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토피안 솔저 시뮬레이터'

생각해보면 헬다이버즈 내 슈퍼지구는 겉으로는 번영, 자유, 민주주의를 외치지만 실제론 허가 없인 운동도 마음대로 못하며, 해외여행도 마음대로 못 가고, 슈퍼지구에 비판하는 언행을 하면 반역자로 낙인찍히고, 투표조차 직접 못 하는 통제적인 권위국가임. 2 시점에서는 슈퍼지구 '진리부'가 나오면서 사실상 1984의 오세아니아 연방에 필적하거나 그 이상의 권위적인 통제국가임을 대놓고 드러냈기도 하고

뿐만 아니라 여타 sf세계관 인류국가들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들때문에 어쩔 수 없이라도 국민들을 통제하고 전쟁을 계속해야만 하는 당위성이라도 있는데 슈퍼지구는 그냥 욕심이 많아서 그러는 거임. 당장에 전작에만 해도 슈퍼지구가 가진 유전 여럿을 폭파시킨 테러리스트 이야기라던가, 일루미닛이 대량살상무기를 가지고 있을거라는 이유만으로 선제공격 때려서 기술을 다 강탈해온다던가 이런걸 보면 꺼무위키 표현을 인용하자면 타 sf세계관 인류들이 얘네들 보면 배불러 터졌다고 욕할거라고도.

슈퍼지구 입장에서 헬다이버는 소모품임. 그리고 슈퍼지구 수뇌부는 탐욕이 그득한 놈들이고. 얘네들은 선전 음성에서도 들을 수 있지만, 전 은하계의 모든 행성을 다 독차지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함. 잘 쓰던 무기가 너프당하는거? 어차피 갈려나갈 헬다이버들이 지금 무기로도 잘 싸울 수 있으니 그냥 좀 하향조정해도 별 문제 없을거라고 판단하는거. 실제로 인게임에서도 무기는 계속해서 너프와 너프를 반복해왔지만 어떻게든 써먹거나 다른 무기들을 대체품으로 써먹든 해서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왔으니깐. 아니면 누구 말대로 슈퍼지구에선 야스를 하려면 c-1허가서 같은 게 필요하다는걸 생각해보면 인구수를 조절하려고 일부러 헬다이버들을 소모되게 유도하는 측면도 있을테고.

흔히들 게임은 문화 예술이라고 함. 그리고 서구 게임사들은 자신들만의 '철학'을 자기들 작품에 녹여내곤 하는데, 헬다이버즈에 담긴 '철학'은 '탐욕스럽고 권위적인 체제를 위해 처절하게 희생당하며 소모되는 개개인들'이 아닐까 싶음. 실제로 헬다2는 주 목표만 성공한다면 탈출에 실패해도 임무 성공으로 치고, 선전 음성에서는 대놓고 임무 완수가 생환보다 중요하다고도 말하며, 자유의 횃불은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쳐간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애초에 헬다이버가 '소모품'이라는 걸 게임은 계속해서 어필하고 있음.

즉 애로우헤드가 의도한 게임은 '압도적인 화력으로 시원시원하게 적들을 때려부수며 민주주의 만세를 외치는 게임'이 아닌, '거지같은 무기들로 처절하게 싸우고 몸 비틀어가며 목숨도 막 버려가면서 아슬아슬하게 탈출하는 게임'이라고 볼 수 있음. 우리가 헬다2를 하면서 느껴지는 불쾌함과 부조리함은 의도된거임.

그런데 슈퍼지구가 탐욕스럽고 권위적인 체제란 건 그렇다 쳐도, 대체 왜 그 슈퍼지구의 탐욕스럽고 부조리한 전쟁에 갈려나가는 헬다이버들의 심정을 게임을 플레이하는 우리까지 느껴야 하는 걸까? 세계관 설정은 그렇다쳐도 인게임 플레이까지 굳이 그렇게 만들어야만 하는 걸까? 현실에서야 블랙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은 현실이 부조리하다고 생각되도 인생을 끊는 건 쉽지 않으니까 어쩔 수 없이 그 부조리를 견뎌내면서 살거나 받아들이거나 하는 건데, 왜 즐겁자고 게임하는데 현실에서 느껴질법한 부조리와 불쾌함을 게임에서 느껴야 함? 그냥 게임 자체는 플레이어에게 좀 여유를 주면 안 되는거임? 왜 주무장은 죄다 나사빠게 만들고 그나마 쓸만한 건 다 너프하고, 특정 행성들(헬마이어, 멘켄트 등)은 고의적으로 연속 방어전 걸어버리고. 슈퍼지구와 통제민주주의는 절대 유쾌하고 멋진 체제가 아니란 걸 꼭 게임플레이를 통해 이런식으로 어필해야 하는 걸까?

사실 개인적으로는 트레일러에서 나온 영상 자체도(게임 켤 때 나오는 그거) 인게임 설정상으로는 슈퍼지구 진리부에서 만든 프로파간다 영상임을 생각해볼때, 영상에서는 헬다이버들이 버그를 신나게 쳐부수는 유쾌한 모습으로 묘사됐지만, 실제 게임에선 고단에선 성능픽 무기들만 고르고 몸 비틀어가면서 처절하게 싸워야하는 상황이 화살대가리가 의도한 부분인듯. 쉽게 말하자면 합법적인 광고사기 느낌이랄까? 애초에 트레일러 영상 자체가 슈퍼지구의 프로파간다란 설정이니, 굳이 인게임 플레이를 트레일러에 맞출 필요가 없다는 느낌이지.

이렇게 생각하니 화살대가리 이새끼들은 그냥 다른 의미로 미친놈들이 아닌가 싶기도 함. 합법적 광고사기라니 이 무슨
그리고 자신들의 '철학'을 위해 흥행이고 나발이고 다 때려치우겠다는 소리도 될 수 있고. 물론 서버유지비 줄이려고 유저수 줄이는 것도 있지만 진짜 100명 중 95명이 떠나도 자기들은 자기들 소신을 지키겠다고 그러는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듦. 실제로 화살대가리 모토가 '모두를 위한 게임은 그 누구를 위한 게임도 아니다.'기도 하고.

쨌든, 게임이 자꾸 불쾌하고 몸을 비트는 방향으로 패치되는 건 개발진들이 의도한 사항이라고 생각함.


한줄요약) 헬다이버는 소모품이다. 그리고 소모품은 소모품답게 처절하게 구르고 소모당해야 한다.
이게 화살대가리가 가진 마인드가 아닐까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