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내려온 생명이 모두 제 역할이 있음이고

한낱 벌레가 죽음도 그 때가 있을지언데

어찌하여 한 인간인 내가 그 죽음을 정하리오

죽음과 왕생은 하늘과 땅의 신명과 의지, 타고난 명줄과 업보로 말미암은 것인데, 그것을 내 뜻대로 하는 것은 오만이고 방종이다.

세상사 물레바퀴처럼 돌아가면 쏟아지는 물도 있고, 바퀴 굴러 마지막에 떨어지는 물도 있고, 바퀴에 묻어 다시금 위로 솟구치는 물도 있으니

타이탄도 차저도 탱크도 데바도 모두 오고 가고 돌고 마주함이 제각각 아니겠는가

남과 나, 타와 아, 세상과 생각에 다름은 태초에 근원한 당연한 이치인데, 남이 내 생각대로 되지 않음에 연연하는 것이 어찌하여 고통이 아니겠는가

옛 성현이 이르길, 욕심은 수많은 고통을 부르는 나팔이고, 바라는 대로만 되길 원하는 것이 가장 큰 욕심이다.

수많은 보급품에서 어찌하여 한 발의 탄약만 빼내주겠는가? 풍요는 잡념을 발아시키고 잡념은 불만에 불을 붙이니 욕심에 귀결하기 따름이다.

한 발 한 발 고뇌와 기도와 노력과 정성을 쏟아 욕심과 방심과 후회와 회한이 없도록 함이 바름이다.

세상사 만물 돌아가는 이치 정하는 것은 민주주의요, 민주주의를 대변하는 것은 탈아이니

나와 네가 따로 없음에 내가 정하지 않고 네가 정하는 스피어는 그러한 이치의 실현이다.

빗물이 강으로 흐르고 땅으로 흐르고 길가에 고이고 바위에 갇혀도 결국은 짠물로 모여 흘러 바다가 되니

삼라만상에 예외가 없고 귀결은 허공이며 먼지니

민주에 반하여 자유를 폐하는 벌레가 또 어찌 다르겠는가

가는 곳이 같음에 가는 것이 느리고 빠르다하여 무어가 문제겠는가

내가 들어 가리킴에 빠르게 포착되면 그저 빨랐을 뿐이고

느리게 되었으면 그저 느렸을 뿐이니 그것에 무슨 괴로움이 있는가

그저 들고 바라여 정성에 행하면 끝에는 화염만 남으니

그것으로 족하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