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에서 나와 한 걸음만 내딛어도 살갗을 파고드는 추위가 나를 맞이하던 그 행성은
특유의 잿빛 하늘이 1년 내내 이어지고 곳곳에 얼어붙은 바위와 이끼들이 즐비하여
척박하다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미끄러운 길을 따라 걷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이웃들이 달려나와 손을 내밀어주던,
영하의 기온과는 상이하게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가 넘쳐나는 그런 곳이기도 했습니다.
신속 분해 작전이 진행되어 서부 전선에서 더 이상 붉은 안광이 보이지 않는다는 소식을 접한 날에는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 통제 민주주의 만세를 외치며 축제를 열었고
100년 만에 발생한 전쟁도 곧 종지부를 찍을거란 희망에 가득 차있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사이버스탠이 탈환당하고 전란의 불길이 차갑던 고향의 대지를 달구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전까지 함께 있던 이들의 피를 뒤집어 쓴 강철 군단이 시야에 들어왔을 때의 그 공포를 아직도 기억합니다.
희망은 절망으로 무너졌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당시의 저는 잔혹하게 살해되리란 생각에 고개를 들어 하늘에 기도했습니다.
'부디 고통 없이 한 번에 당신들의 곁으로 갈 수 있기를.'
그 때, 반짝이는 별똥별이 초점 없는 나의 눈동자에 담겼습니다.
빛줄기는 이내 굉음을 내며 땅에 떨어졌고 기도가 하늘에 닿은 줄로만 알았던 초라한 한 사람의 앞에 그들이 나타났습니다.
영웅이라 불리우던 그들이.
눈 앞에서 목격한 끔찍한 참상과 경이로운 지옥의 천사들로 인해 가슴 깊숙이 끓어오르는 무언가가 이끄는대로
저는 평화에 안주하기보다 평화를 수호하는 쪽을 택하기로 결심했습니다.
SEAF 훈련 과정을 수료한 뒤 다시 돌아온 고향 땅은 많은 것이 변해 있었습니다.
화마가 휩쓸고 간 자리에는 임시 막사가 즐비하게 세워진 상태였고
마을에서 곧잘 들리던 웃음소리는 사라지고 사격장에서 새어나오는 격발 소리만이 차가운 공기를 메웠습니다.
지루한 대기 시간에 익숙해질 때 즈음
마스티아가 오토마톤의 신식 모델, 제트 여단에 공격받고 있다는 소식이 내무반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왔습니다.
하루종일 시시콜콜한 얘기를 늘어놓던 옆사람조차 입을 꾹 다문 채 굳어버렸고
본인 역시 그 고통을 이해하는 입장으로써 어깨에 손을 올려주며 조용히 창 밖을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얼마 안 가 마스티아에 증원이 필요하며 희망하는 사람에 한해 신청을 받아
수송선을 타고 곧장 그곳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방송이 들려왔습니다.
침공 경로가 아닌 레사스에서 굳이 최전선으로 향할 인원을 모집한다는 말에 처음에는 거부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침묵 속에서 고뇌의 시간이 흐르고 몇몇이 조용히 수송선에 실을 짐을 챙기자,
저를 포함한 모두가 기다렸다는 듯이 죽음과 정면으로 마주 볼 채비를 시작했습니다.
그제서야 나를 이끌었던 무언가가 이것임을 저는 깨달았습니다.
헬다이버 그들 역시 무적의 병사가 아니었습니다.
강화 시술조차 받지 않은, 한낱 인간에 불과한 몸뚱아리를 기어이 이끌고 온 바보들.
어쩌면 당시에 보았던 은인들은 나보다도 훨씬 어린 나이의 파릇한 새싹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들은 기꺼이 지옥에 뛰어들었습니다.
생환이 거의 불가능한 임무에 투입되면서도 군소리 하나 없이 무기를 쥐어들었습니다.
그 무모하면서도 용맹한 의지가 나를 여기까지 이끈 원동력이었던 겁니다.
저의 고향은 레사스입니다.
그리고 이제 나는 정들었던 나의 고향을 떠납니다.
하지만 이번엔 단순히 고향을 저버리는 행위가 아닌,
누군가의 고향을 지킨다는 결의를 지니고서 마스티아로 향합니다.
설령 이것이 헛된 개죽음으로 치부되더라도
누군가는 내가 건넨 손을 잡고 희망을 좇을 것임을 굳게 믿고 있기에.
숨통이 끊어지는 그 순간까지 나는 건네받은 그 의지를 이어 사람들을 지키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한 줌의 후회 없이 당신들의 곁으로 갈 수 있기를.
[2184/11/14 레사스 막사 잔존 기록 中 일부 발췌]
이래도 정거장 안준다 이기야
필력 ㅆㅅㅌㅊ
싸이버거 구걸글인 줄 알았는데 아니네
내 영혼에는 초원의 별이 흐릅니다…
와시발 미친
행성을 구하려면 싸이버거를 잔뜩 사야합니다 ㅇㄷ????
그래도 투표는 안해준다 게이야
그들을 구하려면 싸이버거를 잔뜩 사야합니다..
완장 뭐하노 완장은 싸이버거를 뿌려라
근데 레사스 너희 정도면 조온나 최중요 최전선이야.... - dc App
이거 개멋진데 나중에 패러디로 써도됨?
예아 안될거 뭐있노
무너진 맨켄트 라인에서 아직도 생존하며 투쟁하는 헬붕이 스토리도 맛있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