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한 칼럼] 자꾸 말하다 진짜 '헬조선, 지옥불반도' 될까 두렵다. [싱싱한 칼럼] / 싱싱한 감상
2015.09.02.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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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어머니가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다.
“말이 씨가 된다, 말이라도 그런 소리 하는 거 아니야”
일상 속에 짜증을 푸는 필자의 한탄을 듣고는 하시는 충고다.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는 단체메신저방을 살펴봤다. 차마 글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지저분하다. 그 중 눈에 띄는 표현은 “망했다” 종류의 표현이다. 특이하게 “망” 앞에 온갖 비속어를 곁들여 강조한다
“(ㅈ)망, (강아지)망,폭망,(변)망..."
사실 엄살같다. 친구들의 면면을 살펴보자면 다 여유가 있다. 그들은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다. 그저 재미를 위해서 약간 안좋은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을 격한 표현으로 배설하는 식이다. 결국 엄살은 결국 방책이 있음에도 없는 척하는 게 엄밀한 의미의 엄살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각종 망함을 외치는 사람들이 아니다. 아무 말 없는 놈들이다. 침묵으로 입을 굳게 걸어 잠근 친구들이다.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전혀 드러내지 않은 채 그저 자학적인 언어를 스펀지가 물 먹듯이 수용하고 담고 있는 친구들이 제일 심각하다. 엄살 피우는 놈들에 의해 생각하고 싶지 않아도 생각하는, 인지의 노예화에 빠진 그들이다. 아무리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뭐하나, 이미 큼지막한 코끼리가 온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는 데.... 그들은 마땅한 해결책도 없다. 엄살을 피우지도 못하는, 탈출구 없는 미로 속에 갇혀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는 “헬조선”, “지옥불반도”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이 단어는 막 사회에 진입한 청년 세대가 살아가기에는 경제적, 정신적으로 각박해진 사회를 풍자하는 단어이다.
(출처 :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28697 / 문제시 삭제하겠습니다)
성난 2030 '헬조선, 죽창 앞에선 모두 평등'
애국 외에는 누구도 한국을 대상화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군부를 향해 돌을 던진 486세대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민주화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www.pressian.com
풍자를 쏟아내는 그리고 그 것을 보며 공감하는 청년들은 솔직히 말해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진짜 문제는 그 풍자를 마음 속 깊게 새기며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 청년들이다. 그들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한다. 그들은 주변에게 나름의 SOS 신호를 보내는 중일지 모른다. 하지만 모두가 힘들어서인지 쉽게 눈치채지 못한다. 혹은 익살, 풍자에 가려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채 흘려보낼 가능성도 크다.
헬조선, 지옥불반도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어야 한다. 또 공유하지 말아야 한다. 이미 보도를 타고 나갔기 때문에 실제 웹상에 노출된 반응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인식 속에 자리 잡았고 점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무한도전 가요제의 노래 <말하는 대로>에서 유재석은 “잘 될 수 있을까? 말하는 대로 될까?” 의구심을 품었던 청년기를 고백하며 많은 울림을 선사했다. 노래에서 그는 “작지만 놀라운 깨달음”을 통해 삶이 조금씩 바뀌어 나갔다고 한다. 유재석이 심은 씨앗은 사소한 긍정에서 출발한다.
그에 비하면 헬조선, 지옥불반도 따위의 말은 지칭하는 말과 표현한 대상이 너무 거대하다. 한반도 면적만한 것이다. 이는 마치 잭과 콩나무의 씨앗을 연상케 한다. 한번 심으면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덩쿨처럼 부정적 언어는 우리를 옭아맨다. 더 최악은 풍자라는 외피로 익살스럽게, 긍정의 탈을 뒤집어 썼다는 것이다. 완전 양의 가죽을 쓴 늑대다.
말은 씨가 된다. 부정성은 거대하다. 긍정성은 사소하다. 부정의 결과는 순식간에 발생하지만 긍정의 결과는 뒤늦게 나타난다. 부정은 쉽고, 긍정은 어렵다. 이 게 헬조선, 지옥불반도, 망했다를 말해선 안되는 이유다.
ㅇㄱㅈ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