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주의의 광선, 버그의 껍질에 부딪히다


슈퍼 어스 연방 우주함대 ‘민주주의의 망치’ 호, 작전 브리핑 룸.


테이블 끝에 앉은 네 명의 헬다이버들이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들은 방금 터미너시드 행성 ‘헬마이어 IV’에서 살아 돌아온 유일한 생존자들이었다. 임무는 간단했다. “버그 소굴에 관리민주주의를 전파하라.” 그런데 그들은 실패했다. 아니, 실패라기보다는… 너무 많은 것을 목격했다.


“야, 솔직히 말해봐.”  

최연소 헬다이버 ‘프라이빗 김’이 헬멧을 벗으며 말했다. 한국계 슈퍼 어스 시민답게, 그는 늘 약간 비꼬는 말투였다.  

“우리가 쏜 헬파이어 미사일 47발, 레일건 스트라이크 12회, 그리고… 그 빌어먹을 ‘민주주의 우주국’ 팸플릿 2만 장. 그걸 다 맞고도 버그들이 왜 ‘자유 투표’를 안 하는 거야?”


옆자리의 ‘서전트 얀센’이 코웃음을 쳤다. 스웨덴 출신의 베테랑이었다.  

“버그한테 투표권이 어딨어? 다리 여섯 개에 투표용지 집을 손이 없잖아. 애초에 공정 선거가 불가능해.”


그때까지 침묵하던 ‘캡틴 박’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한국계 장교, 계급은 대위였지만 모두가 그를 ‘캡틴’이라 불렀다. 그는 임무 중에 직접 워리어 버그의 머리를 stratagem 터미널로 내리쳐본 사람이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홀로그램 영상을 재생했다.  

영상 속에서, 방금 폭격으로 반파된 버그 둥지 안. 수십 마리의 워리어가 쓰러진 채로도 서로를 향해 산성 분무를 뿜지 않고 있었다. 대신, 그들은 죽어가는 여왕 벌레 주위에 둥글게 모여 있었다. 여왕의 복부에서 흘러나온 녹색 체액이 땅에 글씨처럼 퍼져 있었다.


“저거 봐.”  

캡틴 박이 영상을 멈췄다. 체액이 그린 모양은… 놀랍게도 슈퍼 어스의 상징, ‘자유의 횃불’과 비슷했다.


프라이빗 김이 눈을 비볐다.  

“설마… 저희 팸플릿 읽은 거예요?”


“아니.”  

옆에서 그동안 아무 말도 않던 ‘스페셜리스트 리’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녀는 생물학 박사 학위까지 딴, 드물게도 민간 출신 헬다이버였다.  

“버그들은 군집 의식을 공유해. 여왕이 죽으면 그 기억도 함께 사라지지. 그런데 저 여왕은… 죽기 직전까지 우리를 ‘이해’하려고 했어.”


얀센이 팔짱을 꼰다.  

“그래서 뭐? 버그가 민주주의를 이해했다고? 그럼 다음엔 투표소 세워주고 퇴각하면 되겠네?”


리 스페셜리스트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버그들은 ‘선택’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 모든 개체는 여왕의 의지 하나로만 움직이죠. 그런데 우리가 계속 ‘자유’와 ‘선택’을 외치면서 폭격을 퍼부었잖아요? 그 모순이… 여왕의 뇌를 태워버린 거예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캡틴 박이 낮게 중얼거렸다.  

“…우리가 전파한 게 민주주의가 아니라, 그냥 혼란이었을지도 모르겠군.”


프라이빗 김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우리는 버그 여왕한테 ‘너는 이제 자유야!’라고 외치면서 오비탈 레이저로 머리를 날려버린 거죠? 하하하, 이게 바로 관리민주주의의 아이러니 아니냐!”


얀센도 결국 피식 웃었다.  

“다음엔 팸플릿 대신 투표용지랑 펜을 에어드롭 해야겠네. ‘여왕 폐지 찬성 / 반대’에 체크하라고.”


리 스페셜리스트가 조용히 말했다.  

“…어쩌면 진짜 민주주의는, 상대가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 때만 전파되는 게 아닐까요? 강제로 껍질을 까버리면, 안에 든 건 그냥 죽은 알뿐인데.”


브리핑 룸의 문이 열리며 상급 장교가 들어왔다.  

“다음 임무다. 동일 지역 재투입. 이번엔 ‘완전 섬멸’이 목표다. 질문 있나?”


네 명의 헬다이버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예스 서, 민주주의 만세…”


하지만 그들의 눈빛은, 아주 조금 흔들리고 있었다.


함선이 워프를 시작하며, 다시 한 번 ‘자유의 불꽃’이 터미너시드 행성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 아래, 녹아내린 버그 둥지 속에서 아직 식지 않은 체액이, 이번엔 또 다른 모양을 그리고 있었다.


그것은 아주 작고, 아주 연약한  

‘?’ 모양이었다.


그록한태 헬다이버가 버그한태 민주주의를 전파할 수 있는지 토론하는 소설 써달라고 하니 이리 써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