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가는 허명 뿐인 문파에 덜컥 맡아버린 장문인 자리...

게다가 전임 장문인이란 인간은 도저히 실현 불가능한 너만은 군림천하 운운의 과대망상적 중임을 맡겼고...

사형제라고 있는 것들은 모조리 어딘가 나사 하나가 빠진 것들 뿐이고...

진재실학이 제대로 물려지기나 했나, 도와주려는 인맥이 있나...

하다못해 문파의 재정이 안정적이기나 하나...

더구나 사형제 한 놈은 진산월을 질시해 신목령에 적을 뒀고, 다른 한 놈은 유일한 희망이던 영약을 들고 튀어서 화산파에 입문...

불한당 같은 거간꾼 사숙 한 놈은 진산월이 장문인에 취임하는 날 나타나 객잔 운영권을 탈취해 가고, 또 다른 미친 사숙 한 놈은 살인에 맛을 들여서 흑화된 채로 종남파의 최대대적 초가보에서 활동...

일신에 지워진 그 무거운 짐은 진산월이 내색치는 못했지만 실로 밤에 잠을 이룰 수 없고 밥을 먹어도 넘어가지 않는 그런 성질의 것...

강호상에 나선다한들 어느 누가 제대로 장문인 취급을 할 것이며 또 겉으로나마 공손히 우대를 할 것인가...

삼절무적이라고 이름 났지만, 그마저도 반은 비웃음과 반은 동정이 함께 어린 무시받는 별호였고...

마음을 의지하거나 토로할 문파의 선배나 강호의 고인도 하나 없어...

비록 뿔따구가 드러나게 솟진 않았어도 필경 그 심중에는 세상과 강호에 대한 한이 서렸음이니...

명문정파나 기인이사라는 것들 따위와는 애초 그 비위가 맞지 않았을 터...

게다가 그런 불쌍한 문파의 장문인인 그를 돕기는 커녕 오히려 어떤 식으로든 이용하고 버리려는 더러운 잡놈들로 득시글한 무림...

백년가약 맺을 생각이었던 사매는 엄한 놈들이 나타나 중독시키더니 돌연 무림제일세력이란 곳에서 치료 구실로 강탈해 간 상황...

중간중간 몇몇 좋은 인물도 만났지만, 근본적으로 마음을 터 놓고 사귀기엔 한계가 있는 처지요, 상황...

진산월의 한 서린 심중에는 실로 냉정하고 삭막한 무림강호에 대한 말 못한 깊은 유감과 서운함이 자리 잡았음이니...

어찌 맘 편하게 정상적인 교우관계를 가질 수 있으리오...

매정한 세상 인심과 계산적인 인간의 심리를 일찍부터 몸소 접한 진산월에게는 그런 것들에게서 스스로와 문파를 방어하려는 경계의식이 자리잡았을 터...

하지만, 사람은 결코 혼자서 모든 것을 짊어진 채로 끝까지 버틸 수 없고, 농담이라도 편하게 할 수 있는 친구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는 법...

진산월 역시 괴로운 처지에 마음 정도는 터 놓을 수 있는 친구 하나가 필요했겠지...

그 친구가 바로 마검 조일평이었고...

마검 조일평과의 교분 역시도 죽을 가능성이 절대적인 결투 약조에서 운 좋게 맺어진 것이고...

그 친구 하나란 것은 진산월에게 있어선 숨통을 터 놓는 것과 같았을 것이기에...

그러하므로, 어떤 의미에서는 진산월도 반골기질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고 봐야겠지...

그런 숨 막히도록 모든 방향에서 압박을 받는 처지에 반골이 되지 않는다면 그놈은 감정선이 마비된 미친 놈이거나 답답하고 억울하고 괴롭고 피곤한 상황을 스스로 즐기는 싸이코패쓰라고 할 수 있겠지...

 

뱀발 - 적어도 진산월이란 캐릭터에 대한 본인 생각은 상기한 대로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