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더 길어 ㅁㅇ 나누려다가 자르기 귀찮아서 그냥 올리니 대충 스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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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진의 부모님이 공진에 왔다 즐거운 시간 끝에 피붙이 하나 없는 자신을 반대하는 아버지와 다투느라 스스로 생채기를 내는 혜진의 목소리를 들었다 두식은 이번에도 자신이 묻어놓고 있는 제 어둠의 업이라 여겼다 그래서 혜진의 아버지를 그저 이해하고 되려 위로했다 언젠가 혜진의 옆에 꼭 좋은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진담 반 속에 없는 말 반을 섞어 털어놓았다 제속을 털어놓자 혜진의 아버지가 두식의 속에 없는 말을 털어내 주었다 그 좋은 사람이 자네일 수 있다는 혜진 아버지의 말에 두식은 자신이 그어놓은 선을 넘을 용기를 얻고 혜진에게 향했다

하필 그날 혜진의 집에 괴한이 들고 두식은 혜진을 지키다 칼을 맞았다 생각할 틈도 없이 제 몸이 반사적으로 움직이자 두식은 그제야 감당하기 힘들만치 커진 혜진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또렷이 보았다 이를 어쩌나 수십년을 열길 바닷속을 드나들며 어린 두식을 보살피며 살아온 감리씨도 그득한 두식의 마음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두식아 니 스스로인테 솔직하라니 넘실대는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방파제 끝에 걸려 있는 두식에게 혜진이 커다란 파도를 일으키며 다가왔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두식은 혜진을 거절해야한다는 생각에 이번에도 망설였지만 이것저것 모르겠고 그냥 두식을 좋아한다는 혜진의 고백에 두식의 방파제가 결국 무너졌다 그렇게 혜진과 연인이 되었고 두식은 행복했다 악몽은 여전히 두식을 괴롭혔지만 혜진이 옆에 있어 버틸만했다

그러다 혜진이 두식의 어둠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꽁꽁 숨겨둔 자신의 어둠을 알면 혜진이 실망하고 떠날까 두려웠다 두식에게 혜진이 없는 삶은 이제 생각할 수도 없었다 힘들지만 기다리겠다는 혜진에게 모두 털어놓기로 결심한 날, 공진의 누구도 묻지 않았던 두식의 시간을 누군가 엉망으로 파헤쳐버렸다 두식은 다시 무너졌다 발조차 닿지 않는 까마득한 어둠속에 다시 스스로를 팽개쳤다

곡기를 끊고 두문불출하는 두식을 감리씨가 다시 챙기기 시작했다 두식이 공진에 돌아왔었던 그때처럼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먹을거리를 챙겼지만 두식은 그조차 외면했다 자식같은 두식이가 임플란트를 하자고 그렇게 졸라대도 꼼짝않고 버텼지만 혜진이 단숨에 돌렸던 자신의 마음처럼, 감리씨는 꼼짝 않는 두식의 마음을 움직여달라 혜진에게 슬쩍 부탁했다 혜진은 감리씨의 마음마냥 한가득 담고도 두식의 집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던 옥수수 소쿠리를 들고 두식의 집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밥만 챙겨주고 가겠다는 눈물어린 혜진의 말에 두식의 마음이 기어코 움직였다 차마 문턱을 넘고 밖으로 나갈 용기가 없었던 두식은 그 문턱을 넘어 눈앞에 걸어들어온 혜진을 보고서야 숨겨 덮어뒀던 시간들을 털어놓고 자신을 가두었던 어둠속에서 걸어나왔다 그렇게 다시 나온 두식을 공진은 이번에도 말없이 품었다

그리고 두식을 생으로 불러세웠던 감리씨가 생의 저편으로 소풍을 떠났다 두식의 탓이 아니었다 진작에 그랬어야 했던 걸 한꺼번에 터뜨리는 마냥 두식은 아이처럼 크게 울며 처음으로 제속에 슬픔을 남기지 않고 감리씨를 떠나보냈다 따뜻한 밥을 해먹이며 두식을 키워낸 감리씨는 마지막 소풍길에 오르며 두식의 응어리를 거두어 갔다

그렇게 모든 짐을 덜어낸 두식의 옆에 혜진이 있었다 언젠가 혼자가 될 두식이 외롭지 않게 좋은 사람 보내달라던 할아버지의 생전 소원처럼 예쁘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두식을 가장 행복하게 웃게 하는 사람
이제 두식의 모든 시간과 공간에 혜진이 존재한다 마치 정해진 운명처럼 처음 만났던 공진에서 두식과 혜진은 이제 두 손을 맞잡고 비바람도 거뜬히 버텨내며 생의 길을 함께 나아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