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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자신 있었다. 사수의 실패를 거울 삼아 이번엔 시험일로부터 8개월 동안 순공 10시간씩 하루도 안 쉬고 했다.


시험 보는 중에 컨디션도 좋았고 4교시까지 모든 문제 풀이가 순조로웠으며 마킹까지 가까스로 다 마쳤다. 문제지에 체크한 답안과 답안지에 표기한 선택지가 모두 일치함을 확인하고, 기분 좋게 답안지를 덮어놨다.


감독관이 4교시 타종까지 1분 남았다는 멘트를 치자, 갑자기 필적확인란 문구를 제대로 썼는지 걱정이 됐다. 그래서 답안지를 확인하자, 난 그대로 얼어붙었다.


필적확인 문구는 정확히 기재돼 있었지만, 문형을 잘못 표기해놨다. 홀수형을 짝수형으로 칠해놨다.


오만 생각이 교차하는 가운데에 타종이 울렸고 감독관은 답안지를 걷어가버렸다. 덜덜 떨며 자리에 앉아서 멍하니 앉아있는데 5교시가 시작됐고, 어떻게 문제를 풀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시험 끝나고 너털너털 집에 걸어왔더니 잔치국수해놨더라. 우리 아들 고생했다며 대접에다 고명까지 수북이 담아놨는데, 그 걸 보는 순간 미친 듯이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김치 담아놓은 종지를 집어서 바닥에 팽개치고 국수는 그대로 들고서 변기통에 부어버렸다.


애미는 갑작스러운 큰 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뛰어오더니, 박살 난 그릇 조각을 보며 "에그머니나!" 하고 소스라치더라.


왜 화가 났는지 모르겠다. 터무니 없는 실수로 다 된 밥을 망쳐놓은 나 자신에게 화가 난 것인지, 자식 시험 끝난 날에조차 소고기 하나 구워먹이지 못 하는 가난한 집구석에 그랬던 것인지...


방문 잠그고 디씨 켜서 이의신청 절차 검색하고 있는데, 아무 생각도 안 들고 자꾸 눈에서 즙만 나온다.


꺼헉꺼흐흑 소리 내어 울고 있으니, 애미는 밖에서 문 두드리는데 세상 너무 억울하고 좆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