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선계는 분명히 역대급으로 잘 쓰인 글이다.


등장인물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는 디테일한 묘사와, 수려한 문체, 그리고 그로부터 나오는 뛰어난 연출력.

하나의 文으로써는 무협을 넘어선 경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무협이란 장르를 오래간 접해온 사람들에겐, 그동안의 식상한 클리셰와 천편일률적인 전개방식에 지겨움을 느꼈을 테고

이재일의 뛰어난 문장력으로 멋드러지게 일구어낸 이 세계관은 소위 올드비들에겐 일종의 신세계와 같을 것이다.




그러나 쟁선계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읽기에 재미난 소설일까는 조금 의문의 여지가 있다.


여러 명의 인물이 디테일하게 묘사되고, 또 그에 대한 작가의 설명이 몇장째 이어지며, 

주인공은 도태된 채 그 여러 인물들이 작중 세계관 안에서 활약을 하기까지의 그 긴 과정을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은


무협을 즐기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애초에 한국에서의 장르문학은 문을 논하는 장르가 아니다.


설움받았던 주인공이 기연을 통해 성장하고 명성을 떨치는 것을 보며 감정을 이입하고, 상상하며 또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그런 무협의 근본적인 역할을 완벽히 충족하지는 못한 소설이 바로 쟁선계이다.




묵향, 비뢰도 같은 삼류 마공서 취급받는 소설이 왜 베스트셀러로 인정받을까?


이재일처럼 뛰어난 필력을 지닌 것도, 용대운처럼 몰입도 있는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도, 좌백의 담백함을 담아낸 것도 아니다.


그저 빠른 템포와 이해하기 쉬운 문장들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무협을 읽는 독자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철저히 만족시키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소설들은 이런 양산형 소설 중에서도 뛰어난 편이니 베스트셀러.)




결국, 쟁선계는 읽는 사람에 따라 지루한 중구난방일 수도 있으며, 무협을 넘어선 하나의 문학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로가 무협지를 대하는 자세 때문에 같은 무협지 읽는 사람끼리 서로 욕하고 편가르고 하는 유치한 싸움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