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퇴물개발자 1인이다.


우연히 자료 찾다가 이런 겔러리가 있는걸 첨 알았고, 꽤 고급진 주제로 글써논 양반들이 있더라.

일단 고맙고.


밑에 5빌리언 리퀘스트 글을 읽다보니 내가 퇴물이 되긴했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음.

나도 한때 탑티어 병렬 분산처리, 쿠다, 그런걸 동경했고, 그짓거리 하느라 노력했던 젊은 날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임.


퇴물이 되었다고 느낀건 그런거에 대해 더이상 부러움이나 의욕이 사라진 것에서 느껴졌었음.

어떤 생각이 났냐 솔직한 감정을 이야기해보면

그렇게 해봐야 연봉을 얼마 더 받을까?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었음.


서비스 대박나고 텨져봐야 대표랑 임원, 그리고 VC들만 돈 벌음.

아무리 잘하는 직원인들 끽해야 수천만원~1억 정도의 스톡옵션? 정도임.


그래서 님 얼마벌음? 이라고 당연히 궁금해질텐데, 솔직히 직장다닐 때의 8배는 된다.

제목에서 말한 그 각성의 순간이 바로,

나는 개발로 부자(경제적 시간적자유)가 될 수 없다는걸 깨닫는 순간이었지.


회사의 대박이 나의 대박은 아니었지. 괜찮은 커리어 한 줄 정도였었음.

근데 그런 업적마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테트리스처럼 한 줄씩 없어짐.

지금의 시선으로 보자면 2000년대 대단했던 벤처회사의 경력이 지금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거지.


그런 명예 훈장보다는 내 정년까지의 나는 얼마를 모을 수 있고 지금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느냐. 이것에 맞춰져있음.


사회생활하면서 가장 충격 받았던 일이 하나 있음.

회사를 운영하다가 쫄딱 망해서 수억원 빚더미에 올랐던 아재 이야기인데

그 아재가 프로그래밍을 배워서 홈페이지 제작하고 뭐 다른거 제작하고 그러고 있단다.

근데 PHP 하나로 지난 사업하다 망했던 수억의 빚을 다 갚았고 이제 다시 집을 산다는 이야기를 들었지. 물론 5년 넘게 걸리긴함


아니 탑티어 기술을 가졌어도, 1억 빚 갚는 것도 보통 쉬운 일이 아닌데. 대체 어째서?

겨우 홈페이지 같은걸 해서 그런게 가능한가? ..


가능하더라.


사업짬이 있던 분이라 지방에 관리청, 지역단체, 이상한 단체등 이런쪽에 영업력이 대단해서,

거기서 발주 나오는 걸 다 수의계약으로 빨아먹었더라고..


그때 현타 크게 맞고 나도 퇴사해서 야생에서 10년째 장기생존 중임.

기술적 어쩌고 나대면서 10년 일했지만 고양시에 작은 아파트 전세 사는꼴이었으니..

지금은 판교인근 대형 평수에 8천정도 되는 소박한 외제차 탐.



그게 거짓말이 아닌게

나도 정부기관쪽 유지보수건 하나 걸쳐둔게 있는데 거의 요청이나 수정이 없는데 매월 60씩, 연 720 정도 고정매출이 있음. 개꿀임.

분기에 한번정도 콜하면 가서 시스템 봐주고 소스 텍스트 약간 바꿔주는 정도임.


IT회사야 개발자들 많고 빠꼼 하니까 먹을게 없는데,

IT회사가 아닌 곳은 개발자 자체를 구경하기가 힘들어서 기술자문해주고 백오피스 똭 마련해주면 걍 월 300 꼽힘.

들어가는 시간은 1주일에 5시간정도.

그런데도 월 600~700줘야 될사람을 반가격에 데리고 있을 수 있다면서 좋아함. -_-;;


그런걸 여러개 하면 소득이 수직상승 하는 거임.

관건은 유지보수가 될만한 프로젝트를 하는게 포인트고.

서버비도 IDC에 월 7만원에 쳐넣지만 월 50만원 청구하는 대담함도 있어야하지.


아니 사장님 서버를 사무실에 설치해도 24시간 전기세만 10만원이고, 고정IP회선 받고 냉방까지하면 못해도 40만원일텐데요~

AWS요? DB서버인데 데스크탑 수준의 램 16기가 쓰시게요? 그거 인스턴스 써도 300달러 걍 나와요~

그으~런거능~ 스케일아웃할때 여러대 탄력적으로 써야할때 쓰는거죠~ 국내 IDC 넣는 애들은 바보라서 넣습니까~

아 그래요그래요 제가 서버는 제가 무상 공급해드릴게~ 하면서 128기가짜리 듀얼 씨피유 Dell R620을 30만원에 구해서 넣고 개생색내면 됨.


이렇게 써놓으니까 무슨 눈탱이 치는 동네PC 수리점 같지?


잘 생각해보면 순익 수십억내고 VC한테 돈 그렇게 쳐받고, 광고비로 다 퍼주고, 외주비로 수억쓰고

엔지니어들한테 눈탱이쳐서 월급 400 정도 주는 것도 똑같은 눈탱이임.


아무튼 그러다보니 신기술이랑은 좀 멀어지고 퇴물이 되어가는걸 많이 느끼지만 (그래도 Nuxt3랑 Typescript정도는 한다)

적어도 판교 현대백화점 식품관에서 과일 정도는 가격표 안보고 카트에 넣을 정도는 되서 여기서 보람을 찾는다.


이제는 베트남이 대세라서,

베트남 개발자들이 최신 프레임워크 할줄은 아는데 가격이 엄청 싸서

퍼블이나 이상한 노가다 시키기에는 좋아서 베트남에 확장기지 준비중.


아무튼 돈 벌면 시선도 생각도 달라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