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연재해보는건 처음인데 주변에 아무도 피드백을 해줄 사람이 없어서 고민이다

글에 허세가 껴 있다는 말 듣고 충격받아서 이것저것 고민을 해 봤는데

어설픈 수식어를 막 가져다 붙이던게 문제인것 같더라고. 그래서 대대적으로 수정을 해봤는데

이게 나아졌는지 더 구려졌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백번 칭찬보다 한번 까이는게 성장에 더 도움에 된다고들 하잖냐

남 눈치 안보고 신랄하게 까 줄 인간들은 무갤러들밖에 없다는 생각에서 여기 올려본다

읽어보고 아무 의견이라도 좋으니까 달아주면 겸허히 듣겠음


-------------------------------------------------------------


장삼의 거처는 색주가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지금쯤이면 늙은 노모(老母)는 일하러 성 외각으로 나가있을 것이고, 그가 찾고 있는 아우 장칠(張七)은 뭣도 모르고 길거리를 빨빨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다.

 

장삼의 눈이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거리를 향했다.

그의 아우도 제 형을 닮아 키가 다른 사람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껑충했다.

찾다보면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을 찾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리라.

 

다만 그를 초조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바로 그 시간이었다.

전령이 성에 도착했다고 한 것이 벌써 한 시진(一 時辰:2시간)도 훌쩍 지났다.

으레 징발을 할 때에는 현지의 포쾌와 관병들이 성문을 봉쇄하고, 군부의 칙령을 받고 나온 관군들이 불시에 작전에 나서는 것이 상례(常例)이기 마련이다.

저항하거나 도주하는 자는 관군들에 의해 제압되는데, 말이 좋아 제압이지 사실상 때려잡는다는 말이 더 옳은 말이었다.

성주에게 보고가 들어간 지도 꽤 지났으니 이제 슬슬 때가 된 것이다.

 

마음이 다급해진 장삼이 옆에 지나가는 중년 여인네를 붙잡고 물었다.

 

이보쇼, 혹시 키는 나보다도 크고, 비쩍 마른 사내놈 하나 못 봤소? 내 아우 놈인데, 눈은 나보다 좀 더 옆으로 찢어졌소.”

 

댁 아우인지는 모르겄소만 저 시장통에 앉아서 한잔 걸치고 있는 것 같던디? 한번 가 보시구랴.”

 

고맙수.”

 

장삼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시장통으로 발길을 옮겼다.

불알에 아직 털도 안 난 놈이 벌써부터 대낮에 술이나 처먹고 있다니.

보자마자 머리부터 한 대 쥐어박아 주리라.


시장통은 실로 오랜만에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장삼은 바글거리는 사람들을 밀치며 힘겹게 앞으로 나아갔다.

어깨가 부딪힌 중년인이 눈을 획 돌렸다가 장삼의 얼굴을 보고는 재빨리 꽁무니를 뺐다.

 

시장통 안쪽에는 나이가 열 일고여덟이나 되었을 사내놈들이 둘러앉아 귀가 떨어져 나가도록 곡조 한 가락을 뽑아내고 있었다.

벌써 한잔 걸쳤는지, 아직 수염도 채 안 난 얼굴들은 홍시처럼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장삼은 그 중에서도 가장 열성적으로 추임새를 넣고 있는 멀대 놈의 귀를 확 찹아챘다.

그 멀대는 어억! 하는 다 죽어가는 소리를 내며 자신의 귀를 잡아당기는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이내 핏기가 다 사라진 얼굴로 애원하며 말했다.

 

아니, 형님! 이건 그니까 애들이...”

 

넌 나중에 뒈지게 맞을 줄 알아라. 일단 따라와!”

 

장삼은 거칠게 아우를 잡아끌며 인파 바깥까지 질질 끌고 나왔다.

이젠 정말로 시간이 없었다. 그의 발걸음이 절로 급해졌다.

 

아야야야! 대체 뭔 일인데...

 

꺄아아악!”

 

찢어지는 비명과 함께 인파 뒤편에서 일대 혼란이 일어났다.

물건 쏟아지는 소리와 함께 와아아아! 하는 굵은 함성이 울려 퍼졌다.

검은 관복에 황갈색 관모. 손에는 참나무로 만든 진압용 목곤(木棍)을 들었다.

말이 진압용이지 저걸로 후려치면 뼈가 깨지고 머리가 으깨진다. 일단 때려잡아 놓고 끌고 가겠다는 생각인 듯 했다.

 

쓰러지는 군중들 너머로 관병들의 모습이 하나씩 드러났다.

