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아, 오늘 어디갈거니?”
“응, 세계적인 한류열풍을 몰고있는 있는 치맥을 먹으러가, 오늘 자랑스러운 국가대표 축구경기가 있는 날이거든!”
오늘은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의 국가대표 축구경기가 있는 날. 가야금을 전공하고 있는 내 여자 친구 한겨레와 치맥을 먹으며 축구 경기를 보기로 했다.
벌써부터 빨간티셔츠를 입은 우리 한국인들이 치킨집을 점령하였다.
“하이트랑 후레씨 주세요. 안주는, 치즈김치해물세숫대야왕대박얼큰화끈한방초코퐁듀치킨 주시고요. 국물 좀 많이 주세요. 이따가 죽 쒀먹고 밥도 뽂아 먹게”
TV를 보니, 응원석 저 편에 이토-오 히로부미를 사살한 우리 민족의 불세출 영웅 ‘안중근 의사’의 대형 걸개가 찬란하게 나부끼고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일본 응원석은 싸늘하게 변했다. 하하, 요놈들 꼴좋다. 우리 민족이 얼마나 핍박받고 탄압받았는지 너희는 모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정부의 탄압을 매일같이 받던 전교조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은 나라서. 난 모두 알고 있다. 아무튼 나도 그러니까 그렇기 때문에 나도 막 고통 받아서 아무튼 내 분노-오는 아주아주아주 정당하다. 네 놈들만 보면 치가 떨린다.
애국가가 끝나자 우렁찬 환호소리와 함께 티슈를 마구 뽑아 냅다 던지기 시작했다. 흥에 취해 콜라를 흩뿌리는 아저씨도 보였다.
고래고래 소리 지르니까 옆에 있는 외국인 손님이 눈살을 찌푸렸다. ‘하하! 아임쏘리쏘리! 두유노우붉은악마?’ 본인의 외국어 실력을 뽐낼 요량으로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꾸는 없었다. 민망해진 그 아저씨는 식탁 위에 올라가서 꽹과리를 박살낼 듯이 쳐댔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이름을 하늘 높이 추어올렸다.
한국인의 흥과 멋은 바로 이것이다 요놈들아!
어랏! 저거, 저거 명백하게 오프사이드다. 저것은 나의 정의로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완전한 오프사이드다.
야마구치 이놈! 이 비열하고, 야비한 제국주의적 패스로 우리 민족의 순결하고 고결한 포백라인을 남몰래 강탈하다니! 보아하니, 옳지! 저 심판 녀석. 심판 놈도 중동 놈들이로구나. 모하메드 중동 심판은 듣거라! 일본의 돈이 그렇게도 좋더냐? 일본 축구협회의 로비로, 이 명명백백한 오프사이드를 놓고 휘슬을 불지 않은 것이 틀림없다.
네 놈의 양심이 부끄럽지도 않더냐? 알라가 그렇게 시키더냐? 우리 단군이 더 세다는 걸 진정 모르는 것이냐? 한국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2등신민주제에! 화가난다.
으으 화가나기 시작했다. 이것은 사죄와 배상이 필요하다.
한민족은 반만년 위대한 역사 이래로 매번 탄압과 핍박을 받아왔다. 우리 위대한 민족 불굴의 투지를 시기 질투한 나머지 이제는 명백한 오프사이드를 놓고서도 입막음 하고 있다. 아! 이것은 박근혜 그 썅년, 그 썅년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1번 찍은 노인네들. 내가 이럴 줄 알았지.
3:0 완패가 실감나지 않는다. 이것은 한일전에서만 실력이 나오지 않는 공격수 이환용의 문제다. 유우-럽 출신이라더니, 사대주의가 한국축구를 망쳐놨다. 아! 인맥축구만 없었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지금쯤 일본제국주의자 축구 선수 놈들을 철저히 짓밟고 승리의 아리랑을 부르며 막걸리 한 사발을 자시고 있었을 텐데! 날씨 탓도 있다. 고지대의 다습한 기후는 우리 태극전사 호흡기에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국민으로서 이렇게 가만히 앉아있을 수는 없다.
겨레에게 물었다.
“겨레야, 우리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 아니겠니? 우리가 이렇게 일본 제국주의자놈들과 그 로비에 넘어간 중동 심판 놈들 때문에 졌다는 것을 세계적으로 알려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 IT강국인 위대한 대한민국이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이것은 피파공식홈페이지에 항의 글을 올려 재경기를 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
“선인아, 좋은 생각이야. 나도 어디선가 들었는데 피파홈페이지에 100만 명 이상 투표를 하면 재경기를 한다는 얘길 들었어.”
“오! 그런 좋은 정보를 어디서 구했니? 정말 넌 대단한 애국자구나”
“고마와 선인아! 다음 아고라에서 그러더라구. 희망이 생기니까 참 뿌듯해. 우리 대한민국의 위대한 전진을 위해서라면 이 모든 걸 희생할 준비가 되어있어!”
“좋아. 이제 글을 작성해서 카톡과 밴드에 뿌리도록 하자.”
“응, 글은 내가 쓸게. ‘(퍼옴) 억울한 축구대표팀 투표하면 재경기할 수 있다고 하네요….’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분노. 분-노오, 분노-오!
“어이, 거기 쪽바리. 비열하게 축구를 이기니까 좋더냐?”
“난, 난데스까?”
“여, 독도는 누구땅인가? 순결하고 고귀한 한국땅에 들어왔으면, 이 명백한 진실에 답을 제시해라.”
“나, 나니코-오레!”
“독도는 우리땅! 반만년 위대한 우리민족 만만세다 이 새끼들아!”
일본 놈들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으니 마음속에서 소용돌이같이 일렁이던 홧증이 가라앉고 분-노오가 해소되는 기분이다.
오늘도 우리는 내 앞가림도 못하지만 애국을 한 것 같은 기분이다. 이제는 박원순 시장님만 당선되면 대한민국의 위대한 전진이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4.16 세월호 진실은 가라앉지 않습니다. 잊지않겠습니다. 위대한 대한민국이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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