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새미, 뭐 먹고 싶은 거라도 있니?"


차갑지만, 맑은 공기가 아침 해를 받아 반짝이는 토요일. 이마부터 턱까지, 길게 사선으로 난 흉터를 일그러트리며 형이 물어봤다.

누가 보면 깜짝 놀랄만한 표정이지만 나는 형의 이 표정이 웃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안 보이는 씹ㅅ…. 스토커 놈이 제대로 한 방 먹였지.


첫 휴가를 나온 형이 우는 듯, 웃는 듯 일그러진 표정으로 애매하게 말했던 게 벌써 4달 전이던가.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그때는 참 놀랐었다.


"슈퍼 맥! 슈퍼 맥 먹고 싶어요. 엄마는 절대 안 사준다니까요."


"하, 슈퍼 맥 좋지. 오늘 아침은 크고 기름진 녀석으로 먹어보자."


더 크게 흉터를 꿈틀거리며 외삼촌이 크고 두꺼운 손으로 내 머리를 마구 헝클어트렸다.


*


"그러고 보니 삼촌, 그 모자는 못 보던 모자네요?


픽업트럭을 몰던 삼촌이 조수석에 탄 내게 고개를 기울였다.


"아, 이거? 최고 사령부에서 보냈더라고."


검은색 캡 모자에는 말레벨론 크릭 베테랑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말레벨론 크릭.

진리부 뉴스에서 승전보를 계속 전해오다가 어느 순간부터 소식이 잠잠해진 곳으로 기억하고 있다. 항상 그랬듯이 우리가 이겼을 곳일 테고.


"아, 말레벨론 크릭이면 그 토스터들이 삼촌 같은 헬다이버들에게 손도 못쓰고 쓸려나간 곳 아닌가요?"


순간, 삼촌은 일그러진 표정 위로 누군가 가면을 씌운 것처럼 표정을 지웠다.


"새미."


히터를 틀었을 차 안의 온도가 순식간에 떨어지는 것 같았다. 나는 차갑게 얼어붙은 것 같은 삼촌의 눈빛과 목소리에 저절로 자세를 바르게 했다.


"네?"


"그놈들은…. 놈들은 절대 토스터 같은 게 아니야. 절대로. 그러니까 어디에서 그런 소리 하고 다니면 안 된다. 알겠지?"


"ㄴ, 네. 알겠어요. 삼촌. 미안해요.


삼촌의 얼굴에서 가면을 다시 벗겨지고 공기가 다시 따스해졌다.


"그래. 우리 착한 새미. 삼촌하고 약속한 거다?"


"네 삼촌."


"좋았어. 그럼, 요새 학교는 어떠니? 혹시 괴롭히는 나쁜 놈들은 없고?"


"물론이죠. 우리 외삼촌이 헬다이버라고 하니까 폼 잡던 놈들이 알아서 구석으로 찌그러지던데요?"


삼촌이 모는 차는 막힘없이 슈퍼 맥더글라스로 향하고 있었고, 나는 학교에서 있던 일부터 엄마, 아빠와 집에서 있던 일까지 신나게 떠들어댔다.


그런 나를 보며 삼촌은 얼굴을 크게 일그러트렸다. 그 험상궂은 얼굴을 보니 퍽 마음이 놓였다.


*


"주문받겠습니다. 손님."


잠시 턱을 손으로 쓸며 메뉴판을 보던 삼촌이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마주 끄덕였다. 예전부터 엄마 몰래 삼촌과 맥 더글라스에 오면 메뉴는 항상 정해져 있었다. 가장 크고. 가장 기름지고. 가장 맛있는 것으로.


"여기 슈퍼 더블 쿼터 파운더에 양파튀김, 감자튀김 큰 거, 누크-잇-콜라 큰 걸로 2개씩 주세요."


"네, 가격은... 어, 손님. 혹시 헬다이버십니까?"


"....그렇습니다."


"이런 세상에, 말레벨론 크릭? 가슴에 그건... 에라타 프라임 기장? 우수한 용맹성 최고 훈장까지? 오, 달콤한 자유여! 진짜 헬다이버다! 만나 뵙게 되 영광입니다!"


"....제가 영광이죠. 감사합니다. 새미, 삼촌을 위해서 자리 좀 먼저 잡아주겠니?"


삼촌은 주방 안에서 일하는 크루들까지 불러내며 손을 잡고 붕붕 흔들어대는 종업원에게 쩔쩔매면서도 내게 눈을 찡긋거렸다.

뿌듯한 마음으로 나는 가장 햇빛이 잘 드는 창가로 뛰어갔다.


*


이래서 집에 놓고 오려고 한 건데 말이야."


"뭘요? 아, 훈장하고 모자요? 왜요?


슈퍼 더블 쿼터 파운더 버거를 크게 베어 물고 천상의 맛을 느끼는 나를 흐뭇하게 지켜보든 삼촌이 문득 생각난 듯 무심하게 말했다.


"고맙긴 하지만 항상 이렇게 떠들썩해지니까 말이야."


음식값도 안 받으려고 하니까 오히려 곤란하다고, 삼촌은 잠시 작은 목소리로 툴툴거렸다.


"최고 사령부에서 무조건 패용하고 다니라고만 안 했어도 말이지. 뭐, 그건 그렇고. 맛은 어떠니 새미?"


"최고예요. 역시 삼촌이 짱이야!"


"그래, 많이 먹으렴. 다음에 휴가 나오면 또 오자꾸나."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나를 보며 삼촌이 더욱 크게 얼굴을 일그려트리며 웃었다.


"그리고, 알지?


"네, 삼촌."


엄마에게는 비밀이다!


누가 할 것 없이 웃음을 터트리며 다시 버거를 베어 물었다. 

햇볕은 따스하고 버거는 최고로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