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퇴물이 왔다.
지난번에 누가 나를 사칭해서 추석 후에 글을 쓴다고 했더라.
이게 뭐라고 사칭하는게 괘씸해서 추석연휴 끝나기 전에 글 씀.
아무튼 다들 추석 잘보냈지..?.
난 급한일이 생겨서 한국에 들어왔는데 온 김에 부모님도 뵙고 했음.
아버지는 본업은 건설이었지만,
현재 지방도시의 건설산업은 괴멸된 상태에 가까운지라 요즘 일이 없음.
건설자재비 + 인건비 + 안전관리비용등등 모두 올라버려서
건물을 짓는게 도저히 수지타산이 안나오니 공사물량이 없다고 함
그러니 IT쪽 취업 안된다고 징징거릴 필요는 없어졌다.
하이닉스 빼고 걍 다 ㅈ되고 있는 거니까.
내가 가난한 학창시절을 겪었던 이유도,
딱 그때가 IMF때라서 건설업은 무조건 망했을 때 였음.
당시 아버지는 건설업체 사장이었음. ㅎㅎ 그러니 폭망+빚더미.
아무튼 본업이 흔들리다보니 하필 선택하신게
아무나 한다는 바로 그 업종.
커피숍이었다.
비싸게 주고산 땅이 안팔려서 기약없이 쳐물려있다보니
에라이 싯팔하면서 풀대출로 건물을 지어서 커피숍을 차리게 된 것이다.
왜 땅이 안 팔렸겠는가? 위치가 별로니까.
개들도 산책 안다닐 정도로 유동인구 없음.
택지 개발을 새로한 곳이라 주변 곳곳이 그냥 빈땅에 풀까지 자란 상태.
아 그 뿐인가
아버지는 노랭이 맥심만 즐겨 마시는 커피 비전문가.
이미 저질러버린 제빵기계와 냉장고들.
(제빵 그런거 할줄 모름.. 사람 시키면 된다고..)
이미 사망 복선 플레그가 한 두개가 아님.
너무 진부하기까지한 자영업 클리셰임.
근데 그거 사실
형이 변변찮은 기술이 없어서 택시기사하고 있던거 아버지한테 들킴.
아버지가 장남이 저러고 있으니 너무 속상해서
풀대출로 건물 지어서 커피숍 사장 만들어준 거임.
본업이 건설이니까 도매가로 싸게 잘 짓는건 자신 있었거든.
(부풀리기도 잘해서 사실상 LTV 90% 꽉꽉 채움)
형이 야심차게 첫 스타트를 끊었지만
오픈빨로 겨우 본전치기라도 하며 버티다가
결국 빚 몇천을 남긴체 3년만에 못하겠다며 로그아웃함.
물론 코로나....도 있긴 했었고,
그 위치에 빚 저정도만 남긴것도 선방한거긴 함.
결국 70대인 아버지가 커피숍 인수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버지 인수하고나서, 한두달 뒤
약 600미터 큰 대로변에 (사실상 입구)
스타벅스 드라이브 쓰루까지 생김 ㅋ
운도 참 ㅈ나게 없는 것이다.
나의 유전병인 관심병의 원천소스답게.
매출자랑을 하기 시작함.
일 매출 300??
어? 자영업 경기 다 뒤져가서 쿠폰까지 뿌리는거 아니었나?
이건 또 무슨 세계관이지?
일 매출 평일 100, 주말 200.
대충 월 매출 4~5천정도 찍는 것 같아보인다.
(보통 30평정도되는 카페의 매출은 월 1~2천만원이다)
얼추 계산해보니 1000~2000만원 정도는 순수익처럼 보인다.
아니... 어케 했을까?
나는 아버지를 보고 자랐는데 아버지는 퇴물계의 대부였음.
빵에 대해 1도 지식이 없던 아버지가 제빵을 맡고.
버스운전기사를 하던 50대 여자분을 메인 메니저로 두었다.
지금 생각해도 듀오 조합이 참...
이게 대체 무슨 조합인지..
돌아가는걸 보아하니
빵을 어떻게 만드는지 유튜브를 보고 처음 배우셨음....
