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아저씨 글 읽으니까 저렇게들 생각하는 사람이 천천히 생기는구나 싶긴 함


나같은 좆밥도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데 나보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은 좀 더 느끼는 게 크지 않을까




기계어로 코딩하던 시절부터 어셈블리어, C 등등 추상화라는 계단을 하나하나 쌓아 올려가며 이룩한 게 현재의 프로그래밍인데,


코딩을 자연어로 한다? 이건 좀 얘기가 다름




컴파일러에 동일한 C 파일을 집어넣으면 항상 동일한 어셈블리 파일을 내놓고,


어셈블러에 동일한 어셈블리 파일을 집어넣으면 항상 동일한 기계어 파일을 내놓음


우주에서 방사능이 들어와서 파일의 비트를 뒤집어놓는 게 아닌 이상 저 과정은 결정론적임


그래서 개발자는 마음 놓고 추상화의 계단 위를 올라가서 기계어가 아닌 언어로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거고




근데 LLM은 동일한 자연어를 넣어도 항상 다른 출력이 나옴


물론 확률적으로 동일한 경우도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경우는 매번 출력되는 결과가 다름


이런 불확실한 추상화의 계단을 우리가 과연 올라가도 되는건가? 싶은거지




뭐... 누군가는 양자역학을 들먹이며 이런 확률적인 기반 위에서 개발을 하는 게 새로운 패러다임이며 앞으로 익숙해져야 한다고는 하는데


양자역학이야 자연이 애초에 그렇게 생겨먹었고 인류는 어쨌든 그걸 이해해야 되니 수많은 천재들이 죽어라 연구해서 쌓아올린 학문인거고


프로그래밍은 자연이 아니잖아? 인류가 철저한 계산과 증명을 거쳐 발명해낸 유산인데 이걸 버려야 한다고? 대체 왜?




그러면 이런 말 하는 너는 LLM 한번도 안 썼냐고 물어볼 거 같은데 당연히 엄청 많이 씀


귀찮은 거 다 맡겨버리고, 잘 모르는 거 다 물어보고, 이해 안 되는 거 다 설명해달라고 함


거기다 남들은 어떻게 쓰나 해커뉴스, 레딧, 유튜브 찾아보기도 하고 다른 개발자랑 이렇게 쓰면 편하더라 하는 거 얘기하고 그럼


근데 컴퓨터 권한까지 줘가면서 일 시키는 건 이 새끼가 뭔 짓할지 무서워서 아직 못 해봤음


남들 하는 거 보면 재밌어 보이긴 하더라




그래도 PR 날릴 때 한번도 안 읽어본 코드나 이해못한 코드, 테스트 안 해본 코드는 없다고 자부할 수 있음


부주의로 잘못 작성한 코드가 없다고는 말 못하는데 그건 나보다 뛰어난 동료들이 리뷰할 때 찾아주니까 다행인거고 뭐...




아무튼 LLM이 대단한 발명은 맞음


개발자 아닌 사람들도 개발해보겠다고 이것 저것 건드려보고 하는 식의 진입 장벽도 낮춰주고


개발자 입장에서도 처음 해보는 분야 가벼운 마음으로 찔러볼 수도 있고


옛날이었으면 구글링하거나 책 붙잡고 머리 싸매고 있어야 할 걸 간단간단하게 물어볼 수 있어서 되게 좋음




그런데 LLM을 100퍼센트 신뢰할 수 있느냐? 이건 난 못 하겠음


물론 내가 LLM보다 코드 못 짤 거 같긴 한데, 내가 잘못 짠 걸로 사고 터졌을 때 책임 지는 건 그러려니 해도 LLM이 잘못 짠 걸로 터지면 존나 억울할 거 같거든


고치기 더 힘든 것도 있고 암튼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든다


지금 LLM으로 빅테크들이 열심히 돈 쓰고 있는데


몇 년 있다가 가만히 있던 애플이 망하는 기업 몇 개 주워먹고 저렴해진 하드웨어 구매해서 기술력 회복할지도 모르겠다고


AI 거품이라는 게 만약 있다면 가장 타격이 적은 빅테크는 애플이 아닐까


구글 사서 AI에 배팅하고 헷지로 애플 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