을 붙잡았다 가지마, 나만 혼자 두고 가지마, 가지마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