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삼은 이전까지만 해도 고래가 사나운 짐승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큰 몸집을 가지면 자연히 마음이 넓어지는 법, 고래라는 짐승은 그 몸집에 걸맞게 여유로운 축생이라고 생각하곤 했었다. 그러나 이제 땅 위에서 고래를 본 장삼은 그 판단을 접어야만 했다. 지금 아무것도 모르는 나무꾼을 노려보는 지상의 고래는 마치 사냥을 끝내고 주위에 위세를 떨치는 맹수와도 같았다. 그러나 장삼은, 그 거대한 맹수가 끝낸 사냥이 왠지 실패로 끝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화등잔만한 눈을 이글거리며 장삼을 바라보던 고래의 동굴 같은 입이 열렸다.
"보시오, 오늘 번개가 칠 것 같소?"
"예?"
고래는 실로 몸집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지니고 있었다. 그 우렁우렁한 울림 속에 귀가 먹먹해질 줄 알았건만, 신기하게도 고래가 내뱉는 말은 장삼의 귀에 귀신같이 꽂혀들었다. 그리고 장삼은 고래의 불퉁스러운 태도가 의외로 적의와는 거리와 멀다는 사실을 잽싸게 알아챘다. 없던 적의가 생겨나기 전에 빨리 대답해야 했다. 장삼은 하늘에 잠깐 눈길을 던지고서는 고래에게 말했다.
"보아하니 한밤중에 한바탕 몰아칠 것 같기는 합니다만.. 번개가 떨어질 날씨는 아닌 듯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공손하게 튀어나온 말에 장삼이 스스로 놀라는 사이, 사내는 가래를 돋우고 물가에 침을 뱉었다. 그 소리가 마치 멱 감을때 정수리에 쏟아붓는 물 바가지 소리 같아서 장삼은 목을 움츠렸다.
"제기랄, 이젠 밤마다 벼락 소리에 벌벌 떠는군."
고래의 중얼거림에 약간의 사나움이 더해졌다.
장삼은 이 거대한 맹수가 천둥번개 따위를 두려워한다는 데에 약간의 호기심을 느꼈다. 보기로는 하늘 아래 두려울 것이 없는 존재처럼 보이건만, 이 맹수 역시 여느 사람들처럼 하늘을 두려워할 줄 아는 자인가 싶었던 것이다. 호기심은 금세 용기로 바뀌었다.
"저.. 혹시 어디로 가시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이 골짜기까지 오셨으면 머무실만 한 데가 이틀 거리 안에는 없는뎁쇼."
"산 중에서 밤을 만나면 산을 베개삼아 자고, 물가에서 밤을 만나면 물을 자장가삼아 잘 거요. 까짓 비 몇 방울은 상관 없소."
장삼은 사내의 호기에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어디서 주워듣기로, 맹자라는 책상물림이 말하기를 '대장부는 호연지기를 길러야 한다'라 떠들었다는데, 이 고래야말로 장삼이 만난 자 중 가장 대장부에 가까운 자 같았다.
물가를 노려보던 맹수는 다시 장삼에게 고개를 돌렸다.
"제초온이요."
"아이고, 함자가 그야말로 대장부다우십니다."
꽤 그럴싸한 이름이라고 생각하던 찰나, 장삼의 뇌리에 건넛산 석가가 떠들어댄 말이 스쳐갔다. 석가 놈 말로는 천하에서 가장 사람 잘 때려죽이기로 소문난 마왕이 있다는데, 그 이름이 제초온이라 했고, 사람들이 그를 두려워하여 큰 고래(巨鯨)이라 부른다 했다. 장삼은 그때 사람이 커 봤자 어찌 고래만 하겠냐며 코웃음쳤었던 것을 떠올렸다. 맹수를 처음 보고 떠올린 심상은 이내 석가 놈의 목소리와 얽혀들었고, 맹수가 뱉어낸 이름이 그 위에 얹혔다. 바로 그 마왕이 장삼의 눈 앞에 주저앉아 있었다. 장삼은 문득 머리 속이 타들어간다고 느꼈다. 그것도 잠시,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마누라를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하며, 두려움에 못 이긴 장삼은 이내 정신을 놓았다.
오늘 제초온 연벽제랑 주먹파이브 개간지
제초온이 대장부지 읽으면서도 계속 느꼈는데 연벽제 포스에 다 까먹어서 문제지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