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단편을 좋아한다. 자칫 장편에서 보일 수 있는 늘어지는 전개로
작품의 구성을 망치지 않고 작가가 원하는 바 그대로 주제를 글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무 최고 작가중에 한명인 좌백의 단편집을 읽지 않을 수 없잖아?
1.신자객열전
총 4편으로 구성되어있는데 마지막 이야기인 불초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젊어서는 강호에 나가 부모를 돌보지 않다가 늙어선 홀로된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조차 지키지 못한다.
또한 은혜를 갚고자 최선을 다하였으나 결과는 원수로 갚은 셈이 되어버렸다.
왕왕 최선을 다해 살아도 최악의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인생의 무상함을 보여준 작품
결론: 젊어서 부모님께 효도 잘하자
2.무협지
괴물을 쫓다 괴물이 되어버린 이야기
짧은 글안에 나름 반전도 있고 강호의 무상함 잘 표현한 작품
이래서 단편이 좋지 ㅎㅎ
3.협객행
감상문을 써야겠다고 생각이 들게 한 작품
본인으로선 단편집 중 가장 재미나게 읽었다.
좌백 초기작중 혈기린 외전이
3부에 걸쳐 협객으로서의 자아를 찾는 이야기 였다면
이 단편을 탈(脫) 협에 관한 이야기다. 무협에서 협이 부질없음을 보여주니 탈협이라고 할 만하지 않겠는가?
다시말해 좌백이 무협에 관한 인식이 한단계 진일보 했다고 주장하고싶다.
작품 속 협객에 관한 묘사를 보자
'은빛 안장은 백마를 비추고
바람소리 가르며 유성처럼 달린다.
열 걸음에 한 사람씩 죽여
천 리를 가도 흔적조차 없구나.'
강호의 협객의 삶은 그러하다. 열 검음에 한 사람씩 죽여야하는 삶이다.
청년협객은 여인을 이용한 어설픈 함정에 빠진다.
그를 구한 중년협객이 '어설픈 협객 나부랭이' 라며 혀를 찬다.
둘은 곧 중년협객의 고향마을에 도착한다.
중년협객은 아이러니 하게도 거기서만난 '옛 여인' 덕에 협객으로 쌓아올린 모든 명성을 잃어버릴뻔한다.
청년에 의해 겨우 상황을 대피한 둘은 곧 마을을 덮친 화적 떼를 만나 응징하려 하지만
이 또한 마을사람들의 자작극임으로 밝혀져 허탈해 한다.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떠난 고향에선 협객으로 돌아와도 아무짝에도 쓸모가없다.
이에 중년이 씁쓸해하며 '떠돌이 개처럼 돌아오지 말았어야 한다' 말에
청년이 '기왕 떠도는거 바람처럼 이라는 쪽이 좋겠습니다' 하니
중년이 답한다
"바람이라. 그래 바람일 수도있지. 비도 아니고, 눈도 아니고, 곡식의 생장이나
사람들의 생활에 아무런 도움도 안되는 그런 존재가 우리니 바람이라고 해도 되겠다.
그냥 우리가 한번 쓸고 가면 남은 사람들은 다시 고개를 들고 무슨 일이 있었나 하며 사는거지.
그게 그들과 우리의 차이였던 것이지."
자신을 버린 고향에 명성높은 협객으로서 돌아와 당당하게 금의환향 하려했으나
현실은 바람처럼 그들의 삶에 스며들지 못하고 그저 스쳐지나갈뿐이다.
마지막 중년의 대답을 읽으며 7인의 사무라이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산적들을 물리친 사무라이가 흥겨워 하는 농민들을 바라보며
"이긴 것은 농민들이지 우리가 아니야"
두 작품다 농기구가 아닌 칼을 찬 인간의 씁쓸한 비애가 잘느껴진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전작 혈기린외전에서 표현한 협객의 삶은
지금와선 결국 백마를 타고 열 걸음에 한명씩 베어 천리를 가도
바람같은 삶, 세상엔 흔적조차 남지 않는다.
협이 이렇게 헛되다면 우린 왜 무협지를 읽는 것일까?
중년협객이 자신의 가치에 관해 묻자
대답한 청년 협객의 말을 빌려 답하고싶다
"대, 대형은 멋있습니다!"
