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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정말 놓아주려 합니다.
사랑해서 더 오래 붙잡았던 이름,
그래서 더 깊이 미워하게 되었던 그 이름을.

나아지지 않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늘 같은 자리에 서 있었고,
팀은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조용히 뒤로 미끄러지는 법만 배워갔습니다.

기다림은 어느새 습관이 되었고,
실망은 예고편처럼 반복되어
끝내 결말마저 미리 알 것 같은 날들이었습니다.

사직의 파도타기,
그 거대한 응원의 물결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밀어 올리며 하나였지만,
이제 그 물결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남은 자리는 가벼운 함성만이 맴돕니다.

애가 타던 마음들은
하나둘 조용히 떠나갔고,
그 빈자리엔
깊이보다 순간을 스치는 열기만 남았습니다.

그라운드 위에서는
더 이상 절박함이 보이지 않습니다.
흐린 눈으로 공을 쫓고,
서로를 향한 책임보다
자신을 먼저 지키는 표정들.

우리가 끝내 바라던 것은
대단한 승리가 아니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태도 하나였는데,
그 마지막마저 사라진 자리엔
패배의 기척만이 길게 드리웁니다.

많이 미워도 했습니다.
사랑했던 날들을 거슬러, 더 깊이 처절하게.
그러나 그 미움마저
이제는 지쳐버린 마음 앞에서 힘을 잃습니다.

사랑도, 분노도
결국 같은 곳에서 시작된 것이라면
이쯤에서 멈추는 것이
마지막 예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이제 조용히 물러납니다.

목이 터지도록 외치던 자리에서,
끝내 등을 돌리지 못하던 그 자리에서.

사랑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일만큼
서글픈 일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 마음을 더 붙잡고 있는 일은
그보다 더 깊은 비참함일 것 같아서.

잘 있어라, 나의 사직.

결국
끝내 놓지 못할 것 같던 그 이름을,
이제는 봄바람에 흘려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