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bed8603b3836c84239c85e4309c7018ed1b1e8ce7f2774ce9ecc198987345928520465e8498f1401cfcd7afe7061467773359

아센공으로 일한지 반년정도 됐는데 밤중에 안타까운 마음에 주절거려봤음

솔직히 아센에서 일하기 전에는 사는 지역이랑 아파트가지고 명단을 만들었다느니 같이 어울리거나 놀지 말라했다느니 담을 쌓았다느니 하는 뉴스를 보고는 사람들이 추악하고 이기적이라고 생각했음. 물론 지금도 그건 여전히 굉장히 잘못된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근데 아센을 와보니까 그런 부모들의 마음이 아주 조금은 이해가 되더라. 왜 좁은 평수거나 빚을 내더라도 꾸역꾸역 강남 목동 등으로 옮기고 영어유치원에 사립학교를 보내는지.

나는 우리 가족들이 대부분 고등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 어려서부터 공부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학교나 학원이라는 커뮤니티도 자연스럽게 그런 친구들로 채워져 있었음. 그러다보니 영어는 모국어 수준으로 구사할 수 있는 친구들이 많았고 다들 공부도 잘해서 항상 친구들이지만 많이 배우며 살았다고 생각함. 또 대학교를 비롯해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고등교육을 마음놓고 받을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시는 가족들이 있었고, 이런 환경이 너무나 당연하고 일반적인 것이라 생각했음.

윤리면에서도 그런게 경비아저씨나 식당 아주머니, 택배/배달기사님 등한테 예의바르게 인사하고 여름에 박카스나 시원한 음료같은걸 드리는게 당연하고 윤리적인걸로 배우고 살았음. 무언가 받은게 있다면 두세배로 갚는게 당연한 것으로 알고 살았고. 선생님이나 교수님 등 스승은 하늘같이 여기는게 당연하다고 배웠고.

그런데 아센에서 일을 해보니 이게 당연한게 아니더라고.

먼저 학습환경이 매우 떨어짐. 영어 구사는 커녕 중1 학생이 파닉스도 안 되어있는건 기본이고(가령 파닉스가 되어있으면 doctor라는 단어를 주면 도크토르 이런식으로라도 읽어볼 수 있어야 하는데 아예 그 단계에서 막힘) 애초에 집에서 책을 읽히거나 공부라는걸 시켜본 적이 없음. 초등학생이 기초연산을 못하는건 기본이고, 고등학생인데 중학생때 배우는 다항식도 제대로 안 되어있음. 무엇보다도 문제인 건 애들 공부를 시키려고 해도 집중력 스팬이 틱톡이나 유튜브 쇼츠에 맞춰져있어서 1분을 넘어가면 눈이 돌아가있음. 아예 행간을 읽으려는 시도자체가 안됨.

예의면에서도 문제가 많은데, 이건 전적으로 부모들 문제임. 물론 집이 어렵고 편부모거나 하는 경우가 많지만 자식들 교육은 신경쓸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음. 오히려 내가 낳고 먹여 키웠으니 얼른 졸업해서 돈벌어오라는 스탠스가 기본이고, 복지받는걸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김. 애들도 공부할 생각이 별로 없고,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보통 우리들은 ‘대통령, 교수, 과학자, 의사, 선생님’ 이런 걸 얘기했다면 애들은 ‘미용사, 유튜버, 게이머’같은 얘기를 함. 물론 우리때랑 패러다임이 바뀐 건 맞고, 그런 직업을 비하하는 건 절대 아니지만 명예를 추구하거나 향상심이 큰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려움.

심지어 한 부모는 애들끼리 싸우니까 센터에 쳐들어와서 다른 애한테 패드립을 박은 적도 있고, 술취한채로 센터에 쳐들어온 사건도 있음.

받는걸 당연하게 여기는건 둘째치고, 이 사람들은 평생 하대받으며 살아와서 그런지는 몰라도 인심이 굉장히 야박하고 자기가 조금이라도 우월한 상황에 놓이면 상대를 굉장히 깔보고 무례하게 하는 경향이 있음. 부모는 애들한테 ‘절대 베풀지 말고 남들에게서 빼앗아라. 빼앗기면 지는거다’라는 사상을 주입하고, 애들끼리 그런 무례한 사고방식이 자연스럽게 전염됨.

조용하고 착하던 초1짜리 하나가 5월쯤 새로 등록했는데, 센터 초등학생들이랑 어울리기 시작하더니 바로 쌤들한테 깝치기 시작함. 교육봉사 경험이 많은데 우리 센터 애들은 비교적 착한 편이지만, 그런 사고방식의 전염이 굉장히 빠르더라고. 그 과정을 보면서 많이 안타깝더라.

그런 애들은 대체로 중학교 1~2학년이 되고 또래보다 빠른 사춘기를 겪으며 대체로 아동센터를 종결하며 아센으로부터 받는 지원이 끊어짐. 물론 급식카드나 이런건 있지만 더 이상 무조건적으로 보호해줄 공간이 사라지고, 자연스럽게 질이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다 질이 나쁜 직장으로 흘러들어가고, 예의나 품위는 사라지고, 자연스럽게 가난은 대물림되게 되어있더라.

이런걸 종합해봤을때 부모들이 왜 기를 쓰고 학군과 학교를 바꾸려 하는지, 고급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왜 자기 자식들을 임대아파트나 빌라에 사는 애들과 분리하려 하는지를 조금은 이해하게 됐음. 물론 허영심이나 차별의식이 대부분이겠지만 결국 아이들은 환경이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거지.

그런 행동들이 비인간적이고 이기적인 행위인건 당연한 사실이지만, 그게 어쩔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비정한 현실이고 상위 1%만 들어갈 수 있는 명문학교를 나와 대기업 또는 전문직이 되지 않으면 병신 취급을 받는 비현실적인 허들을 요구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라고 생각함.

물론 일개 공익따리가 바꿀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는건 누구보다 잘 알고있음. 봉사활동할때도 많이 교육받은 내용이고. 그래서 나는 항상 애들한테 ‘무시받지 않으려면 많이 알아야 한다’면서 학교다닐때 과외하듯이 가르쳐줌. 물론 노예짓인건 알지만 아이들이 서서히 망가지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서…

안타까운 마음에 주절거려봤음. 물론 애들이 어떻게 굴러먹든 우리 책임은 아니지만, 더 많은 부모들이 문제의식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임.

- dc official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