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년 방위사업청이 개청됩니다.
방위사업청은 기존 전력개발관리단 사업관리처의 화력(무기)체계를 가져가지요.
이에 무기체계 외의 장비, 물자, SW등 군수 전반에 이르는
비무기체계를 관리 할 전담 부서의 필요성을 느꼈고
동년 4월 1일에 육본 예하에 전담 사업단을 창설하게 되죠.
지금은 전력지원체계사업단이라고 부르라는데, 비무기가 입에 붙어있는 그 부서입니다.
뭐 정확히 말하면 군수참모부, 정작참모부, 전력개발관리부, 기획참모부 등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업무와 조직을 통합 개편했다고 보면 좋습니다.
어쨌든 국방개혁 2020에 따라 첨단군이니, 정예화니 하고 있고
교육, 피복, 수송 등 군의 중추가 되는 비무기체계단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가뜩이나 언론에서는 전투복이 병신이니, 전투화가 씹1창이니 때리고
여론은 지극히 평범해서 군공제 피복류라면 개새끼 똥 치우는데도 안쓰겠답니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비무기체계단은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합니다.
훈련용표적기나 알루미늄 일체형 수통, 전투용 배낭, 4점식 턱끈같은 헬멧부수기재류들 말이죠.
뭐 열심히 일은 했습니다. 멍청해서 문제였지...
폰 젝트 가라사대, 가장 쓸모없는 새끼는 멍청하고 부지런한 놈일지니

캐안습의 사진 한 장을 봅시다.
아실 만한 분은 아시겠지만 저 병사들이 입은 피복은 전투복이나
야전상의(방상외피)가 아니라 스키파카(방한외피)입니다.
말이 방한외피지 실상 방한성능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고 바람막이 수준
그래도 강원도 산자락에서 블리자드가 쏟아져도
저거 입고 나가면 야상이 젖지는 않아 좋더랍니다.
겨울에 훈련이다 지원이다 진돗개 둘이니 하나니 할 때
저거 걸치고 단독군장(엑스반도) 매면 좋습니다. 짬 존나 차보여요.
그런데 짬차보이고 야상 안젖는 수준으로 방한 피복이라고 하기는 부끄럽죠.
일단 불편합니다.
불편하다는게 저 스키파카가 불편하다는게 아니라 스키파카 한 벌로는
강원도 겨울이 도대체 감당이 안되니까 이것저것 껴입을 수 밖에 없어서 불편하다는 겁니다.
흔한 양구의 육군 병장이 혹한기를 나는 법 :
빤쓰에 싸제 특전패턴 스판라운드 티에 PX제 얇은 스판 내복에
보급 내복 동시에 껴입고, 양말에 덧신, 전투복 걸치고 목토시 두르고
깔깔이 상의 걸치고, 깔깔이 하의 입고 전투복 바지 입고,
보급 털조끼 추가로 걸치고, 그 위에 야상 하나 걸치고 주머니에 핫팩 2개 이상 터뜨려놓고
그 위에 건빵바지 입고, 스키파카 걸치고, 안면마스크 쓰고 방탄쓰고 개털(방한두건) 두르고 귀도리 쓰고
방한화 신고, 싸제 메카닉스 장갑에 혹시 몰라서 모장갑 억지로 씌우고 방한 수갑 착용하고...
뒤뚱뒤뚱 EOD 방폭복 입은 텔레토비마냥 든든하게 껴입어도
씨발 양구 한겨울 칼바람 한 방이면 핫팩은 20분만에 수명 다되고,
이놈의 발가락을 자를까말까, 잘라내면 덜 아프지 않을까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니,
이 지경이니 일부 부대에서는 발열 조끼를 사제로 구입해서
경계근무 인원에게 입히는 등 추가 지출이 꾸준한 편이죠.
그러니 욕을 신나게 쳐먹습니다.
아니 요새 패딩이니 고어텍스니 따땃한 거 많은데
왜 국방부 마크 찍힌 옷만 입으면 추워 죽겠냐 이거죠.
혹한기 올 때마다 그냥 노페 오리털 패딩입고 혹한기 뛰면 안될까
진지하게 고민하던 간부들도 있는 상황이죠.(우리 부대)