4 사도와 활검
솔직히 말하면 좌백식의 철학놀이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작품ㅋ
인자불애를 사랑은 결핍이다. 인자는 완전하다
완전함으로 인자는 사랑따윈 필요 없다 라고 해석한건 재미있었다.
이게 뭐 좌백의 새로운 해석인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해석인지는 나도 알길이 없지만
5 마음을 베는 칼
단편집의 표제작
무협 단편이라면 이래야지ㅋ 첫 문장을 읽는 순간 빠져들어 어느새 마지막 문장을 읽고있다.
본인은 이 작품이 용대운의 대표작인 태극문의 오마쥬든 헌사든 하여튼
좌백이 분명 태극문에 영향을 받고 썻으리라고 짐작해는데
그 이유는
1 주인공은 절대 무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인간의 특징을 버렸다
2 멸문당한 세가의 마지막 생존자
3 무기가 녹슨 철검
4 높은 단계를 성취하기위한 실전 비무행
5 마지막 열린결말에서 주인공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이 과연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다.
주인공은 신검을 꺾기위해 달려왔지만 마주한 신검은 곧 죽을 목숨이였다.
결국 신검과 단한번 대결하지 못하고 끝이난다
주인공은 분명 가문의 비전검법을 잇기 위해 친구를 베어버리며 말했다.
"이 죄는 내 목숨으로 갚겠네. 뜻을 이룬 다음에"
뜻을 이루지 못한 주인공의 선택지는 두개다.
자신보다 뛰어난 검객손에 죽던지 아니면 그를 꺽어 초월의 경지에 도달하던지
이에 나는 좌백 단편의 주인공이 화군악 이고
주인공의 미뤄진 최후를 위해 선택된 자가 조자건이라고 말하고싶다.
뭐 나만 그렇게 생각하면 어쩔 수 없고 ㅋ
6. 조선군웅전
서로가 위선자라고 말하는 양반과 천민
3번 만나지만 만날때마다 서로의 처지는 안타까울 정도로 전락한다.
마지막에 천민은 '임꺽정'이며 양반은 '이씨'라는데 이몽학일까?
양반이든 천민이든 비범한 능력이 있어도 결국 비참하게 살 수 밖에 없었던
헬조선을 까는게 아닐까 한다.
7. 호랑이들의 밤
현대사회에서 '무협작가'로서의 본인의 정체성을 이야기한 작품(이라고 나는 생각)
등장인물들은 스마트폰이 나온 이 세상에서 헛된 풍문같은 도술이니 실전된 전통무술이니 하는 것들을
연구하거나 비전을 잇는 자(주장)들이다. 그런 그들이 12년동안 한번만 만들 수 있는 사인검을 제작하는 장소에 모인다.
대장간은 왜검이나 중국검이 아닌 조선 칼을 제작하고자 노력하는 곳이 었는데
곳곳에 그라인더니 밀링머신이니 있는 걸보니 제련술은 전통을 고집하지 않는 모양이다.
화자는 대장간 주인이 근처에 호랑이가 있을지도 모르는 말이 실소를 흘리지만 찬찬히 모인 인물들을 살펴보더니
이곳에선 멸종된 호랑이가 출몰한다는 이야기가 돈 것이 우연이 아닐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리곤 현대사회에서 멸종된 호랑이와도 같은 무의 실체에 대한 집착에 경외감을 보내는 한편 마음 한켠이 아련해짐을 느낀다.
귀신과 도깨비는 전기가 들어오면서 없어졌고, 호랑이와 늑대는 6.25 전쟁때 없어졌다는데
좌백 본인도 공식적으로 멸종된 한국호랑이라고 느끼는가 싶어 쓸쓸했다.
8. 쿵푸마스터
최근 표절피해작으로 논란이 된 비적유성탄의 에필로그격
뭐 이런거 써봤자 비적유성탄 2부 안나올꺼 다안다 ㅋㅋ
협객행이랑 철학놀이 마음을 베는 칼 읽고싶운디 단편집 얼마???
북큐브 이벤할때 사서 ㅋㅋㅋ 북큐브에선 7500원
개추먹이고간다
ㅊㅊ 단편집 정말 잘산듯.. 한편씩 아껴보고 있음...