유튜브에 좋은 선생님이 많다며...
메니저는 커피에 대해선 전문가가 아니라서 모르지만,
알바들은 여기저기 일한 경험으로 왠만한 레시피가 가능했고.
맛도 일반적인 수준으로 뽑아낼 수 있었다.
(알바채용으로 기술이전 실현)
버스기사가 어떤 자린가.
온갖 진상들을 다 만날 수 있는 최전선이었기에,
진상 손님에 왠만한 일로는 감정적으로 쉽게 열받지 않고 탁월하게 대처했다.
애기 기저귀를 테이블 위에 놓고 갔다며 바로 노키즈 걸어버리는
자존감 높으신 사장들과는 대응이 매우 달랐고
오히려 아줌마라 애기들한테 자꾸 뭔가 더 퍼준다.
커피1잔만 시켜도, 애들이 있으면 메뉴에도 없는 요구르트가 어디선가 나오며
아이스크림도 가끔 한 스쿱씩 나옴...
홀(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비용에 대한 재량권을 부여해준 것도 이유가 되겠다.
하지만 스타벅스가 생긴 이후로 매출이 기울기 시작했음.
생일때 주고 받는 스타벅스의 기프티콘 선물을 쓰느라
방문하게 되는 수요가 상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렸다.
아버지는 극대노를 하면서 전쟁에 돌입함.
"아메리카노 2천원."
아... 이건 패착이다.
원래 장사를 제대로 못하는 분들이 별다른 수가 없어서 가격을 낮추는거라
출혈 경쟁으로 가서 결국 많이 팔아도 돈이 안되는 상황에 빠지기 마련이다.
저가전략은 숍이 작아 테이크아웃으로 테이블을 돌리지 않는 곳에서나 유효한 전략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화내기 시작했다.
주문을 했는데 커피를 받고 보니 자리가 한자리도 없기 때문이다.
맘들의 좋은 평을 듣고나서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자연히 젊은 사람들은 이 카페를 찾지 않게 되었는데.
그 자리를 중년 시니어(40~70대)들이 가득 채우기 시작한 것이다.
시니어들은 자동차로 대부분 이동하기에
번화가보다는 주차가 잘되는 곳을 선호하게 됨.
(게다가 4인이상 그룹이면 차도 여러대)
아까 말한 복선. 주변이 허허벌판이었던 점.
걍 흙길 위에 주차하면 되는 것이다.
시니어들의 특성은 4명 정도 그룹으로 만나는 경향이 있고.
커피 내가 쏠게 하고 했을 때 2천원이면 부담도 적기 때문이었음.
그렇다고, 모양세 빠지는 컴포즈 이런 프렌차이즈를 갈 것인가?
아 내가 좋은데 아는데 있지~ 하면서 적당히 분위기 잡힌 이 카페로 오게 되어있다.
그러나 인생은 계획대로 되는게 잘 없다.
아메리카노는 2천원인데, 50대 아줌마들은 밤에 잠 안온다며
속 안좋다며 다른 비싼 메뉴를 시킨다.
남자들끼리는 아메리카노 통일로 쉽게 생각해버렸지만,
여자들은 훨씬 복잡한 존재였음.
부동산 있다는 60대 오빠(?)가 커피 사준다기에 빵도 여러개 집는다.
이거 어른 체면에 안살수가 있나.
시니어들은 배고팟던 시절사람들이라 남은 빵은 아깝다며 다 싸간다. (집에서 먹을려고)
이상하게도 빵을 싸가기 좋게 접이식 박스가 근처에 있다.
그렇게 시니어들이 많이오면 발생하는게 상식차이로 인한 진상 문제다.
나이든 분들의 상식과 요즘 사람들의 상식에는 약간의 괴리가 존재하기 때문임
보통 1인 1메뉴 부탁드립니다. 라고 적혀 있는 곳이 많은데.
번화가에선 월세가 높다보니 테이블회전이 매출에 중요한 요소라 어쩔수 없는 도리다.
아버지 카페에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카페 한가운데 정수기와 종이컵이 있다.
