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군림과 쟁선계를 둘다 읽은 독자로서 두 작품에 대해서 간단하게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해볼게 ㅎㅎ
지극히 사견이니까, 그냥 재미로 읽어 줬음 좋겠어
1. 장면에 대한 묘사
쟁선계같은경우는, 장면에 대한 묘사력이 정말 치밀하다고 생각해.
개인적으로 쟁선계내에서 엄청 좋아하는 캐릭터가 검왕 연벽제랑 고검 제갈휘인데
둘에 대한 장면묘사를 잠깐 예시로 들자면,
아래는 <맹룡과강 3편>에서 제갈휘가 막사안에 앉아있는 모습을 묘사한거
"군장님, 시간이 되었습니다. 공경한 마음을 담은 그 말소리의 여운이 사라졌을 때,
정념의 주인이 감았던 눈을 뜨고 그에 따라 막사안에 존재하던 빛의 수는 일곱으로 늘어났다.
주인의 두 눈에 어린 정명은 그 어떤 빛보다 맑고 순정했다. 이어진 작은 움직임,
상방으로 펼친 오른손을 슬쩍 뒤집어 검병을 감싸 쥔 주인이 정념의 검신을 움직여
허공에 부드러운 호선을 그렸다.
스랑-
이십 대 초반의 나이에 대성하여 이제는 역대 화산판의 어느 누구도 디뎌보지 못한 미증유의
경지로 나아가고 있는 매화검법이 그 호선뒤로 암향처럼 맴돌다가 본체인 정념을 쫓아 주인의 등에
엇질러 메진 검집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사방에서 이를 지켜보던 네개의 양각등 불꽃이 탄복하듯
경배하듯 일제히 허리를 접었다가 펴올렸다.
정념의 주인, 제갈휘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중얼거렸다.
"강북..." 일년만인가"
중략
이번에는 연벽제가 전의를 다지는 <산월월1편>장면인데,
"새까만 야공을 가르며 시허연 마른 벼락이 떨어졌다. 찰나의 광채로 천지를 밝힌 그 벼락 줄기가
한 남자의 눈 속에 오롯이 담겼다. 뒤따른 우레소리가 사위를 뒤 흔들때 남자는 차갑게 미소지었다.
남자에게는 저 밤 벼락이 길조처럼 여겨졌다.
중략..
폭증된 긴장감이 승냥이 같은 무리위를 망령처럼 떠도는 가운데 다시 한번 마른벼락이
야공을 가르고 떨어졌다. 그 탈색된 세상속에서 남자는 오른손을 들어 어꺠위로 비죽 솟은 검자루를 어루만졌다.
남자의 손끝에서 밤 벼락이 울었다. 그것은 산을 무너뜨릴 밤벼락이었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재일은 장면에 대한 묘사가 다른작가들에 비해 매우 치밀하다고 생각해
특히 영화를 상영하는듯이 독자의 머리속에서 장면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만드는 능력은 한무에서 원톱이지 않을까 싶어
2. 스토리의 구성인데,
내가 개인적으로 스토리가 탄탄하다고 느낀게, 쟁선계 1편에서 나온 소철이 마시는 화연이라는 차가
14~15권쯤 후반부에서 비각의 계략이었다는게 나오고,
석대원이 아무 의미없이 소소에게 선물로 줬던 반지가 나중에 소소의 목숨을 구하는 걸 보고
복선이나 스토리전개에 대하여 엄청 공을 많이 들인다는 느낌을 받았거든 ㅎㅎ
이부분은 다른 독자들도 비슷하게 생각할거라고 생각해 ㅋㅋㅎㅎ
3. 캐릭터 구축에 대한 단상.
