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 우리가 헬다이버가 된다니 믿기지가 않네."

수없이 많은 헬다이버들이 슈퍼지구의 버팀목을 자처하며 수호부에서 지급해주는 동일한 방어구와 헬멧을 착용하고

수없이 많은 헬다이버들이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적들로 가득 찬 행성으로 투하된다.

그리고 수없이 많은 헬다이버들이 지옥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에게 닿지 않을 단말마를 내지르며 사라진다.

"은하계를 해방하고... 버그를 짓밟는 건..."

알고 있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작전에 투입된 후 수송선을 타고 구축함으로 멀쩡히 살아돌아올 확률은 3할이 채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수송선에서의 찰나와도 같은 시간동안 건네던 옆자리 사람의 몇 마디에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모든 아이들의 꿈 아니겠어."

헬멧 뒷부분에 유성 펜으로 자유 차를 마시는 자신을 그려놓은 사람이라니.

아이들의 꿈을 운운하며 즐거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에 한껏 긴장한 내가 바보같아 보이게 만든다.

"현장에서 행운을 빈다!"

그 특이하면서도 한 편으론 귀엽다 생각했던 헬멧이 내 앞에 다시 나타난다면 어떨 것 같은가?

슈퍼 구축함에서 투입되기 전 아름다운 은하계를 배경으로 악수를 건네거나 하는 그런 멋드러진 재회가 아니라,

"전방에서 다시 봐!"

봇들에 의해 사지가 찢기고 꼬챙이에 박혀 말라붙은 피를 뒤집어 쓴 채

전방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 상태라면?

약속은 지켰으니 이 대답없는 시체에 경의를 표해야 할까?

"......"

아니다.

지금은 그저 이 끔찍한 통제 민주주의에 반기를 든 고철덩이들의 만행을 보고 얼어붙은 눈앞의 동료 헬다이버에게

무미건조한 포옹을 해주며 앞으로 나아가라고 종용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