스키파카가 욕을 쳐먹으니 깔깔이도 같이 욕을 쳐먹습니다.
사회에서야 깔깔이 입으면 따뜻하다 어쩐다하는데 그건 사회니까 그런거고
혹한에는 보온성도 시원찮은 편인데다 부피가 큽니다.거기에 이것저것 쑤셔입어야 하니 활동이 불편해지죠.
솜 얇게 누벼서 만든 옷이 암만 잘나봤자 장진호에서 벌벌떨던 중공군보다 나을 게 뭐냐는겁니다.
색깔도 노란색이라 멋대가리도 없고 모양도 빠집니다.
상병장들이 깔깔이 걸치고 짬 존나 되는 줄 착각하는데, 현실을 직시하면 정말 병신스럽죠.
이러니 자괴감 듭니다.
아니 다른 나라 군대는 고어텍스니 뭐니 하고 앉았는데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거리일까요.
이러니 혹한기마다 간부들이 꼴랑 10만원 짜리 미군 고어텍스 자켓 사입는게 유행처럼 번지는데
그 10만원짜리 보다 못한 성능의 스키파카 걸치고 추워죽겠네 하고 있으니 군용이라면 신물이 납니다.
그래서 방한복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기억하실 분이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옛날에 통합방한복이랍시고 저 사진이 돈 적이 있었죠.
사실 이번에 나온 화강암 패턴의 신형 기능성방한복은 사실 두 번째 작품입니다.
기존에 쓰던 구형방한복 -> 기능성방한복으로 바로 이어진게 아니라,
구형방한복 -> 통합방한복(흑역사) -> 기능성방한복으로 이어졌다고 보면 됩니다.
지금부터 살펴 볼 놈은 이 녀석(흑역사)입니다.

저 신형방한복은 06년도에 사업이 추진되기 시작했습니다.
정확한 명칭은 위에서 언급했던 '통합방한복'이죠.
이런저런 야전의 요구에 따라서 개선사항을 종합합니다.
일단 방한복 품목이 너무 많다는 지적에 따라 통합, 단순화를 노립니다.
특히 머리와 목부분에 품목이 다수 집중 되어있음을 깨닫고 이것을 단순화시키죠.
안면마스크, 귀도리, 목토시에 방한모에 방한두건까지 무려 5종이나 됩니다.
일일이 쓰고 벗고 어쩌고 하느니, 그냥 성능 좋은 일체형 두건 하나로 다 해결보면 어떨까? 생각한거죠.
이런 저런 기능들을 통합해버리고 성능이 좋아지니 무게가 줄고 활동성이 보장됩니다. (6.7kg -> 4kg)
깔깔이(방상내피)에 문제가 있음을 인식합니다.
깔깔이... 야상 안에도 걸치고, 혹한에도 써먹고 하지만 아무래도 보온성에 한계가 있죠.
그래서 폴라폴리스 소재의 보온용 내피를 따로 만들기로 합니다.

예, 딱 사진의 미군 폴라폴리스 자켓이 생각나죠.
신형방한복과 함께 나왔던 이놈은 괜찮은 성능을 자랑했습니다.
방한복 외피에 이 녀석(상하의) 걸치고 핫팩터뜨리면, 이론상 영하 50도에서도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고 했을 정도니,
귀찮게 깔깔이랑 이것저것 쑤셔 입느니, 이거 상하의로 한 장씩 걸치고 있으면 그만이었죠.
원단 재질이 방수 능력을 자랑했습니다.
어느 정도 성능이냐면 이 녀석 입으면 우천 시 우의가 필요 없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지요.
당시 이걸로 아예 우의를 대체하자는 소리가 정말 진지하게 흘러나왔을 정도니,
여기까지 보면 정말 괜찮은 스펙을 자랑하는 방한복이 나온 것이죠.
07년 10월부터 7사단, 12사단, 22사단 등 강원도 전방사단에 배치해서 야전평가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08년도에 군사용 부적합 판정쳐먹고 사업이 종결됩니다.

