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릭이 말을 이었다.

'탈주병들은 무법자들인가요?'

'대체로 그렇지.'

브리엔느가 대답했다.

셉톤 메리발드(수도사)는 그 의견에 반대했다.

'대체로 그렇지가 않습니다. 무법자들에게도 여러 종류가 있답니다. 마치 하늘을 나는 새들도 여러 종류가 있듯이 말입니다. 도요새와 물수리는 둘 다 날개를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같지는 않습니다. 음유시인들이 사악한 영주와 싸우기 위해 법의 테두리 밖에서 행동할 수밖에 없는 정의의 사도들에 대해 노래하기를 좋아합니다만, 대부분의 무법자들은 번갯불 경(베릭 도다리슨)이라기보다는 미친 듯이 날뛰는 하운드(사냥개=산도르, 중의적표현)에 가깝습니다. 그들은 탐욕에 이끌리고 적의에 넘치고 신들을 모욕하고 자신들밖에 생각할 줄 모르는 흉악한 자들입니다. 그런데 탈주병들의 경우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보다는 동정할 만한 여지가 더 많습니다. 그들 거의 모두가 평민 출신이며 어느 날 어느 귀족의 명령으로 전쟁터에 내몰리기 전까지는 태어난 곳에서 1마일 이상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자들입니다. 변변한 신발도 갑옷도 없이 그 귀족의 기치 아래 행군하는 그들의 무기라고 해 봐야 낫이나 끝을 날카롭게 한 괭이, 막대기에 가죽끈으로 돌을 묶어 만든 망치가 전부입니다. 그들은 용기를 북돋우는 노래들과 무용담들을 들은 적이 있기에 앞으로 보게 될 경이로운 세계와 획득하게 될 부와 영광을 꿈꾸며 형제끼리 아버지와 아들끼리 친구끼리 나란히 행군하는 것입니다. 전쟁이야말로 그들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멋진 모험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이윽고 그들은 전투를 경험하게 됩니다.

한 번의 전투를 겪고 탈주하는 자들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자들은 몇 년이고 몇 번이고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전투를 치릅니다. 하지만 백 번의 전투를 치르고도 백한 번째 전투에서 탈주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형제가 죽어 가는 것을 보거나 아버지가 아들을 잃게 되거나 친구가 도끼에 맞아 터져 나온 창자를 움켜쥐고 집어넣으려고 애쓰는 것을 보게 된다면 말입니다.

더러는 자신들을 이끌고 귀족이 쓰러지면 다른 귀족이 나타나 이제부터는 그들이 자신의 병사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게 되기도 합니다. 몸에는 상처가 끊이지 않습니다. 상처가 낫기도 전에 또 다른 상처가 생깁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데다 행군으로 신발은 너덜너덜해지고 옷은 넝마가 되다시피 하고 더러운 물을 마신 탓에 그들 중 반쯤은 바지에 설사를 하고 맙니다.

만약 그들이 새 부츠나 따뜻한 망토나 철제 반투구를 갖고 싶다면 시체에서 벗겨 내야 하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살아 있는 사람에게서도 훔치게 됩니다. 그것도 자신들이 전투 중인 지역에 사는 평민들, 지난날의 자신들과 마찬가지였던 사람들에게서 말입니다. 그들은 지역민들의 양을 잡아먹고 닭을 훔치고 급기야 지역민들의 딸들도 끌고 갑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주위를 둘러보고 깨닫게 됩니다. 자신들의 친구도 친척도 모두 없어져 버렸고 누구의 것인지 알 수도 없는 깃발 아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과 함께 싸우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그곳이 어디인지도 알지 못하고 어떻게 해야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도 알지 못합니다. 또한 자신들의 이름도 알고 있지 못하는 귀족이 자신들에게 흩어지지 말라, 창과 낫과 괭이로 전열을 형성하라, 결코 물러서지 말라며 소리칩니다. 그리고 적의 기사들이 쳐들어옵니다. 온몸을 강철로 감싸고 얼굴도 알 수 없는 기사들이 맹렬하게 돌진해 오는 것입니다. 그 기사들의 강철 무기들이 토해 내는 우레 같은 소리가 세상을 삼킬 듯합니다....

그러다가 그들은 탈주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떤 자는 방향을 틀어 정신없이 내달리고 어떤 자는 시체를 타넘고 달아나고 어떤 자는 야음을 틈타 달아나 어딘가 숨을 곳을 찾게 됩니다. 그때 쯤이면 고향에 대한 생각은 완전히 잊히고, 왕이든 영주든 신들이든 오늘 하루를 더 살게 해 줄 상한 고기 한 덩이, 몇 시간이나마 공포를 달래 줄 싸구려 포도주 한 부대 앞에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것입니다. 탈주병들은 굶주림 속에서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텨 나갑니다. 그들은 이제 사람이라기보다는 짐승에 가까운 삶을 살게 됩니다. 레이디 브리엔느의 말씀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이런 시절에 여행자들은 탈주병들을 경계하고 두려워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동정받아 마땅한 자들이기도 합니다.'

메리발드가 얘기를 마쳤을 때 그들 일행 사이에는 깊은 침묵이 깃들였다. 브리엔느는 바람에 갯버들 덤불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더 먼 곳에서 들려오는 아비새의 희미한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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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letsdiscuss.tistory.com/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