"거 몸 좀 안 좋으면 커피 못 마실 수도 있지"가.. 기본 논리다.
그러다보니 진상수집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홀에는 스트레스저항100 찍은 진상담당 일진(메니저..)이 있다.
그래도 그 진상들은 홀대나 눈치받지 않기에 편하다고 생각하며
"얘기좀 하러 커피한잔 하러가자~ 아 내가 좋은데 아는데 있지~"하며
또 다른 손님 4명을 더 데려오게 된다.
요즘은 뭐 파크볼인가 그런게 노인들 사이에 인기라고 사람들이 모여다닌단다.
(게이트볼 비슷한건가봄)
키즈웰컴존이지만 그 속에는 흑막이 있다.
새장에 새를 넣어두고. 밑에 수조에는 잉어와 금붕어들이 지나다니는데.
동물 먹이를 1000원에 팔기 때문이다.
그 중에 착한 아이는 한봉지사서, 한 톨씩 주지않고
한번에 다 싹 오링쳐서 부어버리곤 또 사줘 이런다. 거참 기특하다.
그래도 애들이 그러고 노는 사이 어른들은 얘기할 시간을 확보한다.
요즘엔 직장다니느라 육아를 할배할매들한테 떠 넘기는 경우도 많아서
시니어들의 메카인 이 카페에 데려와서 대충 먹이주고 놀아라~하며
유기해놓기도 좋은 환경이다.
의자가 편하면 카공족들이 증식하는데,
이렇게 천적을 배치하여 자연스레 사라지게 됨.
어떻게 이런 메커니즘을 설계할 수가 있는거지?
그냥 얻어걸린거라고 하기엔 주인이 바뀌고 나서 잘 된거라 할말이 없다.
그러다 사건이 터졌다.
빈 공터의 땅주인이 카페로 찾아와서
왜 남의 허락도 없이 주차장을 쓰냐며 화가나서 왔다.
2시간 걸리는 다른 도시에 사는 분인데 땅만 사두고 오랜만에 와보니
남이 허락도 없이 쓰고 있는 것이니 화날 수 밖에.
아버지의 대응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땅에 연락처가 없어서 연락을 못 드렸는데, 옆에 땅과 비교해보십시오.
(옆땅은 풀이 높이 자라있고. 사람들이 큰 전자제품이나 가구등이 마구 버려져있었음.)
"땅을 팔더라도 좀 예뻐 보여야 잘 팔립니다
땅은 사람들이 많이 밟고 다녀야 기운이 좋아집니다.
사람들 돈주고라도 불러서 터 좋아지라고 지신밟기라도 하는데,
사람들이 주차도 하면서 쓰임이 있고.
사람들이 많이 땅을 밟으며 오가니 기운 좋은 땅이 되는거 아니겠습니까~"
뭔가뭔가 이상한 궤변을 이야기 하셨다.
솔직히 자기가 그냥 주차장으로 쓸려고 한거면서.
그랬더니 그 가스라이팅에 감동을 받았는지..
지료(땅사용료)도 안 받겠다며 잘 관리 해달라면서 떠낫다.
사실 뒤에 주차장은 1년에 100만원씩 주면서 쓰고 있는데 말이다.
관리안된 땅에 버려진 폐기물처리비용까지 생각하면
남이 관리해주는 것도 이득이라 생각한 것일 수 있다.
아버지와 대화하다가 놀란 부분은 이 부분이 었는데,
스타트업 같은 창업책 보면 항상 페인킬링을 굉장히 중요하게 보는데,
그 핵심을 이미 알고 계셨음..
게다가 엄청난 노오오오오력파임.
자 아버지 훈화말씀 한소절 듣고 가자.
처음 알았는데..
영업시간이 밤 11시 마감...;; 본인이 샷다 내리심..
11시반 취침 5시반 기상, 빵굽기+펜션청소(부업) 무한반복..
하루 세번 나간다는게 객실청소하러 거기 간다는거임.
나는 50대에 반강제 은퇴각 잡히면 어떻게 먹고 사나 고민만하고 있는데,
70대 중반 나이로 저렇게 하드캐리하는거보면 내가 너무 인생을 나이브하게 생각했나 싶음.
