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여 영ㅇ"


그의 마지막이었다. 이것을 마지막으로, K4로부터의 교신은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실제론 아주 짧았지만 마치 영원처럼 느껴지던 어색한 침묵이 잠시 지나간 뒤, R2가 입을 열었다.


"...교신이 끊어졌습니다. 그는 아마-"


굳이 말 하지 않아도 그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마지막 교신을 끝으로, 이글 전폭기가 토해낸 500kg 폭탄의 거대한 폭음은


상당히 멀리 떨어져 따로 2인 작전을 수행중인 우리에게도 분명히 들려왔다.



그리고 틀림없이 그는 아마 그 폭심지의 중심에 있었을 것이다. 분명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을 것 이기에...


단언컨데 이런 폭발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헬다이버는 아무도 없었다. 슈퍼지구에서 어떤 선전을 하든, 어떤 선동을 하든간에


헬다이버들은 슈퍼맨도 불멸의 투사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냥 다소 불편한 갑옷을 걸치고 목숨을 걸고 안간힘을 다 해 싸우는 한 명의 인간일 뿐이었다.



하물며 강대한 바일 타이탄도 일격에 쓰러뜨릴 수 있는 폭발속에서 살아남는 것은


그냥 물리적으로 불가능 한 일이었다. 그는 분명 죽었다.


나의 표현대로라면 개죽음. 슈퍼지구의 표현대로라면 장렬하게, 영웅처럼 산화한 것이다.



슈퍼지구에서 말하기를 헬다이버라는 직업은 영광된 일이고, 보람과 많은 보상이 뒤따를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마치 헬다이버들을 죽지도 않는 무적의 투사인 양 포장하며, 상대하는 버그와 오토마톤들은 하등하기 그지없고


손가락으로 밀거나 군홧발로 짓밟기만 해도 으스러지는 나약한 존재로 묘사해왔다. 조금 세봤자 총으로 몇 발 쏘면 제압된다고 했었고.


물론 대중들의 공포심과 적개심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적에 대한 쓸데없는 과대포장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것이 슈퍼지구의 방식이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애국심에 이끌려 이곳에 온 것이다. 슈퍼지구는 평화로운 민주주의, 자유와 번영의 땅이고


모두 그것을 지키기 위해 한 몸 불사르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건 무언가?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이 참상은?


숨이 턱까지 차오르게 달리고, 내 목숨을 위협하는 끔찍한 괴물들을 상대하고 또 상대해도 끝이란 없었다. 탈출 후 남은 것은 다음 전장으로의 투입 뿐이었다.


처음 쉬운 몇 임무를 수행할 때는, 이것이 그저 손쉽고 영광된 일 처럼 보였다.


땅에 쓰잘데기 없는 슈퍼지구의 깃발 따위나 꽂아대면서 앞에서 사진이나 찍어대던 그 경험들은, 마치 헬다이버들을 더 위험한 임무로 끌고 들어가기 위한 미끼나 마찬가지였다.


그들 자신의 과시욕을 자극하고, 명예욕을 자극하는 것. 그렇게 하나씩 빠뜨려나갔던 것이다.


하지만 자살, 불가능이나 마찬가지인 임무를 수행하는 지금, 이 곳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는가? 이건 명예도 뭣도 아니었다.



자유로울 수 있는 용기를 증명하라고 했던가? 그 용기를 증명하던 사람들은 모두 자유로워졌다. 자신의 육체로부터!


도대체 이 전쟁터의 어디에 승리의 영광이 있단 말인가?


방금 500kg 폭탄의 폭발 속에 산화한, 조금 전 임무 시작 전 구축함에서 잠깐 만나 통성명도 제대로 하지 못 했던, 코드네임 K4에게도


가족과 친구들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의 시체는 잿가루 한 톨 마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이 따위 것이 다 무엇인가?


이것은 그냥 지옥이다. 끝 없는 벌레로 가득한 지옥. 한 없는 기계로 가득한 지옥.


그러고 보니, 우리들을 헬다이버라고 했던가? 지옥으로 뛰어든다라... 참으로 적절한 이름이 아닌가?


고향의 어떤 높은 놈이 이런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지만, 일단 그 놈은 이 전쟁터가 무간지옥이나 마찬가지일 것 임을 알고 있었을 거라는 것 아닌가?


그렇다. 어쩌면 그 씨발놈은 지금쯤 슈퍼지구의 슈퍼-리조트에서 따뜻한 햇볕 속에 수영이나 즐기면서, 지옥 같은 전쟁터를 누비는 헬다이버들을 마음속으로 조롱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T1. 왜 그러십니까? 움직여야 합니다."


R2가 말을 걸어왔다. 그랬다. 내 생각이 어떻든, 나는 아직도 전장의 한 복판에 있었고, 이 감상도 다 무의미한 것 이었다.


K4는 이미 죽었다. 그 뿐이다. 깊이 생각 할 필요도, 시간도 없었다. 나 까지 저 꼴이 되지 않으려면 내가 할 일은 하나다. 깊은 생각은 방해물일 뿐이었다.


"미안하네. 잠깐 생각 좀 하느라... 우선 증원을 요청하지."



↑ ↓ → ← ↑... 증원을 부르는 코드. 이 코드를 입력하면 또 하나의 불나방이 이 전장에 투입된다.


펼쳐진 스트라타젬이 푸른 빛을 뿜으며 헬포드 호출신호를 구축함에 보내고


이내 둔중한 발사음과 함께 공기를 가르며 또 한 명의 헬다이버가 지옥으로의 다이빙을 시도한다.


위잉- 하고 열리는 헬포드에서 나타난 새로운 헬다이버는 꽤나 쾌활한 성격인거 같다. 죽은 K4는 어떤 성격이었지? 이미 기억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오늘 잠깐 만난 사이인데 뭐 어떤가.


"이야 다들 반갑군! 이미 벌레새끼들 좀 죽이고 있었나? 임무가 어느정도 진행된 것 같은데 혹시 누가 차저새끼 더 많이 죽이나 내기 할 사람 있나? 이긴쪽한테 메달 몰아주기 어때?"


자네는 지금 이 상황이 즐겁나? 이 전장에 떨어지는게 그렇게 신ㄴ


아니, 아니다. 이런 말은 필요없지. 내가 해 줄 말은 이런게 아니다. 이런 반체제적인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은 신변에 또 다른 위협을 추가하는 행동일 뿐이다.


내가 안전하기 위해서 할 일은, 임무 시작 전 K4에게 해 준 말을 똑같이 해주는 것 뿐이었다.


"내기는 사양하겠네. 그보다 만약 죽을때가 온다면, 영웅처럼 산화하길 바라네. 슈퍼지구가 자네와 함께 할 걸세."





- Helldivers 2, Erata Prime 中 -



그냥 짤 떠보니까 이런 상황이 생각나서 끄적여봄. 실제로 이런 소설은 엄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