관병들의 수는 얼핏 봐도 기백이 넘어 보였다.

장삼이 급하게 고갤 틀어 주변을 살폈다. 좌우에 있는 길목은 어느 새 관병들에 의해 봉쇄되어 있었다. 삼면을 봉쇄하고 한 쪽으로 몰아넣으려는 요량인 듯 했다.

 

주민들은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도무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벼락같이 밀려드는 관병들 앞에서 이리 무리 앞에 놓인 양떼처럼 그저 사방팔방으로 흩어질 뿐이었다.

중앙에서 나온 관병들은 손속에 자비가 없었다. 도망치려는 자가 있으면 그게 누가 되었든 간에 일단 몽둥이부터 휘두르고 보았다.

 

씨발!”

 

욕지거리를 내뱉은 장삼이 아우의 손을 굳게 붙잡고 내달렸다.

그 역시 아직 남아있는 어젯밤의 숙취 때문에 머리가 띵 했다.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토사물을 어거지로 다시 밀어 넣었다. 목구멍이 화끈화끈하니 정신이 확 들었다.

장칠 또한 기겁을 하며 제 형을 따라 내빼기 시작했다. 그 역시 술 때문에 다리가 꼬인 채였다.

 

아니, 저게 뭔 지랄이요 형님!”

 

설명할 시간 없으니까 달려!”

 

장삼과 장칠은 웅성거리는 인파를 마구잡이로 헤치고 나아갔다.

좋든 실든 도망갈 방향은 한 군데였다. 둘은, 그리고 그들의 주변에 있는 군중들은 일단 쫓아오는 관병들의 반대 방향으로 무작정 내빼기 시작했다.

내달리던 중 장칠은 그릇 깨지는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선 그와 친하게 지내던 만두가게 아들이 머리가 깨진 채 질질 끌려 나가고 있었다. 가게 안으로 기어들어갔다가 끌려나오는 듯 했다.

 

쨍그랑! 쩌정!

 

장칠은 어느 새 이빨을 딱딱 부딪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방이 지옥도였다. 부서지는 소리, 비명과 곡성이 뒤섞여 난장이 따로 없었다.

 

그 난장판 가운데에서, 장삼의 눈에 어린 여아(女兒)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아이는 어미와 부득이 헤어지게 된 것인지 길바닥에 나앉은 채, 울먹거리며 어미를 목 놓아 부르고 있었다.


그 다음.

미처 아래를 신경 쓰지 못한 수백 군중들은 발밑에 앉아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장삼은 차마 지켜보지 못하고 그 광경에서 눈을 돌렸다.

콰직! 하는 둔탁한 소리.

흙먼지가 물러가고 난 후, 그 곳엔 원래의 형태를 알 수 없는 고깃덩어리만이 엉망이 된 채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게 장삼이 참을 수 있는 한계였다.

 

장삼은 그 자리에 멈춰서 아우에게 외쳤다.

 

무조건 서생네 주점으로 뛰어! 서생이나 흑저나 아무나 보면 같이 따라가라! 사흘 동안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밖으로 나오지 마!”

 

형은?”

 

난 면제니까 상관없어! 빨리 뛰어!”

 

눈에 핏대를 가득 세운 악귀 같은 형의 얼굴에 장칠은 감히 말대꾸를 하지 못했다.

어깨에 힘 좀 주고 다니는 한량인줄로만 알았던 형의 눈빛 속에서, 살인자만이 갖출 수 있는, 그동안 잠들어있던 짙은 살기의 편린을 엿보았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장칠은 잠시 망설이다 다시 등을 돌려 군중들과 함께 저 앞으로 사라졌다.

 

장삼은 깊게 숨을 내쉬며 뻐근한 목과 어깨를 천천히 흔들어 풀었다.

아직 입 안에 남아있던 토사물이 씁쓸했다. , 하고 뱉어내며 장삼은 좁은 골목 앞으로 천천히 발을 옮겼다. 장칠이 막 지나갔던 골목이었다.


완전히 반전해 돌아선 그의 눈앞에 체격 좋은 관군 하나가 천천히 다가왔다.

누구 머리라도 깬 건지, 들고 있는 질 좋은 참나무 목봉에는 피가 흥건히 묻어 있었다.

 

좋아, 한판 뜨자고.”

 

왼발을 앞으로 두고 신형을 옆으로 돌렸다.

잘려나가고 없는 좌수(左手)를 전면에 세우고, 겨드랑이를 좁히고 허리를 낮춰 공격에 반응할 준비를 갖췄다.