통합이라는게 항상 성공적인 것은 아닙니다.
F-4 같이 공군, 해군, 해병대에서 한꺼번에 사용해놓고 잘 써먹은 케이스도 있는 반면,
F-35 마냥 무리하게 통합하려다 돈만 왕창 깨지고 이런 저런 안 좋은 소리 먹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죠.
안면마스크, 귀도리, 목토시, 방한모, 방한두건의 5개 기능을
한꺼번에 수행하려고 했던 저 통합형 방한두건이 우선 말썽이었습니다.
강원도 최전방의 겨울이 암만 춥다고 해도,
그게 북극이나 남극마냥 항상 추운게 아닙니다.(부대에 있으면 항상 춥기는 하지만)
날씨라는게 풀릴 때도 있는거고, 다시 얼어붙을 때도 있으니,
적정 기온에 따라 능동적으로 적용이 가능해야 하죠.
한마디로 좀 추워지면 목토시와 귀도리로 충분,
거기서 좀 더 추워지면 안면마스크와 방한모를 추가로 쓰고
좆빨나게 바람불어서 체감온도 더 내려간다 싶으면 방한두건을 쓰지만,
저 통합형 두건은 날이 풀리던 말던 저것만 쓰고 있어야 하니 활용성이 제한됩니다.
그리고 저 형태 자체가 방탄헬멧을 썼을 경우를 고려 안한 티가 팍팍납니다.
방탄 헬멧을 착용하니까 두건에 이격이 생겨서 바람이 숭숭 들어오고,
위는 압박이 되어버려서 머리통을 눌러제끼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또 두건 형태이다보니 숨을 내쉴때마다 수분이 응결했다 녹았다해서 썩은내가 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저 폴라폴리스 자켓에도 불만이 제기되었죠.
아니 보온 잘 되고 활동성 좋으면 만족해야지 왜 불만이냐? 하겠는데,
역시나 문제는 통합성...
지나치게 보온이 잘되니 능동적인 적용도 적용이거니와,
최전방 한겨울 혹한의 날씨가 아니면, 좀 따뜻한 후방의 준혹한지형에서는 쓸일이 거의 안 나오는 겁니다.
한마디로 기능적인 통합을 중시했다가 전후방(2작사 제외) 공통사용은 물건너 갔다고 보면 됩니다.


이번에 괜히 다기능방한내피와 일반방한내피가 구분되어서 나온게 아니라는거죠.
물론 원단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방수성능은 우의 저리가라 할 정도로 뛰어나긴 합니다만 투습이 잘안돼서 문제였답니다.
GOP 계단오르다 땀이 나면 이게 방출이 되어야 하는데,
방출이 안되니 땀이 식으면 체온이 더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원단이 지나치게 뻣뻣해서 옷이 스치면 소음이 발생했지요.
기도비닉을 유지 할 수 없으니 매복에도 쓸 수 없고, 군사용부적합의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
시대가 어느 때인데 추가적 보온 대책을 핫팩으로 우려먹는게 말이나 되냐는 소리도 나왔답니다.

