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유심 해킹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최근 발생한 SKT 유심 해킹 사태는 단순한 해킹 사고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 사건은 우리가 그동안 맹목적으로 신뢰해 온 ‘망분리(폐쇄망)’ 보안 체계의 근본적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대표적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국내 기.관과 기업은 수십 년간 외부망과 내부망을 물리적으로 완전히 격리하는 망분리 방식을 ‘최후의 보루’로 삼아 왔다. 외부 위협을 원천 차단한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효과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클라우드, AI, 빅데이터가 일상화된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데이터는 더 이상 한 곳에 가둬두기만 해서 안전해지는 자산이 아니다. 필요한 순간 연결되고, 가공되고, 공유될 때 비로소 가치를 발휘하는 ‘흐르는 자산’으로 진화했다.
문제는 제도는 여전히 ‘망분리’에 머물러 있는데, 현장 업무는 이미 ‘열린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결국 현장의 불편함과 비용 절감 요구는 사람들로 하여금 사장님 혹은 보안 담당자 몰래 관리망과 코어망을 잇는 ‘임시 샛길’을 만들어 내게 했다. 이번 SKT 해킹 사건의 경우, 코어망 내에 위치한 음성통화인증 서버(HSS: Home Subscriber Server) 3대에서 악성코드가 발견됐다. 해커는 관리망에 있던 서버들을 발판 삼아 코어망으로 침투했고, 그 결과 ‘전화번호’, ‘IMSI(International Mobile Subscriber Identity, 가입자식별번호)’, ‘인증키’ 등 총 25종에 달하는 유심 정보 9.82GB(IMSI 기준 약 2,696만건)가 유출되는 참담한 사태로 이어졌다.
(여기서 “관리망에 있던 서버들을 발판 삼았다”고 표현한 이유는, +관리망 내 한 서버에서 다른 서버들의 계정 정보(ID와 패스워드)가 평문으로 저장된 사실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또한 +“보안 담당자 몰래”라는 표현을 쓴 것은, 보안을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이라면 패스워드는 최소한 일방향 암호화하여 보관해야 한다는 점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관리망 내 다수의 서버의 계정 패스워드는 만료일이 설정 되어있지도 않았고, 변경한 이력도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실제로 +SKT는 IT영역(업무망, 고객관리망 등)과 네트워크 영역(시스템 관리망, 코어망 등)으로 망을 구분하는데 정보보호책임자(CISO)는 이중 IT 영역(자산의 57%)에 대해서만 보안을 담당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IMEI(International Mobile Equipment Identity, 국제모바일기기식별번호)’와 ‘주민등록번호’ 등 핵심 정보가 관리망 내 임시 서버에서 암호화되지 않은 채 발견됐고, 단순히 마스킹 처리된 ‘CDR(Call Detail Record, 통화 시간, 수발신자 전화번호 등 통신 활동 관련 정보) 데이터’와 ‘전화번호 마스킹 규칙’ 역시 임시 서버에서 노출됐다. 민관합동조사단에서는 IMEI나 CDR 등에 대해서는 외부 유출 정황이 없다고 발표하였으나, 로그가 남아있지 않은 기간(IMEI: ‘22.6.15~’24.12.2, CDR: ‘23.1.31~‘24.12.8)에 대해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망분리가 막아 둔 길을 사람들이 ‘불편함’과 ‘비용 절감’을 이유로 비공식 샛길로 우회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보안 사각지대는 물리적 망이 아니라, 현실 업무와 관리 부주의 속에 숨어 있었다.
이 사건은 분명하게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 망분리라는 ‘정적 장벽’만으로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이제는 데이터 자체의 중요도에 따라 등급을 분류하고(Data Classification), 언제, 누가, 어디서 접근했는지를 실시간으로 검증·기록하는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원칙으로 나아가야 한다. 실제로 국가안보실과 국가정보원은 올해 1월, 획일적인 망분리 정책을 넘어 데이터 중요도 중심의 보안체계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 망 보안체계 가이드라인(N2SF: National Network Security Framework)」을 발표했다. 이는 우리 사회가 현실을 인정하고 변화의 방향을 제시한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팔란티어(Palantir) 같은 기업이 이 철학을 실현하며 앞서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팔란티어는 미 국방부, CIA, FBI 등 세계 주요 정보·안보기.관에 데이터 등급 관리와 흐름 추적 플랫폼을 제공한다. 이를 도입하면 누가 언제 어떤 데이터를 열람하고 가공했는지 실시간으로 기록되며, 무단 복제나 유출 시도는 AI가 즉시 탐지한다. 데이터가 물리적으로 어디에 있든, 그 자체가 ‘움직이는 금고’로 작동하는 셈이다. 실제로 팔란티어 솔루션은 미군 전장에서 수많은 실시간 센서 데이터, 위성영상, 통신정보가 망을 넘나들며 안전하게 공유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망은 열려 있지만, 데이터의 중요도에 따라 접근 권한이 철저히 통제·기록되기에 열린 연결과 강력한 통제가 공존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SKT 유심 해킹 사태가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는 명확하다. 획일적 망분리는 더 이상 충분조건이 아니다. 이제는 데이터 중요도에 따른 분류, 암호화, 최소 권한 통제, 실시간 모니터링이 결합된 ‘동적 보안 체계’를 반드시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아무도 무조건 신뢰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모든 접점을 통제하는 제로 트러스트 철학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샛길’은 언제든 만들어지고 대규모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획일적 망분리의 벽을 넘어, 데이터 중요도 중심의 보안으로 나아갈 것. 팔란티어처럼 데이터 흐름 자체를 통제하고 기록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것. 그것이 이번 사건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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