살짝 굽힌 무릎은 언제는 튀어나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눈앞에서 건들거리는 왼손이 상대의 주의를 어지럽혔다.

황 아재가 가르친 자세를 그 나름대로 변형한 기수식이었다.

빈틈투성이인 듯 아닌 듯 어정쩡한 그 자세에서 무언가를 느꼈는지, 관병 또한 경계를 강화하고 목봉을 서서히 치켜들었다.

천천히 거리를 좁힐 요량으로 관병이 발을 내딛는 찰나, 용수철처럼 튀어나간 장삼의 신형이 관병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관병이 미처 반응해보기도 전에 번개같이 날아든 장삼의 오른 주먹이 턱을 맹렬히 후려갈기고, 맥없이 허물어지는 관병의 하복부에 반으로 접힌 무릎이 작렬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허물어진 관병의 모습에 주변의 무리들이 일순간 소강상태에 빠졌다.

허물어지는 관병을 옆으로 밀어내며 장삼이 말했다.

 

살살 하자고. 나도 잡혀가긴 싫으니까.”

일순간 눈빛이 달라진 관병 다섯이 진형을 짜고 달려들었다.

 

타닥!

 

장삼이 가볍게 뒤로 몸을 튕겼다. 그의 오른손에는 어느새 관병이 떨어뜨린 참나무 목봉이 들려 있었다.

장삼이 일 보 물러난 것으로 순간적으로 좁은 골목으로 지형이 바뀌었다.

다섯이 들어갈 공간이 이젠 셋이면 가득 차게 된 것이다.

장삼의 봉은 다섯 관병들 사이에 생긴 미세한 틈을 놓치지 않았다. 제일 앞에 있는 운 없는 놈의 목젖을 콱 찔러버리고, 팔은 내뻗은 그대로 손목만을 튕겨내듯 휘돌려, 전면으로 날아드는 두 번째 목봉을 흘려냈다.

 

흘려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은 공격은 목봉을 쥔 관병의 오른손을 치고 지나갔다.

가볍게 후려친 것임에도 관병은 억! 하는 소리와 함께 오른손을 감싸 쥐고 쓰러졌다.

힘이 들어간 상태에서 손가락 마디를 맞았기 때문이다. 보나마나 뼈가 부러졌거나 금이 갔으리라.

숙련된 병사라면 손 하나가 아작나도 계속 싸울 수 있겠지만, 민간인 징발을 위해 보내진 관군들에게 그런 근성이 있을 리가 없었다.

 

순식간에 두 명이 쓰러지는 장면에 놀란 세 번째 관병이 고함을 지르며 목봉을 휘둘렀다.

장심이 보기에는 머리를 후려치려고 했던 것 같은데, 곤이라고는 난생 처음 잡아본 놈인지 자세도, 타점도 엉망이었다.

내심 한숨을 내쉰 장삼이 몸을 숙여 가볍게 피해내고, 훤하게 드러나 있는 명치에 단봉을 푹 찔러 넣었다. 힘은 빼고 찔렀으니 죽지는 않을 것이다.

 

세 번째 관병을 잡아내며 노출된 빈틈으로 나머지 두 명이 몸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근접전으로 들어가면 손이 하나뿐인 장삼 쪽이 더 불리할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었다.

한 놈이 파고들어 장삼의 허리를 부여잡고, 다른 한 놈은 아무데나 맞으라는 심정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일반적으로는 근접전으로 들어가면 사지 멀쩡한 쪽이 유리한 것이 옳은 소리다.

다만 장삼은 한 손으로 벌이는 근접전에는 이골이 난 놈이라는 것을 몰랐다는 것이 그들의 실책이라면 실책이었다.

 장삼은 미련 없이 목봉을 놓아버리고 관자놀이로 날아드는 주먹을 잡아채는 동시에, 허리를 부여잡은 놈의 목을 몸으로 고정시킨 채 팔꿈치로 내리찍어버렸다. 손목이 없는 왼손이지만 팔꿈치의 위력은 다를 것이 없었으니까.

잡아챈 손목을 비틀어 올려 제압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한 팔이 비틀린 다섯 번째 관병은 바닥으로 집어던져진 후, 팔이 빠진 채 끙끙거리며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순식간에 다섯을 제압한 장삼이 그제서야 숨을 깊게 내쉬었다.

아직 숙취 때문에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인지 손목을 잡아채는 과정에서 손톱이 하나 깨졌다. 

피가 흐르는 검지손가락을 쪽쪽 빨며 얼굴을 찡그린 장삼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음?”


이차전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