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 황지민 기자] 데뷔 첫날부터 '대중성 없다'는 혹평 들은 그룹, 멜론 1위·빌보드 입성·전석 매진 월드투어로 되갚다
'틀린 음악' 아닌 '앞서간 음악'이었나… 믹스팝 4년이 증명한 뚝심의 역설
'난해하다.' 엔믹스(NMIXX)가 데뷔 때부터 달고 다닌 수식어다. 장르도 템포도 다른 두 세계가 한 곡 안에서 충돌한다는 ‘믹스팝(MIXX POP)’ 정체성은, 대중에게 처음엔 물음표로 돌아왔다. 같은 시기 데뷔한 4세대 걸그룹들이 쏟아내는 히트 앞에서 '엔믹스는 언제쯤이냐'는 물음도 꽤 오래 붙어 다녔다. 그리고 2026년 5월, 엔믹스가 다섯 번째 미니 앨범 ‘헤비 세레나데(Heavy Serenade)’를 들고 돌아왔다. 뮤직비디오 조회 수 1,000만 뷰 돌파는 공개 이틀 만이었다.
'틀린 음악'이었을까, 아니면 '앞서간 음악'이었을까. 4년이 지난 지금 그 답을 다시 꺼내볼 시점이다.
■ "세계관은 거들 뿐?" 엔믹스가 증명한 '믹스토피아' 뚝심
2022년 2월 데뷔 당시, JYP엔터테인먼트가 엔믹스에게 부여한 음악적 정체성은 '믹스팝(MIXX POP)'이었다. 두 가지 이상의 장르를 한 곡 안에 담아낸다는 이 개념은 그룹 이름인 NMIXX(지금·새로운·다음·미지수를 뜻하는 'N'과 다양성을 내표한 'MIX')와 겹쳐지며, 팀을 설명하는 대표 수식어가 됐다.
세계관도 마찬가지다. 엔믹스는 '믹스토피아(MIXXTOPIA)'라는 유토피아를 향해 나아가는 서사를 품고 있다. 현실 세계 '필드(FIELD)'에 머무르는 멤버들이 단계를 거쳐 이상향으로 나아간다는 설정은 데뷔부터 이번 앨범까지 일관되게 음악 속에 녹아든다. 《헤비 세레나데》 역시 그 연장이다. 믹스토피아에 닿은 이들이 서로의 마음속에 사랑을 키워나간다는 서사가 앨범 전체를 관통하고, 수록곡 'Crescendo' 뮤직비디오는 척박한 세계에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으로 이 서사를 시각화했다.
요즘 K팝 씬 지형을 보면 이 행보가 얼마나 역행적인지 알 수 있다. 4세대 걸그룹들 사이에서 세계관은 점차 부차적인 요소로 밀려나는 추세다. 정교한 서사를 내세웠던 그룹들도 상업적 성과를 위해 그 서사를 느슨하게 풀거나 사실상 내려놓는 경우가 늘고 있다. 화려한 비주얼 콘셉트는 남기되, 음악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건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엔믹스는 그 흐름을 거슬렀다. ‘Fe3O4’ 시리즈로 세 장의 앨범을 쌓아 올리며 필드 속 서사를 이어갔고, 정규 1집에서 한 챕터를 마무리한 뒤, 이번 앨범으로 2026년 새 문을 열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엔믹스는 이미 특이점에 있다.
■ 인이어 빼고 MR 껐다, 성대가 곧 장르인 '라이브 괴물들'
엔믹스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꺼내야 할 키워드는 단연 '라이브'다. 4세대 아이돌 중 라이브 실력이 뛰어난 그룹 중 하나로 꼽힌다는 사실은 팬덤을 넘어 대중에게까지 공인된 평가다.
엔믹스는 매 컴백마다 안무를 추면서 부르는 라이브를 편집 없이 담은 스테이지 프랙티스(Stage Practice) 영상을 공개한다. 스스로의 실력을 매번 공개적으로 검증받겠다는 선언과 같다. 신보 발매 전마다 공개하는 아카펠라 하이라이트 메들리도 이미 팬들 사이에서 시그니처 티징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악기도 MR도 없이 여섯 목소리만으로 수록곡을 들려주는 이 방식은 "실력에 자신 있으니 들어봐라"는 무언의 메시지다.
라이브 실력을 외부에서 공인받은 사례도 있다. 2025년 1월 미국 엔피알 뮤직’NPR Music’ 공식 채널에 올라온 타이니데스크(Tiny Desk) 공연 영상이 그것이다. ‘엔피알 뮤직’은 이 공연이 인이어 모니터 없이 녹화됐고 별도 후반 작업도 없었다는 사실을 직접 밝히며 보컬 기량을 높이 평가했다. 아이돌이 행사 무대에서도 라이브를 고집한다는 것, 그리고 그 라이브가 매번 기대를 충족시킨다는 것. 그게 엔믹스가 4년 동안 쌓아온 신뢰이자 명함이다.