쓰고보니 너무 길다 2부로 끊음.
아버지 리스펙
전달해드리겠음 ㅋㅋ
@퇴물(161.142) 아부지 소유하신 펜션 건물도 직접 지으신건가요ㄷㄷ
소상공인 대표님들을 위한 정책자금,
먼저 아는 사람이 받습니다!
✅
https://tnnyurl.com/fund
(정책자금센터)
매월 예산 마감 전에 확인하세요.
짧게써라 세줄요약해 - dc App
술술읽히는데? - dc App
1. 카페 망함. 2. 카페 살아남. 3. 결국 자랑글
@퇴물(161.142) 요약의 왕이신듯 ㅋ
흥미진진하네
고마웡
시니어 사업 을 미리 알아채는것도 능력이였더라. 지금 50-70세대 소비력이 빵빵해서 이 세대 대상으로 장사하면 좋을 수 밖에 없는대 말이지 - dc App
그분야를 겪어본사람이 그분야 니즈를 제일 잘 알더라구.
50이하 3040은 저 소비력이 안나오지 않을까란 생각밖에 안듦.. 마지막 꿀통인것 - dc App
젊은 친구들은 핫플레이스가서 돈을 잘 씀
형님은 잘 사시냐
다른 먹거리 만들어줘서 잘 삼.. 아버지 최소 3인분하심.
PHP에 대한 얘기도 좀 해봐
글 볼때마다 느끼는데 글좀 맛있게 쓰는듯 이렇게 글 길게 쓰면서 흡입력있기 쉽지 않는데
고마웡
해당 댓글은 삭제되었습니다.
고졸아님 학사땀
LTV 90%의 의미를 잘 생각해보셈 금수저면 나 일 안하고 놀았을거임
재밌당 - dc App
2부 빨리 급함
당시가 IMF 때였다가 코로나가 되었다가 확확 바뀌노 ㅋㅋ
ㄷㄷ 5시반 기상 11시반 취침.... - dc App
빨리 2편
요즘 어린애들이 너무 나약해서 걱정입니다ㅠㅠ(내 나이는 34살임ㅋㅋ)
경상도 어디 같은데.
오
님 제발 2탄 써주세요 펌글보고 넘 감동적이라서.. 일부터 찾아왔음요
2탄 어딨러?
혹시 혹시 경주임?
2탄 ㄱㄱ
스타벅스가 옆에 생긴거 부터가 명당이었음
혹시 가게 어디임? 70대인데 문자 빠르시네ㄷㄷ 부럽
주작인지 아닌지 확인하게 가게 이름좀
좋은 영감과 가르침받고갑니다 - dc App
쇼츠에 왠 익숙한 썰이 올라왔나 했더니 이거 긁어갔노
얼른 2탄 써주셈
입주(이사)청소 알아볼때 제일 찝찝한 게 뭐냐면
내가 호갱인가 싶을 때임
호갱 안되려고 발품파느라 시간쓰지 말고
그냥 비교견적 받는게 합리적임
✨
https://myplan.blog/clean
사무실청소까지 견적받을 수 있는 곳이긴 하던데
진짜 정직하게 상담해줬음
다른데도 비슷하긴할텐데 아는 곳 없으면 참고해봐
"돼서"라고 쓰라고 좀 알려드려라
너무 재미습니다 퇴물형님.. 오랭만에 갤 왔는데 형님 글 넘 재밌어요ㅋㅋ 글읽고… 나이브한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건승하십쇼
퇴물님 안녕하세요!~ 퇴물님 글보고 아버님처럼 열심히 사시는 분이 저의 롤모델입니다. 저도 자영업을 30대에 해보았기에 아버님의 혜안을 배우고 싶네요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아버님 운영하시는 까페 알려주실수 있는지요? 안바쁘시는 시간에 찾아뵙고 차한잔 대접해드리고, 말씀 경청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혹여 댓글이 불편하시면 말씀해주세요 바로 지우도록 하겠습니다. 해외에서 건강 유의하시고 하시는 일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이상 혀니얌얌 드림
카페.. 경주 오베르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