그러니 이런 전자식 발열팩을 개발한거죠.
그리고 예전에 전투배낭 사업 나가리에 대해 설명한 게시물에도 덧붙혀 말했지만
업체는 애국애족의 일념으로 자원봉사하는 단체가 아닙니다. 돈을 줘야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돈만 준다고 되는 것도 아닙니다. 능력이 되는 회사한테 돈을 줘야죠.
돈 없어서 능력도 안되는 민영업체한테 돈 찔끔 주고 군이 주도해서 개발해봤자 시간만 낭비합니다.
냉전 이후로 세계적인 추세가 그렇지만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
군의 기술은 민간에게 추월당한지 오래되었습니다.
하다못해 수송차량 부분, 그 좋다던 험비만 봐도
스펙으로는 모하비한테 개발리는게 작금의 상황이고,
비단 차량만이 아니라 통신, 섬유, 제화 등등도 민간 기술이 첨단을 선도하죠.
전투화나 방한복 같은 거라고 뭐 다를 것도 없습니다.
미국 같은 곳은, 조준경 같은 총기 옵션, 심지어 전술사격 등등도
충분한 민간 수요가 있으니 넘사벽으로 발전하죠...
그러니 군이 개발하겠다고 디밀어봐야 한계가 있고 그 결과가 딱 저 통합방한복입니다.
트렌드를 선도하는건 언제나 민간이지요.
그런 트렌드를 선도할 기업이 한국에 있긴 있는지, 수요/공급 실태만 생각하면 암울할 지경이지만,
적어도 전술장비(방탄복이나 헬멧 및 조끼류 등 중요하지만 군 외엔 쓰지도 않는)을 제외한 품목들은
거진 민간주도 업체투자연구개발로 가는게 현실입니다.
이번에 화강암 패턴으로 새로 나온 코오롱의 기능성 방한복이나, 트렉스타 전투화가 그렇죠.
문제는 그래도 기술력이 딸리면, 업체의 '가능하다니까? 맡겨만 주셈' 말을 믿어도
전투화 코 깨지듯 문제가 터진다는 겁니다. 민영업체에 환상 같은거 갖지 마세요.
어쨌든 06년도에 출범한 비무기체계단은
과거 선배들이 싸지르던 똥을 관성의 법칙에 의거하여 초기 1~2년여간 따라 싸면서,
각종 (알려지지 않은)캐삽질을 통해 노하우를 획득하고 지금에 이르게 됩니다.
아직도 한참 멀어보이기는 하지만,
초기 전투형 배낭은 아주 확실한 사례고
방탄헬멧 부수기재는 유사한 사례로 볼 수 있겠죠.
마일즈 장비 사업 같은 병신 크리나 밑창 떨어지는 전투화는
그냥 비리로 떡칠된 사건이니 따로 적진 않겠습니다.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에서 진정한 갑중 갑은 대통령 친인척입니다. ㅋ
궁금한게 있는데, 이번 신형방탄복 원래 시라스짝퉁식으로가는거 아니었나요? 어깨보호대랑 낭심보호대도 같이 달려있는 형태의 방탄복사진이 있어서
안하는 것보다 개지랄이라도 해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근데 키탈저님은 계속 군에 남으신 건가요? 아니면 전역한 후에도 이런 정보를 계속 취합하시는 중인 건가요?
그리고, 친구는 포격 당한 곳에서 근무했는데 그 쪽은 스키파카와 \'혹한복\'이라고 하여 고어텍스로 된 방한복을 지급했더군요. 저도 군생활하면서 군수정보체계 뒤져봐도 그런 건 없었는데 말이죠. 위장무늬만 한국군 구형이고, 형태는 미군 2세대 고어텍스랑 똑같더군요. 이게 \'통합방한복\'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혹한복이라는 것도 하나의 흑역사는 아닌지 궁금합니다.
ㅇ // 시라스 짝퉁도 있고 OTV 짝퉁도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비전문가라 OTV랑 시라스가 구분이 잘 안갑니다.
후덜피아 // 전역했어요. 정보야 뭐 찾으면 나오죠. 그리고 혹한복이라는건 방사청 발주로 2011년 중반에 구입되어 보급되었습니다. 추측일 뿐이지만 기능성방한복 보급 이전에 구매해서 우선적으로 뿌린게 아닌가 싶네요. 민간업체에서 입찰해서 줬다던데 어떻게 생겨먹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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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니 이런 게 나오는데 그냥 명칭이 다른 건 아닐까요?
명칭이 다르지는 않았어요. 스키파카 따로 혹한복 따로였거든요. 약간의 루트를 통해서 실제로 보기도 했는데, 그냥 딱 미군 2세대 고어텍스였죠. 스키파카는 주머니도 없고 봉제선에 실링도 따로 되어있었거든요. 고어텍스 제품들 특유의 실링테잎에 고어텍스라고 적혀 있었고, 주머니도 좀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