일단 이재일의 작중 캐릭터 구축능력은 정평이 나있음에도 불구하고, 쟁선계에서 정말 그 능력이
극대화되는거 같에,
엄청 매력적인 캐릭터인 제갈휘, 연벽제는 말할것도 없고,
시골아저씨처럼 실없이 나오지만 절대의 패도를 지향하는 서문숭
뇌내망상쩌는 독중선 군조, 능글능글한 도정, 존나 꼴보기 싫은 이창,
근성장난아닌 우근, 심지어 비중이 별로 없는 좌응이나 마석산, 황사년, 이런애들도
그 캐릭터를 떠올렸을때 떠오르는 각자의 특징과 심상이 뚜렸하다고 생각해
4.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점의 분산과 주인공에 대한 매력
개인적으로 쟁선계는 주인공이 극을 이끌어나가는 소설이 아니라,
제목그대로 "앞을 다투는 자들의 세상"에 있는 많은 인물들이 작중 주인공이라고 생각해
마치 삼국지처럼 작 중 주인공은 유비지만 유비가 그렇게 매력있는 인물은 아니잖아?
조조나 손권 그리고 많은 군주들, 그리고 그 휘하에 있는 많은 책사나 장수들이 어울려
삼국지라는 명작을 만든만큼 쟁선계도 그런류의 작품이 아닌가 싶어
결국 요약하자면,
쟁선계는 치밀한 묘사력과 극강의 캐릭터 구축능력,
탄탄한 스토리와 한무탑급 필력을 버무린 지극히 사견이긴하지만
한국 무협의 최고봉이라고 생각해 ㅎㅎㅎ
대체로 동의하는데 이건 그냥 쟁선계 얘기잖아.
아 미안 ㅎㅎ 쓰다보니 군림에 대한 이야기를 못썼네 ㅜㅜㅎㅎ
밑에 ..라는 병신이 이상한 댓글 받아서 빡쳐서 쓴듯ㅋㅋㅋ 그래도 좋은 정리 감사함! 무협지라는 특성상 주인공이 먼치킨까진 아니더라도 무공고수로서의 호쾌함과 강함을 느끼고파하는 독자들이 있는데, 주인공이 작중 세계관에서 손꼽을 정도로 강하긴 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멘탈과 병신스러운 모습(;;)으로 주인공을 보며 느끼는 쾌감이 반감되긴 하지. 주인공이 쓸고다니는 모습을 원하는 독자들에겐 잘 안 맞을 수 있지만, 소설이 추구하는 가치엔 거의 완벽히 부합한다고 생각해.
나도 쟁선계에서 주인공이 매력적이지않다는 사실은동의해ㅎㅎ그래도 다른캐릭터들이 그러한점을상쇄하고도남는듯해ㅎㅎㅎ
다 맞는말이긴한데 언급되는 주인공에대한 약점이 더 크다고 생각함. 장르소설에서 주인공이 외면받는다는건 상상이상으로 크다고봐.
근데 생각해보면 주인공이 그렇게 매력없는 것도 아니긴 해. 충분히 공감할 순 있는데, 안타까운 상황들이 연이어 터지다보니.
쟁선계를 떠나 이재일 자체가 글을 잘쓴다
응그래서 ㅎㅎ나도마지막에써놨지만 ㅎㅎ 쟁선계는 주인공이라기보다도 약간 작중인물들이 다같이 끌어가는 삼국지같은류의 소설인거같다 ㅋㅋㅎㅎ
스토리의 전개나 구성등을 프라모델로 비교하자면 좌백,풍종호,이재일류는 70년대의 타미야제품과 같고 요즘 판타지들의 대부분은 70년대의 아카데미 제품과 같다고 생각한다. 군림류의 무협은 정교한 조립제품이라기 보다는 대여섯개의 뭉터기를 조립하면 완성되도록하는 간편제품에 가깝다고 느껴짐........ 디테일한 묘사나 구도보다는 대체로 두루뭉실한 표현과 전개?
거의 전적으로 나도 동일한 생각.
이재일의 묘사력은 장르문학에 한정짓기에는 아까움. 주류문학 작가가 위와 같은 장면 쓰더라도 저것보다 여운이 남게 잘 쓰기는 어려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