■ 차세대 예능 블루칩 해원, '릴황' 릴리… 무대 밖에서도 에이스
엔믹스가 '육각형 걸그룹'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두 멤버의 약진은 그 수식어를 음악 밖에서까지 실증하고 있다.
리더 해원은 SNS를 중심으로 한 바이럴이 꾸준히 이어지다가 예능 무대로 연결됐다. 썰플리, 피식대학 등 인기 유튜브 콘텐츠에서 입담을 인정받은 뒤, SBS '과몰입 인생사' MC를 거쳐 웹 예능 '워크돌' 시즌 2 MC 자리까지 꿰찼다. 공사 현장부터 PC방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누비며 하이텐션과 개그맨 못지않은 순발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JTBC 뉴스룸에서 실제 기상캐스터로 날씨 예보를 맡아 아나운서 같은 딕션으로 커뮤니티를 달구기도 했다. '차세대 예능 블루칩'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이유다.
릴리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화제를 모았다. 유병재 유튜브 콘텐츠 '웃으면 안 되는 고독한 인터뷰'에 출연해 의도하지 않았는데 보는 사람이 폭소하게 만드는 묘한 광기를 선보였다. 유병재는 이를 "농구 경기에 야구 배트를 들고 오는 느낌"이라 표현했고, 이후 '릴황(릴리 황제)'이라는 별명이 굳어졌다. 4세대 최상위 가창력으로 평가받는 릴리가 예능에서까지 저력을 발휘하는 모습은, 엔믹스가 왜 '전원 에이스 그룹'으로 불리는지를 다시금 실감하게 한다.
■ 4년 만에 돌아온 답장, 차트는 거짓말하지 않았다
엔믹스의 성장사는 설득의 과정이었다. 같은 시기 데뷔한 4세대 걸그룹들이 연이어 대중적 히트를 기록하는 사이, 엔믹스는 상대적으로 아쉬운 성적표라는 평가가 다수 존재했다. 그러나 엔믹스는 그들만의 길을 고집했고, 그 결과가 '블루 발렌타인(Blue Valentine)' 성공으로 돌아왔다. 엔믹스는 이 곡으로 데뷔 3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멜론 일간 차트 1위에 올랐고, 음악 방송 10관왕을 달성했다. 빌보드가 선정한 '2025 베스트 K팝 앨범'에서 2위, 베스트 K팝 송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기세는 월드투어로 이어졌다. 데뷔 첫 단독 월드투어 'EPISODE 1: ZERO FRONTIER'는 유럽 5개 도시, 북미 6개 도시에서 전 회차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K팝 그룹 최초로 브라질 상파울루 카니발과 칠레 비냐 델 마르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고,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홈경기에 초청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글로벌 대세'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게 된 지금이다.
■ 'O.O'가 보여준 날카로운 모서리는 어디로 갔나 … 대중성이라는 양날의 검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면서도, 아쉬움을 짚지 않을 수 없다. 정규 1집 '블루 발렌타인(Blue Valentine)'을 기점으로 타이틀 방향성이 조금 달라졌다는 점이다. 기존에 비해 덜 실험적인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는 의견이 많다.
이는 엔믹스의 데뷔곡 'O.O'와 비교했을 때 확연히 드러난다. 데뷔곡에는 장르도 템포도 다른 두 세계가 한 곡 안에서 충돌하는 구성, 예고 없이 분위기를 뒤집는 낯섦이 있었다. 불편하게 들리는 것도 틀린 감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불편함이야말로 엔믹스의 선언이었다. '정상성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세계관과 장르적 실험이 음악 안에서 일치했던 순간이다. 이후 이어진 '다이스(DICE)', '데쉬(DASH)', ‘노 어바웃 미(KNOW ABOUT ME)’ 등을 거치며 믹스팝 결이 조금씩 다듬어졌지만, 그 중심에는 여전히 실험적 충돌의 에너지가 있었다.
그러나 '블루 발렌타인(Blue Valentine)'은 다르다. 완성도는 높아졌지만, 오직 엔믹스이기에 가능했던 파격적 감각은 옅어졌다. 같은 앨범에 실린 '스피닝 온 잇(SIPPININ ON IT)' 에서는 여전히 엔믹스다운 요소들을 느낄 수 있있다. 팬덤 중심으로 소비되는 수록곡에서는 파격을 유지하면서도, 타이틀 만큼은 대중성을 챙기는 구조가 됐다. 이번 앨범도 마찬가지이다. 과감함은 여전하되, 대중과의 마찰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제돼 있다.
그 정제가 성숙인지, 아니면 가장 엔믹스다운 테두리를 조금 갈아낸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이 방향 전환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초창기 엔믹스가 주었던 그 낯설고 불편한 전율을 다시 한 번 경험하고 싶은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엔믹스는 현재 커리어 최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그들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제는, 세상이 엔믹스의 언어를 알아듣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부터 시작됐다. 이해받는다는 것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례 없던 새로움'을 고집하는 그룹이 이제 스스로 정상이 된 자리에서 무엇을 꺼내 들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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